노론 벽파의 칼끝이 연일 채제공을 겨누자, 그는 도성 밖에 나가 살며 숨을 죽였다. 채제공은 이제 끝났다는 소문이 쫙 퍼졌다. 목숨을 거둬가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권력의 속성은 무섭다. 큰 권력이 흔들리면 새 줄서기가 시작된다. 잡고 있는 줄이 썩은 동아줄로 판명난 뒤면 너무 늦다. 문제는 썩은 동아줄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닐 때 일어난다. 뒷감당을 할 수 없는 데다 배신자 낙인까지 찍힌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숱한 정객들이 단 한 번 판단의 결과로 아예 사라지거나 화려하게 부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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