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생일이라 내가 고향 집에 다녀왔던 날 그는 서울역 대합실로 마중을 나왔다. 갑자기 비가 쏟아졌고 시계탑 옆에서 비닐우산을 파는 소녀들이 빗속을 뛰어다니며 여행객들을 붙들었다. 소녀들은 흠뻑 젖어 있었다. 우산을 사러 광장으로 뛰어나간 그를 기다리며 대합실 입구에 서 있던 나는 그가 우산 두 개를 사는 걸 보고 조금 실망했다. 그러나 그는 그중 한 개를 펴서 우산팔이 소녀에게 들려주고나머지 우산을 활짝 펼쳐 든 채 내게로 다가왔다. 그의 우산속으로 뛰어들었을 때 그에게서는 비에 섞인 땀냄새가 났고 반팔 옷 아래로 닿는 팔의 감촉은 축축하고 서늘했다. 그러고는 이내 따뜻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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