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연애 소설 읽는 노인 ㅣ Mr. Know 세계문학 23
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정창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연애소설 읽는 노인, 루이스 세풀베다.
처음엔 제목만 보고 왠지 '밑줄 긋는 남자' 류의 소설을 생각했다. 그러다 이 책이 '환경소설'이라는 걸 알게 된 것은 1년도 채 되지 않았다. 그 전엔 제목에 끌려서 계속 '읽고 싶다' 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책이 환경소설이란 걸 알고 난 이후에는 '읽어야지'로 생각이 바뀌었었다. 하지만 '읽어야지' 하는 책일수록 정작 손에는 잡히지 않는 법! 그러다가 요즘 우리 동네 시립 도서관에서 열린 책들의 MR.Know 세계문학 전집을 사들이고 있어서 이 책을 직접 구경하게 되었는데, 화려한 표지와 가벼운 책 무게 땜에 끌려서 대출. 맘 잡고 읽기 시작했더니 너무 매력적인 작품이라 금세 다 읽어 버리고 말았다. ^^
남미 문학은 마르께스의 <백 년 동안의 고독>과 네루다 시집을 접해 본 게 전부라 꽤 생소하긴 했지만, 이 책, 일단 재미 있었다. 어딘가 익숙하지 않아서 어색한 듯도 하면서 새롭기에 더욱 매력적인 그런 느낌. 이 책 속에서 주인공 안토니오 호세 볼리바르가 '파리' 같은 대도시를 도저히 상상 못하듯, 베네치아의 운하와 곤돌라를 이해하기 어려워 2시간 동안 동네 사람들과 토론을 벌이는 모습처럼, 내가 이 책을 읽는 것도 그런 식의 더듬거림이랄까. 밀림에 대한 묘사나 길이가 2미터가 넘는다는 삵쾡이, 눈앞이 안보일 만큼 쏟아지는 우기의 비, 원주민 인디언의 문화 등 책만 읽어서는 상상이 잘 안 가는 남미의 자연과 문화. 그리고 밀림을 훼손시키는 양키들과 주민들을 구속하기만 하는, 전혀 도움 안 되는 정부 행정 등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도 내게는 결국은 '추상적인 것'으로만 와 닿을 뿐.
덕택에 내게 이 소설은 '환경소설'이라기보다는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연상시키는 그런 철학적인 소설 정도로 느껴졌다. -_-;; 그렇지만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는 이야기 전개와 한 때 수리오족 인디언에 동화된 생활을 한 탓에 밀림의 - 자연의 - 철학을 잘 이해하고 있는 연애소설 읽는 노인 안토니오 호세 볼리바르라는 주인공의 매력 탓에 작품 자체는 아주 마음에 들었다. 읽는이를 감탄하게 하는 맛이 있달까. 김영하님이 <랄랄라 하우스>에서 말했듯 '이건 내 얘기가 아니지만 새롭고 탁월해' 단계에서 감상할 수 있는 큰 재미를 준달까. 세풀베다의 다른 책들도 읽어 보고 싶게 했다.
나는 글을 읽을 줄 알아.
그것은 그의 평생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이었다. 그는 글을 읽을 줄 알았다. 그는 늙음이라는 무서운 독에 대항하는 해독제를 지니고 있었다. 그는 읽을 줄 알았다. 하지만 읽을 것이 없었다. - 7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