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도둑 한빛문고 6
박완서 글, 한병호 그림 / 다림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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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보기엔 번지르르하고 깔끔하며 살기 좋아 보이지만 물질적인 부만 추구하다 '시'를 몰살하게 되어 버린 한 사회가 있다. 거기에 갑자기 '무허가 판자집'에 사는 기이한 노인이 나타나는데..
알고 보니 그 노인은 예전에 '시인'이란 직업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의 집을 찾아온 아이에게 말한다.
"무엇에 쓸모 있느냐가 문제였지. 그 시절 사람들은 몸을 잘 살게 하는 데 쓸모 있는 것만 중요하게 생각하고 마음을 잘 살게 하는 데 쓸모 있는 건 무시하려 들었으니까."

이 책의 수록작 중 하나인 <시인의 꿈> 에 나오는 할아버지 이야기다.
이 책에는 이 작품 외에도 다섯 편의 동화가 더 들어 있다. 소재도 다르고 등장인물도 제각각이지만, 이 동화들이 주로 말하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마음을 잘 살게 하자."

소설가들이 쓴 동화를 읽으면 어딘가 억지스럽고 위선적이라는 느낌을 흔히 받아서 사실 거부감부터 일었었는데.. 박완서님이 쓰신 이 동화들은 전혀 그런 느낌이 없어 좋다. 솔직하고, 따뜻하다. - 내가 박완서님의 글을 읽을 때 늘 느껴 왔던 것처럼. 

한창 산업화가 진행되고 물질만능주의가 전통적인 우리 가치들을 누르기 시작하던 80년대에 여러 아이들의 '엄마'로서, 중산층 '아줌마'로서 시대를 꼼꼼히 관찰하고 몸소 겪어낸 분이 쓴 글이라서 그런가, 몸만 잘 살아서는 행복해질 수가 없다는 작가의 메시지가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그래서 태어나면서부터 더더욱 물질주의에 길들여지는 요즘 아이들에게 꼭 읽히고 싶은 동화들이다. - 좀 부끄럽지만 읽어보지도 않고 여기 평에만 의존해서 올해 학교 아이들에게 수행평가 대상 도서 중 한 권으로 이 책을 정했는데, 읽고 나서는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아쉬운 것은, 내가 이 글을 읽고 느끼는 이런 감동을, 요즘 아이들이 이 글들을 읽었을 때는 어쩐지 쉽게 느낄 수 없을 것 같다는 점이다. 왠지 너무 심오하달까, 세대가 너무 다르달까, 그런 느낌.

어쨌든 결론은, 어른과 아이 모두에게 참 좋은 동화집이라는 것. 제대로 느낄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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