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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아이들은 억울하다 - 김대유의 생활지도 딜레마
김대유 지음 / 우리교육 / 2003년 1월
평점 :
절판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나는 '교사'라는 직업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카리스마도 부족하고 통찰력도 부족하여 중학생들 앞에서도 쩔쩔 매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대학 시절 - 어언 10여 년 전 교생 실습 나가서 아이들을 만나 본 후로는 늘 어른들만 상대하거나 책만 파고 지냈으니 지난 해 담임이랍시고 아이들을 50명 가까이나 맡긴 맡았는데 대체 이 놈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 지, 특히 생활이 원만하지 못한 아이들은 어떻게 도와주어야 할 지 참 막막하기도 하고 솔직히 두렵기도 하고 그러면서 어떻게 미운 정 고운 정으로 지난 한 해 동안 첫 담임을 겨우겨우 해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이 그것. 교과 지도도 학교 행정 업무도 다 중요하지만 중학교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생활지도로구나, 라는 것. 그리고 내가 자랄 때와는 정서도 흥미도 너무나도 달라진 이 아이들을 잘 보살피고 달래고 이끌어가는 일은 정말 웬만한 내공으로는 안되겠구나, 라는 것. 빛깔이 있는 학급운영이란 책도 사보고 주변 선생님들이 어떻게 하는지 지켜본 후 따라해 보기도 하고 딴에는 애를 쓴다고 썼는데 1년이나 지난 지금도 생활지도는 여전히 어렵게만 느껴지고 문제 상황을 잘 해결해 줄 지혜가 쉬이 떠오르지도 않고. 이럴 때 이 책을 읽으니 학급 운영의 기본이란 바로 이거로구나, 하는 감이 좀 오면서 어디선가 한 줄기 빛이 비치는 것 같아 참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책의 내용 자체는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해서 각 문제 상황별로 아이들을 어떻게 대하면 좋을 것인지, 교사들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아이들을 대해야 하는지를 쉽게 쉽게 써 놓았다. '가끔 아이들은 억울하다' 라는 솔깃한 제목 때문에 내용에 대해 엄청난 기대만 하지 않는다면, 또는 책이 얇고 여백이 넉넉하다는 사실에 내용이 부실한 거 아닌가 실망해서 책을 덮어버리지만 않는다면, 나와 같은 생활 지도 초짜 교사들에게 이 책은 좋은 지침서가 되어 줄 것이다. 내가 1년이나마 경험이 있어서인지 어떤 상황엔 어떤 대처법이라는 실제적인 방침들을 알려주어서라기보다는 아이들을 대할 때 절대 잊어서는 마음가짐이나 태도가 무엇인가, 라는 중요한 문제를 생각할 수 있게 해 주어서 이 책이 더 좋았다.
생활지도 전문가이신 경력이 오래된 교사들보다는 경력이 짧고 생활 지도를 어려워하는 교사들에게 제대로 도움이 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