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누군지도 모른 채 마흔이 되었다 - 인생의 중간항로에서 만나는 융 심리학
제임스 홀리스 지음, 김현철 옮김 / 더퀘스트 / 201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융의 심리학을 바탕으로 40대 이후의 삶에 필요한 암중모색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의 기본 관점을 정리해 보면,
1. 인간이 자신이나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은 그가 자란 배경 - 주로 부모, 그리고 사회 - 의 필터를 통해서 바라보는 것인데 대부분의 인간은 그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40 이전의 삶은 '자아'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인데, 내가 원해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생각해 온 '자아'란 것은 사실은 부모나 세계가 나에게 원한 것일 수도 있다.
2. 나는 무의식중에 부모나 사회의 인정을 받기 위해 행동하고 노력한다. 부모가 더이상 곁에 없어도 외부의 다른 사람들에게 부모 역할을 대신 해 달라고 자기도 모르게 '투사'를 하게 된다. 하지만 진정한 자기 자신을 찾지 못하고 살아온 삶은 40대에 이르러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제까지의 삶의 방식이 더이상 먹히지 않을 뿐 아니라 권태와 지루함도 찾아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진정한 자기 자신의 욕구나 감정에 따라 살아오지 못한 많은 사람들이 주변과 잘못된 관계를 맺고 있어서 이에 지치게 되기 때문이다.
3. 이 때 나는 나를 도와주고 구원해줄 누군가가 외부에 존재한다는 생각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나를 구원해줄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고 삶의 해답은 내 속에 있다. 자신에게 계속 질문을 던져야 한다. 나는 왜 이 세상에 왔는가? 내가 진짜 이루고 싶었던 일은 무엇인가? 이런 질문을 던질 때 자신의 무의식 속에 갇혀 있던 수많은 자신의 다른 모습을 풀어주고 새로이 발견하려 노력하는 일은 도움이 된다. 그리고 그를 위해서 어린 시절의 충격적인 경험이나 트라우마들을 돌아보고 그 사건들의 의미를 성찰하는 일도 필요하다.
4. 이제까지 이뤄온 안정적인 삶을 과감히 벗어던질 마음의 자세를 갖춰라.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라. 열정을 갖고 진정한 자신으로서 삶을 새로 시작하라.

이러한 내용은 인간으로서의 진정한 성숙이란 어떤 것인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했다. 이 책에서 설명하고 있는 심리학 이론이 나에게 너무 딱 맞아떨이도록 적용할 수 있는 것이었기 때문에 - 삶에 대한 권태와 지루함과 무기력과 우울 -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들을 홀리듯 따라가며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모든 것이 다 내 선택이고 내 탓이었던 것 같은 삶의 많은 문제들이 사실은 나 때문만은 아니고, 나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다고 나 스스로를 위로하며 살아왔었는데, 사실은 그 모든 것이 다 내 선택이었다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하지만 내 탓을 할 필요는 없다. 이제부터 나 자신을 더 찬찬히 살피며 더 적절한 선택을 하면 된다. 단, 겁쟁이가 되지는 말아라! 너의 소명을 찾았다면 지금 손에 쥔 안정과 성취를 다 내려놓아도 괜찮다. 그것이 너의 삶을 결국에는 더 풍성하게 채워줄 것이다. 라는 메시지가, 지금의 나에게 크나큰 용기를 준다.

나는 가진 것이 많지 않지만 사실은 가진 것이 많았다. 안정적인 직장도 있고, 거기서 보람을 찾을 수도 있고, 예쁘게 자라가는 딸과, 가정에 충실한 남편과. 나를 걱정해 주는 많은 가족과 친구들과. 좋아하는 취미인 책과 뜨개질까지. 많은 걸 가졌지만, 최근 들어 마음 한 켠이 늘 공허하고 답답했었다. 여기를 벗어나지 않으면 질식사할 것처럼 답답하고 우울하던 때도 많았다. 그러면서 '나는 대체 뭐가 문제지? 내 인생은 순탄하게 잘 굴러가고 있잖아. 나보다 못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아? 넌 지금 너무 배가 불러서 탈인 거야.' 라고 스스로를 한심하게 여기기도 했었다. 이랬던 나에게 이 책은 좋은 해답을 알려준다. 인생은 원래 괴로운 것이고, 고통이고, 지루하고 권태로운 것이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이제부터라도 진정으로 '나'가 원하는 것을 찾아라. 그 어렵고 고통스러운 과정을 이겨내면, 삶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해 낼 수 있을 것이다. 라고. 자꾸 자신을 들여다 보고, 나의 인생을 책임질 사람은 나뿐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용기를 내라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