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몇 살이 되면 잠자는 얼굴도 어른이 되는 것일까.-1쪽
본래 문학작품이나 소설, 이야기는 생각하거나 설명하려고 음미하는 것이 아니다. 우선 즐기고 그 다음에 해석, 그것도 자유로운 해석이야말로 의미가 있는 것이다. 내가 학교에 다닐 무렵의 교과서에도 '설명하시오', '생각하시오'라고 되어 있었다. 요즘 교과서는 좀 간사해져서, '함께 생각해보자'고 한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마지막에 '시험'이 기다리고 있으니 출구는 하나, 결과는 마찬가지다. 자유롭게 해석하고 자유롭게 감동해서는 안 된다. 아이들은 모두 시험에서 동그라미를 받을 만한 대답을 찾는다. 그리고 당연히 책 읽기가 싫어진다. 그런 의미에서는 어설프게 친절한 '생각해보자'라는 제안 투의 교과서가 훨씬 더 죄가 많은지도 모른다. 이런 걸 교육망국이라고 한다.-144~145쪽
나도 한 번 보고는 넌덜머리가 났다. 얘기를 듣고 있자니 구역질이 나려고 했다. 윤리관이 어떻고, 정의감이 어떻고, 규율 바른 학교생활이 어떻고 떠들어대지만 그건 사람을 차별하고 구별해내려는 엉터리 사상에 지나지 않는다.-152쪽
그러나 이렇게 열세 살 아이들의 아버지가 되어버린 나는 절절이 생각해본다. 인생이란 결코 드라마틱한 연애나 격정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 인생은, 기한이 지나지 않은 건강보험증이나 주택융자금 상환이 이달에 무사히 지불되었다는 은행의 통지서 같은 사소한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184쪽
"아버지," "지금," "알았는데," "감기란," "빨리 안 나아." "걱정하게 만들려고," "오래 끄는 게 아닐까?" 걱정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코감기에 걸리는 것도 즐겁다. 그래, 그런 거다.-259~2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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