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한 일
- 박수근의 그림에서.                  - 장석남

  인쇄한 박수근 화백 그림을 하나 사다가 걸어놓고는 물끄
러미 그걸 치어다보면서 나는 그 그림의 제목을 여러 가지로
바꾸어보곤 하는데 원래 제목인 「강변」도 좋지만은 「할머니」
라든가 「손주」라는 제목을 붙여보아도 가슴이 알알한 것이
여간 좋은 게 아닙니다. 그러다가는 나도 모르게 한 가지 장
면이 떠오릅니다. 그가 술을 드시러 저녁 무렵 외출할 때에
는 마당에 널린 빨래를 걷어다 개어놓곤 했다는 것입니다.
그 빨래를 개는 손이 참 커다랐었다는 이야기는 참으로 장엄
하기까지 한 것이어서 聖者의 그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는 멋쟁이이긴 멋쟁이였던 모양입니다.
  그러나 또한 참으로 궁금한 것은 그 커다란 손등 위에서 같
이 꼼지락거렸을 햇빛들이며는 그가 죽은 후에 그를 쫓아갔
는가 아니면 이승에 아직 남아서 어느 그러한, 장엄한 손길
위에 다시 떠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그가 마른 빨래를 개며
들었을지 모르는 뻐꾹새 소리 같은 것들은 다 어떻게 되었을
까, 내가 궁금한 일들은 그러한 궁금한 일들입니다. 그가 가
지고 갔을 가난이며 그리움 같은 것은 다 무엇이 되어 오는
지…… 저녁이 되어 오는지…… 가을이 되어 오는지……
궁금한 일들은 다 슬픈 일들입니다.



'나는 인간의 선함과 진실함을 그려야 한다는, 예술에 대한 대단히 평범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내가 그리는 인간상은 단순하고 다채롭지 않다. 나는 그들의 가정에 있는 평범한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물론 아이들의 이미지를 그린다.' 화가 박수근이 한 말이다. - 김용택의 코멘트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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