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폰스 무하 재원 아트북 26
조명식 지음 / 재원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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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폰스 무하 관련 글과 작품을 더 감상하고 싶어 도서관에서 대출한 책이다. 미술 전문 출판사의 아트북 시리즈의 하나로 나온 책이므로 일반적인 도서와는 기획과 판형, 구성이 다소 다르다. 판형은 265*220mm로 통상의 신국판, 국판, 46판보다 커서 그림 감상에 유리하다. 특히나 작품 한 점을 한 면 가득 수록한 경우는 눈이 시원할 정도다. 지질과 색상도 아트북답게 신경 쓴 자취가 역력하다. 분량도 79면으로 많지 않아 전체적으로 화보의 느낌이 든다.

 

아무래도 보는 책이 주가 되다 보니 단점으로 여길만한 부분도 있다. 알폰스 무하의 생애와 작품세계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고, 수록된 개개 작품에 대한 소개도 기본 정보 외에는 따로 제공하고 있지 않다. 기획 의도를 볼 때 알폰스 무하라는 예술가를 처음 접하는 독자를 위한 소개서의 성격이 강하다. 화가 연보가 앞부분에 바로 나오는데, 흔히 보던 간략한 연보가 아니라 8면에 걸쳐 세밀하게 내용을 담고 있어 무하의 삶과 주요 작품에 대한 정보를 부족하나마 얻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무하의 주요 작품, 즉 극장 포스터, 광고 포스터, 잡지 표지, 4개의 OOO 시리즈는 물론 무하 스타일을 특징적으로 보여주는 인물 장식집과 장식 자료집의 도안도 일부 보여준다. 대다수의 작품은 앞서 읽은 책과 중첩되는데, 몇몇 새로운 작품이 눈에 띈다. <슬라브 서사시> 연작도 다섯 편을 수록하고 있다. 앞서 읽은 책과 비교하면, 적어도 그림의 품질에서는 이 책이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다. 보다 고급지를 사용하고, 색분해도 더 충실하여 동일한 작품을 나란히 비교하면 다른 느낌을 자아낼 정도다. 특히 <살람보>(P.66)는 완전히 다른 그림으로 보일 정도다. 확실히 이 책의 그림은 컬러감이 훨씬 더 살아 있다는 인상이다.

 

한편 프라하의 무하박물관 외에 일본의 무하미술관과 사카이 시립문화관에서 그의 작품을 여럿 소장하고 있는 게 인상적이다. 체코를 제외하고 무하에게 이렇게 관심을 기울인 곳이 있었나 의외인 동시에 놀라울 따름이다. <르페브르 유틸사의 광고 포스터>(P.14), <사계절> 시리즈(P.16-17), <새벽><황혼>(P.25), <토스카 홍보 포스터>(P.33), <살람보>(P.66), <꽃들>(P.70), <쿼바디스>(P.74) 등이 그러하다. 프라하에 앞서 먼저 일본을 가봐야겠다.

 

일단 무하의 작품은 사전 지식 없이 둘러봐도 흥미롭다. 다만 무하의 아르누보 스타일에 대한 추가적 설명과, 그의 후반기 작품세계를 대표하는 <슬라브 서사시>와 슬라브적 제재의 작품에 대한 해설을 덧붙였으면 금상첨화였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책은 전체적으로 알폰스 무하가 누군지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짧은 시간에 그를 알리는 데 효과적이다. 본격적인 접근보다는 그림 감상 위주로 무하라는 예술가를 부담 없이 알고 싶어 하는 독자를 위한. 그런 측면에서는 꽤 괜찮은 책이라는 점을 인정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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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명 : 188회 아트엠콘서트 - 최송하 무반주 바이올린 리사이틀

일시 : 2026년 3월 19일(목) 19:30

장소 : 신영체임버홀

연주 : 최송하 (바이올린)

진행 : 바이올리니스트 이수민

프로그램

  - 크라이슬러, 레치타티보와 스케르초-카프리스 Op.6

  -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을 위한 파르티타 2번 D단조 BWV1004

  - 이자이, 무반주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 3번 D단조 Op.27 No.3


* 세줄평

바이올린의 음색과 연주자의 실력을 남김없이 드러내는 고독하며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프로그램이다. 연주자는 물론 청중에게도. 바꾼지 한달 남짓 되었다는 스트라디바리 덕분일까 매우 섬세하다. 연주자와 악기가 아직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에 있는 듯. 열정으로 휘몰아치거나 강인한 울림을 선사하는 순간에도 미묘한 음색과 여린 듯한 섬세함을 놓치지 않는다. 작년에 들었던 최송하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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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비처네 (양장) - 목성균 수필전집
목성균 지음 / 연암서가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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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목성균. 소설가 이름도 잘 알지 못하는 마당에 수필가 이름은 어찌 알겠는가. 애초 이 책을 구매하게 된 계기도 불순하다. 온라인 마켓에서 새책 같은 헌책을 몇 권 살 때 싼 맛에 가격대를 맞추기 위해 끼워넣기로 추가하였으니. 가격 대비 두툼한 면수가 최소한 손해는 보지 않을 거라는 얄팍한 계산으로. 막상 사놓고나니 계륵 같은 처지가 되었다. 제법 얄팍해야 부담 없이 손이 갈 텐데, 600면이 넘은 분량이 오히려 부담으로 다가왔다. 한동안 방치해놓고 째려보다가 여하튼 킬링타임용으로 한번 읽어나 보자 하는 심정이 독서의 계기다.

 

이 책은 목성균의 수필 전집이다. 그가 평생 발표한 수필 작품을 모두 수록한 책이라는 의미다. 뭔가 이상하다 싶어 발간사와 해설을 먼저 살펴보니, 그는 애초부터 전업 수필가의 길을 나선 게 아니라 공직 생활에서 퇴직한 이후, 나이로는 50대 중반이 되어야 비로소 글쓰기를 시작하였다.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불과 10년도 못 미친 채 60대 중반에 생을 마쳤으니 달랑 이 책 한 권에 그의 수필 작품 모두가 들어가게 된 셈이다.

 

김종완 문학평론가는 그를 수필계의 기형도’(P.5)라고 소개한다. 사망한 나이는 차이가 있지만, 짧은 활동기간과 사후의 높은 평가의 유사점에 주목한 것이리라. 그게 과연 타당한지는 작품집의 독자가 판단한 몫이다. 아무래도 소설에 비해 대중성이 부족한 장르인 수필 특성상, 그가 폭발적인 찬사와 호응을 받는 일은 벌어지지 않으리라. 게다가 개인적으로 수필 작품은 한 번에 쭉 읽어 나가기보다는 몇 편씩 간격을 두고 긴 호흡으로 읽어야 한다는 선입견을 지니고 있게 이 책의 독서는 감흥과 몰입의 균형을 잡기 힘들었다.

 

노년에 글쓰기를 시작한 만큼 작품 소재가 회고와 추억이라는 과거지향성을 지님은 그의 작품세계의 뚜렷한 특징이다. 이 책에 실린 거의 대다수 작품이 여기 유형에 속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소년과 청년 시절이 우리나라가 한창 힘들고 어렵던 시기의 농촌이었던지라 오늘날 시각으로 보면 현대와 상당한 시간적, 문화적 간극이 존재한다. 표제 누비처네만 하더라도 무엇을 뜻하는지 읽기 전까지는 미처 알지 못하였다. 다랑논, 부엌 궁둥이, 사기 등잔, 살포, 부등가리, 돼지불알, 당목수건 등 용어 자체가 생소한 어휘와 거기 얽힌 일화는 우리에게 이미 잊힌 옛 시골 문화를 - 궁핍하지만, 그 속에서 정이 넘치는 - 되새기게 해준다. 아예 젊은 세대라면 지나간 세대의 문화를 글로나마 체험할 수 있다고나 할까.

 

고향은 사라져 가도 내리는 눈발 속에 내 고향이 남아 있다는 것이 나의 재산인데 누구에게 물려줄 수 없는 무형의 재산일 뿐이다. (P.439, 고향설)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강만돌 어른, 원규 어르신네, 고모부를 비롯한 선대 가족과 이웃의 삶은 자체로 개인사이자 풍토사의 한 장을 이룬다. 나이가 들수록 점점 사무쳐 가는 옛 추억과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은 그저 회고적 감정만이 아니다. 가족과 고향은 단순히 과거의 사람과 유물이 아니라 우리네 삶의 원형과 기초를 이루는 요인이 아니던가. 덕택에 우리는 풍요로운 영혼을 바탕에 깔고 힘차게 현재와 미래로 뻗어나갈 수 있었다. 아무래도 요즘 사람이 아닌 만큼 그의 글에 비치는 문화와 가치관은 전통적인 동시에 자칫 고리타분하고 보수적으로 여겨질 개연성이 있다. 그건 작가 또래가 갖는 무의식적 관습의 세례 결과이므로 비판적으로 보기보다는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으므로 열린 접근이 필요하다.

 

작가는 평생을 산림 공무원으로 봉직하였다. 여러 작품에서 이때의 경험과 추억을 드러내고 있는데, <2부 혼효림>에 실린 목도리’, ‘선배의 모습’, ‘어떤 직무유기’, ‘혼효림’, ‘약속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소나무와 참나무가 조화를 이룬 숲을 예찬한 혼효림과 함께 산골 소년과의 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자괴감이 마음에 남는다.

 

목성균의 글이 그렇다고 죄다 과거지향은 아니다. 도중에 솟구치는 현재성을 여러 군데서 볼 수 있다. 현재 거주지인 청주시에서 열리는 체육대회에 대한 기대감(‘새벽의 거리’), 기러기 떼가 앞자리를 서로 교대하는 행태와 정치 상황을 비유하거나(‘앞자리’), 의료 수가 관련하여 의사가 단체행동을 나선 것에 대한 호소(‘의사 선생님께’), 정치 상황에 대한 우려와 바람(‘봄비와 햇살 속으로’) , 그는 현재에도 시선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현재성의 다른 갈래는 고향과 현재 거주지가 아닌 타지와 타인에 대해 쓴 글이다. <4부 불영사에서>에 실린 몇 편이 주로 여기에 해당하는데, ‘간이역’, ‘거진항의 아침’, ‘불영사에서’, ‘전장포등이다. ‘억수리에서는 자식과 손주 사랑이 결합되어 있는 점에서 손주를 제재로 삼은 여덟 살의 배신과 더불어 드물게 보는 가족적 모습이다. 그것은 빛이 나는 따뜻한 사회를 이루게 되는 이웃 간 서로가 상대를 향한 배려의 모습이 빛이 나는 관계와 다를 바 없다.

 

그 수족이 불편한 아주머니는 나의 이 행복감에 차질을 주지 않으려고 고구마가 안 팔리는 그 추운 겨울밤에도 몇 시간씩 내가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 준 것이다. (P.489, 행복한 군고구마)

 

생계와 가족 부양이라는 생활의 압력에서 작가는 스스로의 인생을 뜻을 이루고 성공한 삶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하급 공무원으로 평생 지내다가 은퇴했으니 물질적 측면에서 풍요롭지 못함은 그의 글 도처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자신의 삶을 쭉정이라고 비판적으로 인식하지만 그의 수필 작품을 읽은 독자로서는 그야말로 올 찬 알밤’(P.200)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그의 글은 젠체하지 않아서 좋다. 특별히 대단한 학식을 뽐내거나 심오한 사상을 피력하지도 않는다. 담담하고 평이한 문장 속에서 잔잔한 감흥이 깊게 배어 있어 은근한 묘미와 곱씹는 단맛을 독자에게 제공한다. 아무 반찬 없이 흰 쌀밥을 꼭꼭 씹으면 느낄 수 있는 그런 은은함이랄까.

 

나는 통속적인 걸 좋아한다. 그래서 내 수필도 문학적 테크닉보다 인간의 속성에 기대하는 바 크다. (P.385, 봄비와 햇살 속으로)

 

자신의 수필 문학에 대한 작가 자평이다. 그의 수필이 지향하는 인간주의적 성향이 결코 일과성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아주 다채로운 문학 지평을 보여 주지 않지만 그러기에는 작품활동이 길지 않다 그의 작품을 통해서 우리는 잃어버린 옛 시절과 풍습과 사람을 정겹게 추억할 소중한 기회를 얻게 되었다. 전혀 내키지 않은 우연한 계기로 그의 글에 접하게 되었지만 무척 행복한 마음으로 독서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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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제국의 역사 - 상식으로 꼭 알아야
이경윤 지음 / 삼양미디어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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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로마 제국에 직간접으로 관련된 책을 여러 권 읽었지만, 로마 제국의 역사는 머릿속에 일목요연한 체계 없이 산발적으로 흩뿌려진 상황이었다. 로마 제국의 초기인 왕정과 공화정 시기, 5현제 이후 혼란스러운 시기가 특히 그러하였다.

 

로마 제국 역사 개설서를 찾다가 이 책을 선택한 계기는 일단 너무 두껍지 않아서이다. 1천 쪽이 넘어가는 단권 도서나, 여러 권으로 이루어진 책은 우선 기본 체계가 든든한 이후에나 도전해 볼 일이다. 이 책은 부제처럼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핵심적 내용만 쉬운 설명과 풍부한 컬러 사진과 도판으로 구성하여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다. 저자가 역사 전문가가 아닌 만큼 깊이 있는 학문적 통찰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그만큼 보편타당한 기술을 기대할 수 있다.

 

흔히 로물루스와 레무스 형제를 로마의 시초로 간주하지만, 로마는 스스로를 트로이의 후손으로 간주하였다. 트로이 멸망 후 아이네이아스가 유랑하다가 로마의 모체가 되는 나라 라비니움을 건설하였고, 그 후손 아스카니우스가 새롭게 세운 나라가 알바롱가라고 한다. 다시 로물루스가 고대 로마를 건국한 해가 기원전 753년이라고 하니 라비니움 이후로는 수백 년이 경과한 시점이다. 신화와 과장이 섞였겠지만 로마의 뿌리가 유서 깊음을 보여준다.

 

고대 로마에서 주목할 만한 사건은 먼저 왕정이 무너지고 공화정으로 바뀌게 된 계기인 루크레티아 사건이다. 그리고 코리올라누스 사건은 귀족 중심의 공화정에서 평민의 권리가 크게 강화된 계기가 되었다. 둘 다 셰익스피어의 작품 제재가 되었으니 흥미롭다.

 

중부 이탈리아의 일개 소국이었던 로마는 점차 패권주의를 지향했으니, 라틴동맹 전쟁과 삼니움 전쟁을 통해 중부 이탈리아를, 에피루스와 전쟁을 통해 남부 이탈리아마저 장악해 버린다. 그리고 지중해로 눈을 돌리게 된다. 에피루스와 전쟁에서 카르타고와 로마가 동맹국이었음은 중요치 않다. 서부 지중해를 움켜쥐려면 카르타고는 꺾어야 할 적이고, 한니발과 스키피오의 대결로 유명한 역사적 장면은 로마의 승리, 카르타고의 멸망으로 끝난다. 이후 마케도니아와 동부 지중해를 걸고 다시 전쟁을 벌여 지중해를 완전히 로마의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후 로마의 팽창주의는 소아시아, 이집트, 프랑스, 잉글랜드, 독일 등으로 뻗어 나갔으니 제국주의적 침략의 본능이 로마에 꿈틀대었다고 하겠다. 팍스 로마나,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와 같은 문구는 이 당시 로마의 번영과 영광을 잘 드러낸다.

 

급격한 팽창은 내부의 체제를 불안정하게 하였고 그라쿠스 형제의 개혁은 실패로 돌아가서 이를 해결할 방안은 강력한 일인 지배만 남게 되었다. 카이사르에 앞서 마리우스와 술라가 있었고, 카이사르의 암살은 옥타비아누스로 이어지는 대세를 결코 막아서지 못하였다. 아우구스투스 이후를 제정 로마라고 부르는 이유다. 마리우스와 술라에서 아우구스투스까지의 급변하는 정치적 격변기는 로마 시대에서 여러 문학과 예술을 통해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진 시기다.

 

저자는 아우구스투스가 긴축 정책을 펴는 과정에서 도나우강-라인강에서 도나우강-엘베강으로 국경선을 단축하고자 무리하게 게르마니아를 침공하였다고 썼는데, 당시 쓸모도 없는 북방 진출의 이유를 밝혀주기에 흥미롭다. 한편 칼리굴라와 네로로 대변되는 로마제정의 위기는 5현제 시대를 거치며 비로소 안정과 번영으로 접어든다. 정말로 인류가 가장 행복했던 시대인지는 알 수 없으나, 피우스에 대한 평은 너무나 인상적이다.

 

어떤 역사가는 피우스 재위 기간을 역사에 기록할 것이 없는 시대라 평하기도 한다. 피우스는 실로 로마의 평화를 달성한 황제였던 것이다. (P.308-309)

 

철학자 아우렐리우스를 마지막으로 5현제 시대는 끝나고 콤모두스를 필두로 무능한 황제를 잇달아 등장하는데 거론된 이름을 기억조차 못 할 정도다. 디오클레티아누스가 사두정치 제제를 도입한 것은 미봉책이었고, 콘스탄티누스가 힘들게 재통합을 이루었는데, 왜 다시 분할하였는지 알 수 없다. 콘스탄티노플의 건립자, 그리스도교를 공인한 밀라노 칙령으로 역사상 유명한 이 황제는 로마 제국 영구 분할의 단초가 되었다. 서로마제국과 동로마제국은 편의상 구분에서 별개의 통치 체제로 갈라서게 된다.

 

서로마제국의 멸망 원인 : 농업 기반, 인구, 인재, 군사력 (P.371)

 

저자는 서로마의 멸망 원인을 이렇게 적시한다. 에드워드 기번에게서 비롯한 전통적인 내부 원인론을 따르는데, 로마 제국의 힘이 다해서 외침에 쉽게 무너졌다고 주장한다. 일면 타당하지만 최근의 연구 성과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각종 역사적 사실을 고찰해 보면 로마 제국은 멸망하는 순간까지도 사회적, 경제적으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었다고 한다. 즉 내부적 위기 요인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게르만족의 침입이라는 거대한 역사적 물결 앞에서 댐이 무너지듯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이다.

 

이 책의 내용을 따라 간략히 로마사의 흐름을 되짚어 보았다. 대다수의 역사서는 서로마제국의 멸망으로 로마제국은 종말을 맞이했다고 서술한다. 이건 매우 서양 편향적인 인식이다. 동로마제국이 라틴어와 라틴족이 아니라 그리스어와 그리스족, 종교도 가톨릭교와 정교로 달라졌기에 로마의 적통이 아니라고 주장함은 아전인수격 해석이다. 기원전 753년을 로마 역사의 기점으로 본다면 서로마는 1,200년을, 동로마는 2,200년을 지탱한 것이니 하나의 국가가 이렇게 긴 수명을 영위한 것은 세계사에서 전무후무하다. 게다가 단순한 수명을 넘어 서양문명에서 로마가 차지하는 위상은 대체 불가능할 정도이니 로마 제국은 두고두고 세인들의 관심을 끌 만한 매력적인 역사적 소재가 아니겠는가. 무엇보다 이 장구한 세월을 숱한 위기와 불안정에도 불구하고 힘겹지만 끝끝내 견뎌낸 원동력이 무엇인지를.

 

부록으로 최초의 성문법이라고 불리는 고대 로마의 12표법 전문을 수록하고 있어 이채롭다.

 

생각 이상으로 만족스러운 독서 경험이었고, 이를 토대로 향후 동로마제국 역사서를 훑어보고 기회가 되면 몸젠의 로마사, 마키아벨리의 논고, 로마사의 원형인 리비우스의 저작도 도전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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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폰스 무하, 새로운 스타일의 탄생 - 현대 일러스트 미술의 선구자 무하의 삶과 예술
장우진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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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계기로 알폰스 무하 전시회를 관람하였다. 전혀 모르던 화가였으나 소개글과 예시 작품에 왠지 모르게 마음이 끌렸다. 내가 회화에 대해 무엇을 알겠는가. 다만 초기의 무하가 창시한 독자적인 무하 스타일은 눈길을 끌만큼 화려하였다. 상업적인 포스터와 상품 디자인 등을 한껏 예술적으로 수준을 높여 버렸다. 이렇게 해버리면 매혹당하지 않을 관객이 누가 있겠으며, 후배 상업 화가들은 어떻게 하라는 건지 난감하겠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나는 잘 몰랐는데, 의외로 아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어 놀랐다. 사무실 직원 한 명도 관심을 보였고, 처남 친구는 애호하는 화가라고 하였다.

 

알폰스 무하의 삶과 예술을 더 음미하고 싶어져 이 책을 골랐다. 전시회에서도 나름 충실하게 소개가 되어 있었지만, 차분하게 살펴보고 싶었다고나 할까. 체코 모라비아 시골 출신의 그가 파리에서 유행을 선도하는 상업 예술가로 큰 인기를 얻었고, 이후 미국과 체코에서 일체의 상업성을 배제한 <슬라브 서사시> 연작 등으로 진정한 예술가로 불후의 영예를 거둔 일생은 그 자체가 극적인 선택의 연속이다.

 

무하의 예술적 성취에 있어 우연과도 같은 인연을 제외하기 어렵다. 그의 재능을 높이 평가해 무명의 그를 후원한 벨라시 백작과 에곤 백작 형제가 없었더라면 그는 계속 변방에 머물러야 했으리라. 여배우 사라 베르나르는 배우와 예술가의 성공적인 윈-윈 협력 관계를 보여준다. 사라 베르나르의 포스터 의뢰가 없었다면, 그리고 무하의 장식적인 포스터 작품이 없었더라면 무하와 사라 둘 다 불후의 명성을 남기지 못하였을 것이다. <지스몽다>, <카멜리아>, <메데>, <햄릿>, <토스카>, <로렌자치오> 같은 포스터는 언뜻 유사한 스타일이지만 그 속에 담긴 인물의 표정과 상징, 배경, 장식은 변주를 통해 독자적인 가치를 드러낸다.

 

아름다운 백합의 화관, 화려한 장식, 정돈된 윤곽선 안에 굽이치는 머릿결과 사실적인 표정. 그것은 사라 베르나르를 나타내는 전형인 동시에 아르누보의 독특한 여인 이미지로 자리 잡아 갔다. (P.80)

 

아내 마리 히틸로바와 그의 자녀의 존재도 무하가 흔들림 없이 자신의 길을 걷도록 지탱해 준 원동력이다. 무하 예술의 보전과 홍보에 지치지 않았던 두 자녀야말로 훗날 무하의 예술이 재평가되는 데 일등 공신이다. 미국인 사업가 크레인은 무하가 생활에 일체 신경 쓰지 않고 <슬라브 서사시> 연작에 몰두할 수 있는 경제적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렇게 보면 무하는 드물게 보는 행운아다.

 

무하는 포스터, 장식 패널, 극장의 무대와 의상, 일러스트, 벽화, 건축, 스테인드글라스, 보석 디자인, 조각, 초상화 이 모든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여주었다. 태양이 프리즘을 통해 그 아름다운 빛을 드러내듯 세계의 영혼은 무하라는 프리즘을 통해 세상에 아름다운 스펙트럼을 펼쳐 놓았다. (P.335)

 

무하는 종합예술가였다. 상업 회화 영역 외에도 무대 예술, 일러스트, 공예, 광고, 디자인 등에서도 뛰어난 성과를 발휘하였고, 삶의 후반기는 순수 회화에 매진하였다. 통상의 미술가가 한두 방면에만 뛰어난 것에 비하면 그의 예술적 재능과 성과는 대단하다고 볼 수 있다.

 

당시의 원색적인 다른 포스터들과는 달리 파스텔 톤의 투명한 색채와 명암으로 채워진 포스터는 비잔틴식 모자이크로 이루어진 배경과 화려한 중세풍의 의상으로 이국적이면서도 장식적인 느낌을 주었다. (P.69)

 

무하 스타일로 불리는 대표적인 아르누보 양식으로 일세를 풍미한 무하의 작품 특징은 장식적인 화려함에 있다. 풍성하고 화려한 중세풍의 드레스, 길게 늘어뜨린 곱슬곱슬한 머리카락, 관 또는 화관으로 장식한 머리모양, 장식적이고 비의적이고 상징적인 배경이 전형을 이룬다. 주인공 여성은 무심하거나 방심한 자태로, 때로는 유혹적인 눈빛으로 관객을 지그시 응시한다. 개인적으로 전기 작품 중에서는 상업 포스터보다 그의 연작 시리즈가 더 흥미롭다. <사계>, <>, <보석>, <예술>, <>, <시간> 4부작 말이다. 같은 듯 다르게 차이를 보이기 위해 화가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상징적 요소를 한껏 추가하였다.

 

슬라브 서사시는 잘 짜인 각본처럼 각각의 장면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5개의 알레고리적인 테마와 5개의 종교적 테마, 5개의 전쟁 장면과 슬라브 문화에 관한 5개의 장면. 그 중 10개는 체코의 역사에서 그리고 나머지는 다른 슬라브 국가의 역사에서 선택된 것이다. (P.254)

 

체코 국민과 무하가 생각하는 예술의 본령은 아마도 후기작에 있으리라. <슬라비아>, <사과를 든 크로아티아 여인>, <슬라브 서사시> 20, <대지를 깨우는 봄>, <황야의 여인>, 그리고 내가 최애하는 <백합의 성모 마리아>. 단지 민족주의와 지역주의라고 치부하지 말라. 그는 슬라브인으로서 정체성을 되새기면서 주체성을 잃지 않되, 평화롭게 공존하는 세계를 지향하였다. 여기서 그는 무하 스타일의 밝고 화려함에서 단순하고 소박하며 색채적인 스타일로 변모하였다. 특히 민족주의를 넘어서서 인류 보편적 사랑을 주제 삼는 작품에서는 신비적 특성이 두드러진다. 그가 양차 세계대전 사이에서 어두운 분위기에서 시대감각을 예민하게 포착하면서도 다가올 세계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결코 잃지 않았다는 점은 특기할 만하다. 그의 마지막 작품인 미완성에 그친 <이성의 시대>, <지혜의 시대>, <사랑의 시대> 3부작이라는 사실 자체가 웅변적이다.

 

1936년부터 인류 보편의 문제를 담고자 시작했던 3부작 <이성의 시대>, <지혜의 시대>, <사랑의 시대>는 결국 미완으로 남았다. 3부작은 그의 생애를 이끌어 왔던 박애적이고 낙천적인 신념을 담아내고 있다. (P.278)

 

이 책은 무하의 삶과 예술세계를 설득력 있고, 충실히 담아내고 있다. 무엇보다 그의 주요 작품 대다수의 도판이 가득 실려 있어 어지간한 도록을 능가할 정도로 그림을 보는 재미도 훌륭하다. 1쇄에서 지적되었던 중요한 오류는 2쇄에서 거의 바로잡혔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은 후 상기 오류를 감안하더라도 구매를 결심하였는데, 많은 오류마저 교정되었으니 더 이상 추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 1쇄와 2쇄 오류 교정 비교

내용

1

2

<사계> 연작 중 그림 명칭 오류 (P.94)

봄과 여름 그림이 바뀌었음

교정 O

<네 개의 별> 연작 중 그림 명칭 오류 (P.105-106)

/샛별/금성/북극성

교정 O

(/금성/북극성/샛별)

욥 담배 종이 회사 광고 포스터 중 연도 오류 (P.131)

1986 1896

교정 X

<담쟁이넝쿨><월계수> 중 영문명과 연도 오류 (P.191-192)

Lanel, 1899 Ivy, 1901

Ivy, 1899 Laurel, 1901

교정 X

<슬라비아><뮤즈>의 색감 (P.268-269)

누렇게 되었음

교정 O

<무하의 딸 야로슬라바>의 색감 (P.330)

누렇게 되었음

교정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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