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제국의 역사 - 상식으로 꼭 알아야
이경윤 지음 / 삼양미디어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그동안 로마 제국에 직간접으로 관련된 책을 여러 권 읽었지만, 로마 제국의 역사는 머릿속에 일목요연한 체계 없이 산발적으로 흩뿌려진 상황이었다. 로마 제국의 초기인 왕정과 공화정 시기, 5현제 이후 혼란스러운 시기가 특히 그러하였다.

 

로마 제국 역사 개설서를 찾다가 이 책을 선택한 계기는 일단 너무 두껍지 않아서이다. 1천 쪽이 넘어가는 단권 도서나, 여러 권으로 이루어진 책은 우선 기본 체계가 든든한 이후에나 도전해 볼 일이다. 이 책은 부제처럼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핵심적 내용만 쉬운 설명과 풍부한 컬러 사진과 도판으로 구성하여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다. 저자가 역사 전문가가 아닌 만큼 깊이 있는 학문적 통찰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그만큼 보편타당한 기술을 기대할 수 있다.

 

흔히 로물루스와 레무스 형제를 로마의 시초로 간주하지만, 로마는 스스로를 트로이의 후손으로 간주하였다. 트로이 멸망 후 아이네이아스가 유랑하다가 로마의 모체가 되는 나라 라비니움을 건설하였고, 그 후손 아스카니우스가 새롭게 세운 나라가 알바롱가라고 한다. 다시 로물루스가 고대 로마를 건국한 해가 기원전 753년이라고 하니 라비니움 이후로는 수백 년이 경과한 시점이다. 신화와 과장이 섞였겠지만 로마의 뿌리가 유서 깊음을 보여준다.

 

고대 로마에서 주목할 만한 사건은 먼저 왕정이 무너지고 공화정으로 바뀌게 된 계기인 루크레티아 사건이다. 그리고 코리올라누스 사건은 귀족 중심의 공화정에서 평민의 권리가 크게 강화된 계기가 되었다. 둘 다 셰익스피어의 작품 제재가 되었으니 흥미롭다.

 

중부 이탈리아의 일개 소국이었던 로마는 점차 패권주의를 지향했으니, 라틴동맹 전쟁과 삼니움 전쟁을 통해 중부 이탈리아를, 에피루스와 전쟁을 통해 남부 이탈리아마저 장악해 버린다. 그리고 지중해로 눈을 돌리게 된다. 에피루스와 전쟁에서 카르타고와 로마가 동맹국이었음은 중요치 않다. 서부 지중해를 움켜쥐려면 카르타고는 꺾어야 할 적이고, 한니발과 스키피오의 대결로 유명한 역사적 장면은 로마의 승리, 카르타고의 멸망으로 끝난다. 이후 마케도니아와 동부 지중해를 걸고 다시 전쟁을 벌여 지중해를 완전히 로마의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후 로마의 팽창주의는 소아시아, 이집트, 프랑스, 잉글랜드, 독일 등으로 뻗어 나갔으니 제국주의적 침략의 본능이 로마에 꿈틀대었다고 하겠다. 팍스 로마나,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와 같은 문구는 이 당시 로마의 번영과 영광을 잘 드러낸다.

 

급격한 팽창은 내부의 체제를 불안정하게 하였고 그라쿠스 형제의 개혁은 실패로 돌아가서 이를 해결할 방안은 강력한 일인 지배만 남게 되었다. 카이사르에 앞서 마리우스와 술라가 있었고, 카이사르의 암살은 옥타비아누스로 이어지는 대세를 결코 막아서지 못하였다. 아우구스투스 이후를 제정 로마라고 부르는 이유다. 마리우스와 술라에서 아우구스투스까지의 급변하는 정치적 격변기는 로마 시대에서 여러 문학과 예술을 통해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진 시기다.

 

저자는 아우구스투스가 긴축 정책을 펴는 과정에서 도나우강-라인강에서 도나우강-엘베강으로 국경선을 단축하고자 무리하게 게르마니아를 침공하였다고 썼는데, 당시 쓸모도 없는 북방 진출의 이유를 밝혀주기에 흥미롭다. 한편 칼리굴라와 네로로 대변되는 로마제정의 위기는 5현제 시대를 거치며 비로소 안정과 번영으로 접어든다. 정말로 인류가 가장 행복했던 시대인지는 알 수 없으나, 피우스에 대한 평은 너무나 인상적이다.

 

어떤 역사가는 피우스 재위 기간을 역사에 기록할 것이 없는 시대라 평하기도 한다. 피우스는 실로 로마의 평화를 달성한 황제였던 것이다. (P.308-309)

 

철학자 아우렐리우스를 마지막으로 5현제 시대는 끝나고 콤모두스를 필두로 무능한 황제를 잇달아 등장하는데 거론된 이름을 기억조차 못 할 정도다. 디오클레티아누스가 사두정치 제제를 도입한 것은 미봉책이었고, 콘스탄티누스가 힘들게 재통합을 이루었는데, 왜 다시 분할하였는지 알 수 없다. 콘스탄티노플의 건립자, 그리스도교를 공인한 밀라노 칙령으로 역사상 유명한 이 황제는 로마 제국 영구 분할의 단초가 되었다. 서로마제국과 동로마제국은 편의상 구분에서 별개의 통치 체제로 갈라서게 된다.

 

서로마제국의 멸망 원인 : 농업 기반, 인구, 인재, 군사력 (P.371)

 

저자는 서로마의 멸망 원인을 이렇게 적시한다. 에드워드 기번에게서 비롯한 전통적인 내부 원인론을 따르는데, 로마 제국의 힘이 다해서 외침에 쉽게 무너졌다고 주장한다. 일면 타당하지만 최근의 연구 성과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각종 역사적 사실을 고찰해 보면 로마 제국은 멸망하는 순간까지도 사회적, 경제적으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었다고 한다. 즉 내부적 위기 요인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게르만족의 침입이라는 거대한 역사적 물결 앞에서 댐이 무너지듯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이다.

 

이 책의 내용을 따라 간략히 로마사의 흐름을 되짚어 보았다. 대다수의 역사서는 서로마제국의 멸망으로 로마제국은 종말을 맞이했다고 서술한다. 이건 매우 서양 편향적인 인식이다. 동로마제국이 라틴어와 라틴족이 아니라 그리스어와 그리스족, 종교도 가톨릭교와 정교로 달라졌기에 로마의 적통이 아니라고 주장함은 아전인수격 해석이다. 기원전 753년을 로마 역사의 기점으로 본다면 서로마는 1,200년을, 동로마는 2,200년을 지탱한 것이니 하나의 국가가 이렇게 긴 수명을 영위한 것은 세계사에서 전무후무하다. 게다가 단순한 수명을 넘어 서양문명에서 로마가 차지하는 위상은 대체 불가능할 정도이니 로마 제국은 두고두고 세인들의 관심을 끌 만한 매력적인 역사적 소재가 아니겠는가. 무엇보다 이 장구한 세월을 숱한 위기와 불안정에도 불구하고 힘겹지만 끝끝내 견뎌낸 원동력이 무엇인지를.

 

부록으로 최초의 성문법이라고 불리는 고대 로마의 12표법 전문을 수록하고 있어 이채롭다.

 

생각 이상으로 만족스러운 독서 경험이었고, 이를 토대로 향후 동로마제국 역사서를 훑어보고 기회가 되면 몸젠의 로마사, 마키아벨리의 논고, 로마사의 원형인 리비우스의 저작도 도전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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