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폰스 무하, 새로운 스타일의 탄생 - 현대 일러스트 미술의 선구자 무하의 삶과 예술
장우진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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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계기로 알폰스 무하 전시회를 관람하였다. 전혀 모르던 화가였으나 소개글과 예시 작품에 왠지 모르게 마음이 끌렸다. 내가 회화에 대해 무엇을 알겠는가. 다만 초기의 무하가 창시한 독자적인 무하 스타일은 눈길을 끌만큼 화려하였다. 상업적인 포스터와 상품 디자인 등을 한껏 예술적으로 수준을 높여 버렸다. 이렇게 해버리면 매혹당하지 않을 관객이 누가 있겠으며, 후배 상업 화가들은 어떻게 하라는 건지 난감하겠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나는 잘 몰랐는데, 의외로 아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어 놀랐다. 사무실 직원 한 명도 관심을 보였고, 처남 친구는 애호하는 화가라고 하였다.

 

알폰스 무하의 삶과 예술을 더 음미하고 싶어져 이 책을 골랐다. 전시회에서도 나름 충실하게 소개가 되어 있었지만, 차분하게 살펴보고 싶었다고나 할까. 체코 모라비아 시골 출신의 그가 파리에서 유행을 선도하는 상업 예술가로 큰 인기를 얻었고, 이후 미국과 체코에서 일체의 상업성을 배제한 <슬라브 서사시> 연작 등으로 진정한 예술가로 불후의 영예를 거둔 일생은 그 자체가 극적인 선택의 연속이다.

 

무하의 예술적 성취에 있어 우연과도 같은 인연을 제외하기 어렵다. 그의 재능을 높이 평가해 무명의 그를 후원한 벨라시 백작과 에곤 백작 형제가 없었더라면 그는 계속 변방에 머물러야 했으리라. 여배우 사라 베르나르는 배우와 예술가의 성공적인 윈-윈 협력 관계를 보여준다. 사라 베르나르의 포스터 의뢰가 없었다면, 그리고 무하의 장식적인 포스터 작품이 없었더라면 무하와 사라 둘 다 불후의 명성을 남기지 못하였을 것이다. <지스몽다>, <카멜리아>, <메데>, <햄릿>, <토스카>, <로렌자치오> 같은 포스터는 언뜻 유사한 스타일이지만 그 속에 담긴 인물의 표정과 상징, 배경, 장식은 변주를 통해 독자적인 가치를 드러낸다.

 

아름다운 백합의 화관, 화려한 장식, 정돈된 윤곽선 안에 굽이치는 머릿결과 사실적인 표정. 그것은 사라 베르나르를 나타내는 전형인 동시에 아르누보의 독특한 여인 이미지로 자리 잡아 갔다. (P.80)

 

아내 마리 히틸로바와 그의 자녀의 존재도 무하가 흔들림 없이 자신의 길을 걷도록 지탱해 준 원동력이다. 무하 예술의 보전과 홍보에 지치지 않았던 두 자녀야말로 훗날 무하의 예술이 재평가되는 데 일등 공신이다. 미국인 사업가 크레인은 무하가 생활에 일체 신경 쓰지 않고 <슬라브 서사시> 연작에 몰두할 수 있는 경제적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렇게 보면 무하는 드물게 보는 행운아다.

 

무하는 포스터, 장식 패널, 극장의 무대와 의상, 일러스트, 벽화, 건축, 스테인드글라스, 보석 디자인, 조각, 초상화 이 모든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여주었다. 태양이 프리즘을 통해 그 아름다운 빛을 드러내듯 세계의 영혼은 무하라는 프리즘을 통해 세상에 아름다운 스펙트럼을 펼쳐 놓았다. (P.335)

 

무하는 종합예술가였다. 상업 회화 영역 외에도 무대 예술, 일러스트, 공예, 광고, 디자인 등에서도 뛰어난 성과를 발휘하였고, 삶의 후반기는 순수 회화에 매진하였다. 통상의 미술가가 한두 방면에만 뛰어난 것에 비하면 그의 예술적 재능과 성과는 대단하다고 볼 수 있다.

 

당시의 원색적인 다른 포스터들과는 달리 파스텔 톤의 투명한 색채와 명암으로 채워진 포스터는 비잔틴식 모자이크로 이루어진 배경과 화려한 중세풍의 의상으로 이국적이면서도 장식적인 느낌을 주었다. (P.69)

 

무하 스타일로 불리는 대표적인 아르누보 양식으로 일세를 풍미한 무하의 작품 특징은 장식적인 화려함에 있다. 풍성하고 화려한 중세풍의 드레스, 길게 늘어뜨린 곱슬곱슬한 머리카락, 관 또는 화관으로 장식한 머리모양, 장식적이고 비의적이고 상징적인 배경이 전형을 이룬다. 주인공 여성은 무심하거나 방심한 자태로, 때로는 유혹적인 눈빛으로 관객을 지그시 응시한다. 개인적으로 전기 작품 중에서는 상업 포스터보다 그의 연작 시리즈가 더 흥미롭다. <사계>, <>, <보석>, <예술>, <>, <시간> 4부작 말이다. 같은 듯 다르게 차이를 보이기 위해 화가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상징적 요소를 한껏 추가하였다.

 

슬라브 서사시는 잘 짜인 각본처럼 각각의 장면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5개의 알레고리적인 테마와 5개의 종교적 테마, 5개의 전쟁 장면과 슬라브 문화에 관한 5개의 장면. 그 중 10개는 체코의 역사에서 그리고 나머지는 다른 슬라브 국가의 역사에서 선택된 것이다. (P.254)

 

체코 국민과 무하가 생각하는 예술의 본령은 아마도 후기작에 있으리라. <슬라비아>, <사과를 든 크로아티아 여인>, <슬라브 서사시> 20, <대지를 깨우는 봄>, <황야의 여인>, 그리고 내가 최애하는 <백합의 성모 마리아>. 단지 민족주의와 지역주의라고 치부하지 말라. 그는 슬라브인으로서 정체성을 되새기면서 주체성을 잃지 않되, 평화롭게 공존하는 세계를 지향하였다. 여기서 그는 무하 스타일의 밝고 화려함에서 단순하고 소박하며 색채적인 스타일로 변모하였다. 특히 민족주의를 넘어서서 인류 보편적 사랑을 주제 삼는 작품에서는 신비적 특성이 두드러진다. 그가 양차 세계대전 사이에서 어두운 분위기에서 시대감각을 예민하게 포착하면서도 다가올 세계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결코 잃지 않았다는 점은 특기할 만하다. 그의 마지막 작품인 미완성에 그친 <이성의 시대>, <지혜의 시대>, <사랑의 시대> 3부작이라는 사실 자체가 웅변적이다.

 

1936년부터 인류 보편의 문제를 담고자 시작했던 3부작 <이성의 시대>, <지혜의 시대>, <사랑의 시대>는 결국 미완으로 남았다. 3부작은 그의 생애를 이끌어 왔던 박애적이고 낙천적인 신념을 담아내고 있다. (P.278)

 

이 책은 무하의 삶과 예술세계를 설득력 있고, 충실히 담아내고 있다. 무엇보다 그의 주요 작품 대다수의 도판이 가득 실려 있어 어지간한 도록을 능가할 정도로 그림을 보는 재미도 훌륭하다. 1쇄에서 지적되었던 중요한 오류는 2쇄에서 거의 바로잡혔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은 후 상기 오류를 감안하더라도 구매를 결심하였는데, 많은 오류마저 교정되었으니 더 이상 추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 1쇄와 2쇄 오류 교정 비교

내용

1

2

<사계> 연작 중 그림 명칭 오류 (P.94)

봄과 여름 그림이 바뀌었음

교정 O

<네 개의 별> 연작 중 그림 명칭 오류 (P.105-106)

/샛별/금성/북극성

교정 O

(/금성/북극성/샛별)

욥 담배 종이 회사 광고 포스터 중 연도 오류 (P.131)

1986 1896

교정 X

<담쟁이넝쿨><월계수> 중 영문명과 연도 오류 (P.191-192)

Lanel, 1899 Ivy, 1901

Ivy, 1899 Laurel, 1901

교정 X

<슬라비아><뮤즈>의 색감 (P.268-269)

누렇게 되었음

교정 O

<무하의 딸 야로슬라바>의 색감 (P.330)

누렇게 되었음

교정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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