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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내성적인
최정화 지음 / 창비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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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구나. 최정화 작가의 단편소설집 <지극히 내성적인>을 읽고 든 첫 생각이다. 평온해 보이는 일상 틈새의 미묘한 균열, 불길한 징조를 민감하게 포착해 극대화시켜 묘사하고, 스토리로 만들어내는 건 소설가의 특권이자 그만의 감성이 아닐까 싶다. 이 책에 담긴 열 편의 단편에 드러나듯이. 


나는 인물과 스토리에 몰입해서 두세 시간 푹 빠져 단숨에 읽어내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단편소설집을 즐겨 읽지는 않는다. 단편은 분량은 너무 짧은데 비해 여운은 너무 길어서 자꾸만 멈춰 생각하게 되니까.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오히려 그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각 편은 상대적으로 짧지만 소설 속 장면과 인물은 충분히 눈 앞에 그려지고, 마지막 반전은 임팩트있는 여운을 남긴다. 



내가 소설을 쓸 때 의지하는 것은 흐름에 대한 감각인데, 나는 이야기가 입을 벌렸다가 다무는 느낌을 좋아한다. 물론 변형도 가능할 것이다. 내내 흐물흐물한 미소를 짓다가 마지막에 입을 쫙 벌릴 수도 있다. 특히나 단편소설에서는 인물이나 사건이 그다지 중요한 것 같지 않다. 더 중요한 것은 이야기가 충분히 벌어질 때까지 벌어졌는가, 그리고 완전히 닫혔는가 하는 점이다. (p.271 '작가의 말'에서)



작가의 말이 인상깊었는데, 내가 책을 읽으며 막연하게 느낀 것을 구체적인 언어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단편 중 내가 가장 공감하고 마음에 들었던 건 '구두'와 '오가닉 코튼 베이브'인데, 두 작품 모두 저자의 말처럼 충분히 벌어져 독자가 이야기에 푹 빠졌다가 마지막 두어 문단에 한방 맞은 듯한 느낌을 충분히 받았다. 다만 어떤 작품들은 등장인물의 행동이 이해가지 않는 면도 있었는데, 임팩트 있는 결말을 위한 의도인지 내가 등장인물들에 충분히 몰입하지 못해서인지 잘 모르겠다. 


저자가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이나 그만이 포착해내는 순간들에 공감한다. 장편소설 단행본이 나온다면 기쁘게 읽어보고 싶은 작가 중 한명으로 기억해둬야겠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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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상한 빵집과 52장의 카드 / 요슈타인 가아더 


  <소피의 세계>의 저자 요슈타인 가아더의 <카드의 비밀>이 새로운 이름을 달고 출판되었다. 열두 살 소년이 아버지와 함께 여행하면서 만난 노인, 늙은 제빵사로부터 받은 빵 속에서 돋보기로만 읽을 수 있는 작은 책이 발견되는데, 그 책 속의 환상적인 이야기와 소년의 실제 삶이 뒤엉키며 전개된다고.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에서 왔는가, 이 세계는 어디에서 시작된 것인가 하는 철학적 질문과 성찰을 소설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하니 안 읽어볼 수가 없다. 







  지상의 마지막 여친 / 사이먼 리치


 푸른 봄 하늘이 떠오르는 산뜻한 표지다. 하느님을 천국 주식회사 CEO로 설정한 전작 <천국 주식회사>를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저자 이름을 보자마자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D 

유머러스한 단편 서른 편을 모은 코믹 단편집인데, 저자의 이력이 독특하다. 하버드를 졸업하고 SNL의 최연소 작가로 4년간 근무할 당시 3년 연속으로 에미상 후보에 올랐다고. 포브스 선정 '30세 이하 30인'에도 선정되었다니 그의 단편이 얼마나 창의적이기에 젊은 세대에게 이토록 어필할 수 있었는지 더욱 궁금해진다. 게다가 볕 좋은 날 펼치고 읽기도 딱 좋은 콤팩트한 두께! 




  


  네가 길을 잃어버리지 않게  /  파트릭 모디아노 


  

  내가 읽어본 파트릭 모디아노의 책은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뿐이기 때문에 저자의 작품 스타일이 어떤지 얘기하긴 어려울 것 같다. 다만 노벨 문학상을 받은 작가의 책 치고는 굉장히 쉽게 읽히고 임팩트도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아 이래서 잊지 않으려면 서평을 써둬야 하는 건데) '미로같은 세계 속에서 길을 잃는' 그의 소설세계를 다시 한번 경험하고 싶다.






  당신이 남겨두고 간 소녀  /  조조 모예스


  이젠 내게 '믿고 보는 작가'가 된 조조 모예스. 그의 새책이 나왔는데 모르고 있었다니! 다른 건 몰라도 사랑사랑하는 로맨틱한 소설로 기분 전환하고 싶을 때는 탁월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미 비포 유>, <원 플러스 원>, <허니문 인 파리>에 이어 이번엔 1차 세계대전 당시의 여성과 2006년의 여성이 등장한다. 그림 한 점을 통해 두 여인에게 연결 고리가 생긴다는 점에서는 전작 <허니문 인 파리>와 비슷한 구조일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은 '사랑'이 답이라는 것도 빤히 예상되는 결말이지만 그래도 읽는 과정이 즐거운 게 바로 로맨스 소설이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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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터캐리]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시스터 캐리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36
시어도어 드라이저 지음, 송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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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힘은 놀랍다. 백년 전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눈물 흘리게 한다. 한 세기 전을 살던 사람들의 모습에서 오늘날 우리의 모습을 본다. 젊은 남성의 여성에 대한 욕망, 중년 남성의 젊음에 대한 갈망, 매력적인 여인을 사이에 둔 두 남자의 질투어린 신경전, 유행과 패션, 돈과 사회적 지위와 화려함, 무대 위의 스포트라이트와 찬사까지 탐욕스럽게 욕망하는, 감정이 풍부하고 영리하며 매력적인 한 여자. 


  


소설의 배경이 되는 1900년대 미국은 남북 전쟁 후 재건이 시작된 산업화 시기이다. 다양한 지역에서 온 이민자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수공업에서 공장 생산으로 옮겨가 기술과 교통수단의 발전이 이루어지며, 노조가 조직되어 파업이 시작되던 때이기도 하다. 소설을 쓴 시어도어 드라이저도 독일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나 가난과 종교적 엄숙함 속에서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냈다는데, 그래서인지 소설 속 묘사가 더욱 생생하게 느껴진다. 


여주인공 캐리는 일자리를 찾아 갓 상경한 시골 처녀다. 시카고행 기차에서 알게된 영업사원 드루에를 통해 도시의 화려한 삶을 동경하게 된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생활고에 찌든 언니 부부에 1차 충격, 주급 4달러 50센트에 신발 공장 생산라인에서 허리아프게 일하며 환상은 산산조각이 난다. 우연히 거리에서 재회한 드루에의 욕망과 캐리의 돈에 대한 갈망이 맞닿아 둘은 살림을 차리게 된다. 


안락한 삶에 무료함을 느낄 무렵, 사교계 중심에 위치한 바의 지배인이자 중년의 유부남 허스트우드와의 밀애가 시작된다. 드루에는 애송이로 여겨질 만큼 맵시있는 그의 사교 스킬과 사회적 지위는 캐리의 욕망에 불을 지피고, 허스트우드는 젊고 아름다운 애인에 눈 멀어 가정과 직장을 포함한 모든 사회적 지위를 포기하고 캐리와 함께 뉴욕으로 도주한다. 이후의 내용은 캐리가 브로드웨이에서 여배우로 성공하는 과정과 허스트우드가 실직 후 빈민층으로 전락하는 모습을 대조적으로 보여 준다. 


백년 전에 씌여진 소설이지만 단순한 스토리 덕에 낯설지 않고 스피드있게 읽힌다. 작가의 섬세한 묘사는 독자로 하여금 한 세기 전 미국 사회의 모습을 실감나게 체험하게 한다. 소설이 출판된 당시에는 도덕적 엄숙주의를 깬 충격적인 내용에 비난과 격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고 한다. 요즘 막장 드라마의 스토리를 시어도어 드라이저가 예견할 수 있었다면 <시스터 캐리> 출간 후 십년간 절필할 정도로 충격에 빠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미래의 우린 그의 더 많은 작품을 접할 수 있었을지도 모를텐데, 아쉽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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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몇십분이었겠지만 서재 개설 이래 최초로 메인에 잠깐 뜬 기념으로다가

방문자 수도 처음으로 두 자릿수 기록

아말의 서재 역사상 의미있는 오늘을 기념해 '잡담' 카테고리 신설




#드디어나도! #메인인증 #나도알아촌스러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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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3-03 18: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머! 갑자기 저도 기분이 좋아지는데요. ㅎㅎㅎ (동서문화사 의문의 1패)

아말 2016-03-03 21:59   좋아요 0 | URL
Cyrus님 댓글 보고 빵터졌네요. 센스쟁이십니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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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락하는 모든 것들의 소음 / 후안 가브리엘 바스케스


 국내에는 처음 소개되는 콜롬비아 차세대 작가로, 각종 문학상을 휩쓸며 '라틴 아메리카 문학의 새로운 목소리'라는 호평을 받았다고 한다. 이 소설은 의문의 죽음을 당한 한 남자와 그의 과거를 되짚어가는 과정으로 콜롬비아 암흑기를 재현한다. 중남미 문학은 많이 접해보지 못했지만 호기심에 한번 읽어 보고 싶은 책.









    그랜드마더스 / 도리스 레싱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영국 작가 도리스 레싱, 그의 중편소설 네 편이 담겨 있는 책이다. 출판사 책소개에 따르면 "서로의 십대 아들과 사랑에 빠지는 두 여자의 이야기, 우연한 사건들이 겹쳐 중산층 백인 남자의 아이를 가지게 된 하층민 흑인 여자의 이야기, 가상의 풍요로운 고대국가인 로다이트 왕조의 이해할 수 없는 쇠락사,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영원한 사랑이라 믿고 싶은 운명에 휘말려 평생 자신의 사생아를 기다리는 영국 군인의 이야기"를 통해 사랑과 인생에 대해 논한다.








  떠오르는 아시아에서 더럽게 부자되는 법 / 모신 하미드


 제목부터 통통튀는 이 책은 자기계발서의 2인칭 서술 방식을 차용한 독특한 소설이다. 저자는 파키스탄계로 미국에서 자랐다. 책소개만으로는 무슨 내용인지 잘 모르겠으나,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갈지 궁금해지는 책이다.









  별을 타는 아이 / 얀도


  어른들을 위한 동화. 띠지에는 "어린 왕자처럼 다가오는 삶의 쉼표같은 동화"라고 적혀 있다. 

  우정, 인간다움, 꿈의 실현에 대해 이야기 한다고. 때론 단순한 이야기가 깊은 울림을 주는 법이다.






  




   핀치&바이올렛 / 제니퍼 니븐


  표지가 너무 예쁘다. 영화로도 만들어진단다. 그래서 고른 책은 아니고, 

  날씨도 풀리고 곧 봄바람이 불텐데 스토리 강한 사랑 이야기가 읽고 싶어 리스트에 살짝 끼워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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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의딸 2016-03-02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악, <주저하는 근본주의자>의 모신 하미드 새 책이 나왔는데, 저는 왜 몰랐을까요. 아말 님의 추천을 보고 저도 급 추가합니다. <떠오르는 아시아에서 더럽게 부자되는 법> 신간평가 도서로 선정되지 않더라도 꼭 읽어보려구요.

아말 2016-03-02 16:25   좋아요 0 | URL
모신 하미드가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가 아니었군요! 말씀하신 <주저하는 근본주의자>도 궁금해지네요. 읽어봐야겠습니다^^

CREBBP 2016-03-02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떠오르는 아시아에서..>를 강력하게 밀고 있습니다.~

아말 2016-03-02 21:31   좋아요 0 | URL
좋습니다! 꼭 선정되었으면 좋겠어요. 흐흐흣

cyrus 2016-03-02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학동네는 콜롬비아 작가를 `제2의 마르케스`로 염두하고 홍보할 생각인가 봐요. 이 책의 반응이 좋으면 바스케스의 또 다른 작품들이 소개될 것 같습니다. ^^

아말 2016-03-02 21:35   좋아요 0 | URL
시리즈처럼 하나씩 하나씩 나올 것 같은 느낌이에요. 이렇게 많은 책을 쓴 작가의 책이 한국에는 이제 처음 소개된다니. 정말 세상은 넓고 작가는 많은가봐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