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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하면 따져봐 - 논리로 배우는 인권 이야기
국가인권위원회 기획, 최훈 지음 / 창비 / 2014년 12월
평점 :
김두식 교수의 <불편해도 괜찮아>를 재미있게 읽은 독자라면 그 후속편인 <불편하면 따져봐>가 발간되었다는 소식이 반가울 것이다. <불편해도 괜찮아>가 인권 침해 현실을 고발하고 소수자들의 이해를 높이기 위함이었다면, 이 책은 그런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적극적인 논리를 제공하고 논의의 장을 열기 위함이라 한다. 논리학 베스트셀러 저자가 집필했다는 출판사의 소개에, 전편보다 실생활에적용 가능한 논리가 등장할 것이라 기대하게 된다.
책은 12편의 글로 이루어져 있다. 사생활 간섭, 표현의 자유, 학생 인권, 양심적 병역 거부, 여성 차별, 동성애 편견, 지역, 인종, 학력차별, 장애인, 피의자 인권, 사형제도와 심지어 동물권에 이르기까지 한 번 쯤은 듣고 의문점을 가졌을 법한 주제들이다. 불편하면 조목조목 따져보는, 저자의 말처럼 '따지스트'가 되어보자는 마음으로 하나씩 읽었다.
오류인지 모르고 저질렀는 실수의 실례가 조목조목 반박된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올해는 취직해야 할 텐데.", "결혼은 언제 할거니?", "아이는 안 가져?" 무심코 던지는 친척의 말.
이효리, 이상순 부부가 결혼 첫 명절에 해외여행을 갔다는데 못마땅해하는 네티즌의 악플.
술을 거절하는 사람에게 "술도 못 마시는 게 남자야?"하고 자신만의 남자관을 강요하는 사람.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낱말의 뜻을 자신만의 방식대로 재정의하고 거기에 맞지 않는다고 상대방을 비판하는 '은밀한 재정의의 오류'를 저질렀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의도와는 관계없이 듣는 사람은 불쾌해 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는 것.
"그렇게 짧은 치마를 입어도 돼?"라고 말한 사람은 여자를 염려해서 그런 말을 했다고 하겠지만, 이런 말은 상대방에게 수치심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성희롱으로 판단합니다. 다양한 성희롱 예방 교육을 통해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사생활 간섭도 성희롱처럼 의도와 다르게 상대방에게 수치심을 줄 수 있습니다. 결혼하지 못한 것에 대해 또는 아이를 낳지 못한 것에 대해 콤플렉스가 있는 사람들은 "왜 결혼 안 해?"나 "왜 아이 안 가져?"라는 질문을 받으면 충분히 수치심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성희롱이 인권의 문제인 것처럼 사생활 침해도 인권의 문제가 됩니다. (37쪽)
어리석은 사상과 표현도 인권의 권리로 보장되어야 하는 이유, 두발과 복장이 단정해야 학생다운 모습이라고 주장할 수 없는 이유, 유독 한국에만 '된장녀'가 많아 보이는 이유, 학력 차별을 비난해야 하는지 옹호해야 하는지, 피의자의 얼굴과 신상 공개 여부를 결정하는 문제 등, 책이 제시하는 길을 따라가며 함께 고민하다 보면 더욱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누군가가 나를 가두어두면 괴로운 것처럼 저 흑인도 가두어두면 괴로울 것이라고 역지사지하는 것, 그게 바로 이성적인 사고이고 윤리적 판단의 기본(273쪽)"이라는 말처럼, 내가 상대방 입장에 처했을 때 억울하다고 느낄 만한 일이면 '인권 침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이제 좀 흐름에 익숙해 질만 하니 급하게 마무리되는 것 같아 아쉽긴 하지만, 우리가 미처 생각 못하고 저질렀던 오류를 다시 짚어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 더불어 논리학에서 쓰이는 오류에 대해서도 다양하게 접할 수 있는 책이라는 데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