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정원 - 안티 - 스트레스 컬러링북 조해너 배스포드 컬러링북
조해너 배스포드 지음 / 클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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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정원>을 시작으로 안티 스트레스 컬러링북이 유행한다기에, 호기심에 서점을 찾았다.

파버카스텔 색연필을 구하기가 어려울 정도! 책방 여러 곳을 순회한 끝에 36색 색연필이 내 품에 왔다♡



컬러링에 몰입해 모든 근심을 잊어보리라! 마음 먹었다. 

12색도 24색도 아닌 무려 36색 색연필도 준비되어 있으니, 색깔이 부족하진 않겠지.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내가 원하는 색깔로, 원하는 곳에 색칠하며 나만의 비밀의 정원을 완성해 나간다. 

그런데.. 창의력의 한계일까, 미적 감각이 부족해서일까, 36색 색연필의 컬러가 턱없이 부족하게 느껴진다.

비싸더라도 48색을 샀어야 했나, 뒤늦은 아쉬움이. 

난 이제, 잎은 초록색이어야 하고 꽃은 붉은색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굳어진 어른이 되어 버렸나.



색연필 가짓수를 늘릴 수 없으니, 수성사인펜을 활용해 보기로 한다.

스테들러 화인라이너로 꽃과 잎의 테두리를 진하게 칠해주니 한결 다채로워진다.



어느 정도 성취감은 있다. 백지에 불과하던 밑그림이 내 손을 거쳐 색색의 식물들로 살아나는 느낌.

그런데 장시간 고개를 푹 숙이고 색칠에 몰두하다 보니 어깨와 목이 결린다. 

무슨 색을 칠해야 할지 고민도 되고, 안티 스트레스 하려다 도리어 스트레스 받을 수도 있다.


평소 대화가 부족했던 가족, 친구, 아이들과 둘러 앉아 도란도란 얘기하면서 함께 색칠하면 힐링 효과가 클 것 같다.

난 여동생이 떠올랐다. 어릴 적 머리를 맞대고 오순도순 색칠공부하던 추억이 떠오른다.  

이번 명절엔 고향집에 가지고 내려가야지. 온가족이 둘러앉아 정원을 완성시켜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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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럴파크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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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욤 뮈소의 소설은 나올 때마다 사서 읽는다. 작가의 모든 작품을 읽었지만 설정과 줄거리만 조금 다를 분 전반적인 분위기나 긴박감, 교훈 등은 거의 비슷비슷해서, 사실 제목과 내용이 잘 연결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도서관 대출 순서를 기다리지 못하고 성격 급하게 사서 읽는 이유는, 두어 시간 동안은 분명히 `재미`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모든 걸 잊고 `몰입`할 수 있다. 읽고 나서 중고서점에 다시 되파는 한이 있더라도 출간되자마자 구매한다. 비슷한 작가로는 로버트 랭던의 목숨을 건 모험을 다루는 댄 브라운, 해리포터 이후로 `로버트 갤브레이스`라는 가명으로 성인을 대상으로 한 미스터리물을 써내는 조앤 K. 롤링 정도.

<센트럴파크>도 작가의 전작들처럼 전개속도가 빠르고 박진감 넘친다. 목표가 생기면 물불 가리지 않고 달려들고, 스마트하고, 섹시한 여성이 등장해 평범하지만 매력이 넘치는 남성과 파트너가 되어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나간다. 물론 그들의 뒤에는 후방에서 전적으로 도와줄 조력자들이 있어 전화만 하면 24시간 내 무슨 정보든 찾아서 알려준다. 사건이 해결되면 두 남녀는 서로에게 호감을 느낀다. 때론 스릴러 같고, 판타지소설 같기도 하지만 로맨스의 달달함도 빠지지 않는다. 그러나 거기까지. 이번에도 읽고 나서 다시 되팔게 될 것 같다^^; 작가가 이제는 기존 패턴을 벗어나 새로운 도전을 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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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씨앗 - 제인 구달의 꽃과 나무, 지구 식물 이야기
제인 구달 외 지음, 홍승효 외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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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첼 카슨, 제인 구달 박사, 최재천 교수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대중의 언어로 이야기 할 줄 아는 생물학자라는 것. 과학자가 되기엔 너무 인문계생이었던 내가 롤모델을 찾기 위해 애쓰던 생물학과 재학 시절 존경하던 인물들이다. 구달 박사의 저작을 읽은 건, 대학교 2학년 때 읽었던 <희망의 이유> 이후 처음이다.
책은 4부로 이루어진다. 1부는 자연에 대한 구달 박사의 사랑을 고백하는 챕터라면, 2부는 수렵과 채집, 원예에 대한 역사를 소개하며 자연이 인간에게 베푸는 선물에 대해 이야기한다. 반대로, 3부에서는 인간들이 식물을 오용하고 왜곡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마지막 4부에서는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소개하고, 다시 한번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책을 읽으면 자연을 향한 저자의 순수한 사랑을 느끼게 된다. 아주 당연한 이야기도 그가 이야기하면 생경하게 다가오니 신기한 일이다. 저자의 관점으로 식물들을 바라보며 그의 감탄에 나도 모르게 동화된다.
"우리가 내쉬는 숨은 식물이 이산화탄소를 포획할 때 그들에게 영양분을 주며, 식물이 내쉬는 숨은 우리가 (또 그들이) 호흡할 수 있게 한다. 얼마나 놀라운지, 참으로 경외심을 불러일으킨다. 이산화탄소 1컵에 물 몇 수저, 햇빛 한 줄기를 섞기. 이것은 조류(algae)와 비슷한 형태의 다른 식물의 삶을 지탱하는 음식의 궁극적이며 유일한 조리법이다." (본문 43쪽)

때로는 산들산들 바람이 불어오는 울창한 숲 속에 누워있는듯, 독자를 자연 현장에 초대하기도 한다.
"작고 유속이 빠른 개울가에 앉아서 냇물이 호수로 흘러가는 도중에 굴러 떨어지며 내는 콸콸 소리를 듣는 것을 몹시 좋아한다. 아니면 등을 대고 누워 바람이 머리 위 높이 달린 가지와 잎사귀들을 휘저을 때, 가지 사이로 하늘의 작은 알갱이들이 별처럼 반짝이는 우거진 나뭇가지들 꼭대기를 올려다 보는 것을 몹시 좋아한다. 나는 숲의 음성을 매우 잘 알게 되었다. 바쁘게 계속 자기 일을 하는 작은 생명체들의 가벼운 바스락거림, 곤충이 비행할 때 윙윙거리며 씽 도는 소리, 매미의 날카로운 음성, 새들의 노래, 멀리서 들리는 수컷 비비의 울음소리. 모퉁이를 돌며 미끄러지는 타이어의 끼익 소리와 엔진 회전소리, 술에 취해 지르는 비명이 도시 사람들에게 친숙한 만큼이나 숲 사람들에게 친숙한 모든 다른 소리들. 그곳에는 비가 내릴 때 자리에 앉아 나무 잎사귀 위로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초록색, 갈색의 식물들과 부드러운 회색의 공기로 이루어진 흐릿하고 불가사의한 세계에 둘러싸였다고 느낄 수 있는 순간이 존재한다." (본문 92쪽)

특별히 인상깊게 읽었던 부분은 '식물사냥꾼들'과 '씨앗'에 대한 장이었다. 18-19세기, 새로운 식물종을 발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대륙을 탐험하던 식물학자, 모험가들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새로운 꽃과 모종을 얻기 위해 열띤 경쟁을 벌였던 유럽인들, 새로운 종을 무사히 본국에 들여오기 위한 식물사냥꾼들의 사투, 고고학자가 발견한 2000년 전 씨앗을 발아시킨 이야기(심지어 이름이 '므두셀라'라니! 성경에서 가장 장수한 인물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산불이 일어나야만 싹이 트는 놀라운 식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읽을 때에는 아예 구글 검색을 켜 놓고 주인공들의 모습을 확인할 정도였다. 토용나리(Lilium superbum), 달리아 덩이줄기(Dahlia tuber), 튤립(Tulip) 구근,  Erica verticillata, Serruria florida, Bee orchid, Vanilla planifolia, Pu gong ying… 적극적인 독서를 가능케 하는 구달 박사의 능력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책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듯한 식물들의 모습에 매료될 즈음, 저자는 식물을 오용하는 우리 인간들의 어리석음을 지적한다. 대마, 양귀비, 코카나무, 페요테 선인장, 담배, 궐련… 대규모 경작을 위한 농장에서 벌어지는 잔인한 학대, 무분별한 채집으로 식물을 멸종에 이르게 하는 인간들, 이도 모자라 식량 생산성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곤충을 죽게하는 GMO(유전자 변형 농산물), 그리고 내성을 가진 슈퍼버그, 슈퍼 잡초의 등장.


나는 "지구는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은 것이 아니다. 후손들에게서 빌린 것이다."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불행히도 이 말은 더 이상 진실이 아니다. 우리는 지구를 빌린 것이 아니라, 훔쳤다. 아직도 아이들의 미래를 훔치고 있다. (본문 442쪽)

그럼에도 구달 박사는 식물이 가진 생명력과 의지를 희망의 이유로 꼽는다. 죽음을 거부하는 할머니 나무가 있고, 원자 폭탄에서도 생을 놓지 않은 나무가 있다. 9.11 테러에서 살아남은 나무는 지금도 그라운드 제로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구환경을 우리의 아이들에게서 빼앗아 소모해버린 탐욕스러운 세대, 인간들의 모습에 부끄러움을 느낀다. 구달 박사의 말대로, 식물들이 '공정한 대우'를 받을 수 있길, 너무 늦기 전에 '내'가 그들을 구할 수 있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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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하면 따져봐 - 논리로 배우는 인권 이야기
국가인권위원회 기획, 최훈 지음 / 창비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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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식 교수의 <불편해도 괜찮아> 재미있게 읽은 독자라면  후속편인 <불편하면 따져봐> 발간되었다는 소식이 반가울 것이다. <불편해도 괜찮아> 인권 침해 현실을 고발하고 소수자들의 이해를 높이기 위함이었다면 책은 그런 현실을 극복할  있는 적극적인 논리를 제공하고 논의의 장을 열기 위함이라 한다논리학 베스트셀러 저자가 집필했다는 출판사의 소개에전편보다 실생활에적용 가능한 논리가 등장할 것이라 기대하게 된.

 

책은 12편의 글로 이루어져 있다사생활 간섭표현의 자유학생 인권양심적 병역 거부여성 차별동성애 편견지역인종학력차별장애인피의자 인권사형제도와 심지어 동물권에 이르기까지   쯤은 듣고 의문점을 가졌을 법한 주제들이다불편하면 조목조목 따져보는저자의 말처럼 '따지스트' 되어보자는 마음으로 하나씩 읽었.

 

오류인지 모르고 저질렀는 실수의 실례가 조목조목 반박된다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올해는 취직해야  텐데.",  "결혼은 언제 할거니?", "아이는  가져?" 무심코 던지는 친척의 .

이효리이상순 부부가 결혼  명절에 해외여행을 갔다는데 못마땅해하는 네티즌의 악플.

술을 거절하는 사람에게 "술도  마시는  남자야?"하고 자신만의 남자관을 강요하는 사람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낱말의 뜻을 자신만의 방식대로 재정의하고 거기에 맞지 않는다고 상대방을 비판하는 '은밀한 재정의의 오류' 저질렀다는 점이다 하나는 의도와는 관계없이 듣는 사람은 불쾌해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는 .

 

"그렇게 짧은 치마를 입어도 ?"라고 말한 사람은 여자를 염려해서 그런 말을 했다고 하겠지만이런 말은 상대방에게 수치심을 일으킬  있으므로 성희롱으로 판단합니다다양한 성희롱 예방 교육을 통해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인지하고 있습니다사생활 간섭도 성희롱처럼 의도와 다르게 상대방에게 수치심을   있습니다결혼하지 못한 것에 대해 또는 아이를 낳지 못한 것에 대해 콤플렉스가 있는 사람들은 " 결혼  ?" " 아이  가져?"라는 질문을 받으면 충분히 수치심을 느낄  있으니까요그렇다면 성희롱이 인권의 문제인 것처럼 사생활 침해도 인권의 문제가 됩니다. (37)

 

어리석은 사상과 표현도 인권의 권리로 보장되어야 하는 이유두발과 복장이 단정해야 학생다운 모습이라고 주장할  없는 이유유독 한국에만 '된장녀' 많아 보이는 이유학력 차별을 비난해야 하는지 옹호해야 하는지피의자의 얼굴과 신상 공개 여부를 결정하는 문제 책이 제시하는 길을 따라가며 함께 고민하다 보면 더욱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누군가가 나를 가두어두면 괴로운 것처럼  흑인도 가두어두면 괴로울 것이라고 역지사지하는 그게 바로 이성적인 사고이고 윤리적 판단의 기본(273)"이라는 말처럼,  내가 상대방 입장에 처했을  억울하다고 느낄 만한 일이면 '인권 침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이제  흐름에 익숙해 질만 하니 급하게 마무리되는  같아 아쉽긴 하지만우리가 미처 생각 못하고 저질렀던 오류를 다시 짚어볼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더불어 논리학에서 쓰이는 오류에 대해서도 다양하게 접할  있는 책이라는 데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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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 주식회사
사이먼 리치 지음, 이윤진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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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같은 시기에 딱 어울리는 유쾌한 소설을 만났다. 아이디어가 통통 튀는, 읽으면서 무한 상상하게 되는 즐거운 소설. 유머 작가이자 극작가인 사이먼 리치의 <천국주식회사>다.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는 하느님이고 직원들은 천사다. 지구 사업에 회의감을 느낀 CEO는 돌연 전직을 선언하고, 인류의 종말을 막기 위해 천사들이 고군분투한다는 줄거리가 독특했다. 

 

주인공 크레이그는 천국의 기적부에서 컴퓨터를 통해 기적 가능성 알람을 확인하고 지구에 소소한 기적을 만드는 일을 한다. 8월의 뜨거운 더위에 지친 소년, 소녀에게는 소화전을 살짝 터트려 물벼락을 선사하기도 하고, 중년 여성의 낡은 점퍼 주머니에서 지폐 뭉치를 발견하게 한다거나, 오랜만에 마주친 동창의 이름을 기억해 내려 애쓰는 중년 남성에게 생각해낼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는 등 '기적 코딩'을 통해 인간들의 삶에 간접적으로 개입한다. 뜻밖의 행운에 즐거워하는 인간들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

   

"대부분의 천사들은 자신을 예술가라고 여겼다. 우아함을 위해 분투하는 섬세한 장인 말이다. 그들의 목표는 최대한 눈에 안 띄게 존재하면서 세상을 절묘하고 품위 있게 바꾸는 것이었다." (83쪽)

  

한편, 기도 수취부 계약직 사원이던 일라이자는 긴급도에 따른 7등급 기도 분류체계를 구축한 성과를 인정받아 기적부 천사로 승진해 크레이그의 후배가 된다. 하느님의 집무실에서 우연히 자신이 분류한 인간들의 기도가 읽혀지지 않은 채 쌓여있는 것을 보고 기겁한 일라이자는 홧김에 '그럴 거면 사업을 접는 게 어떠냐'고 내뱉는다. 다음 날 천사들의 메일함에는 한 달 후 지구를 파괴할 것이라는 CEO의 메시지가 도착한다.

  

지구의 멸망을 막기 위해 크레이그와 일라이자는 하느님과 내기를 한다. 무작위로 쌓여있는 기도리스트에서 한 가지 기도를 이뤄줄 수 있다면 지구멸망 결정을 철회하기로 한 것. 학창시절 첫 눈에 반했지만 서로에게 용기를 내지 못했던 남녀, 샘과 로라의 사랑이 기적처럼 이뤄져야만 한다.

 

"두 인간을 정확히 같은 시간에 정확히 같은 장소로 모이게 만들기 위해서는 수백 가지의 변수들을 조정해야 했다. 그건 창의성, 정확한 타이밍, 구역질 나올 정도의 방대한 조사량이 요구되는 일이었다. 세부 사항 중 어느 하나라도 망치면, 모든 게 헛수고가 됐다. (중략) 서로 떨어져 있는 거리는 채 여섯 블록이 안 됐다. 그러나 뉴욕시티에서는 여섯 블록이 6광년이나 마찬가지였다. 이 두 사람은 벽 841개와 100,000명 이상의 사람들을 사이에 둔 채 떨어져 있는 셈이었다." (184쪽)

  

체감거리가 6광년쯤 되는 두 사람이 '우연히' 마주쳐 '우연히' 서로에게 말을 걸고 사랑에 빠진다는 건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다. 천사들은 이를 '기적'이라 부른다. 지구에 있는 샘과 로라를 만나게 하기 위해 수만 가지 가능성을 조정하는 천사 크레이그와 일라이자의 모습을 보니, 현실세계 속 연인, 친구, 가족, 동료들과의 만남도 어쩌면 우연이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분량도 많지 않고, 스토리도 단순해 술술 읽힌다. 천국주식회사의 모습이 자연스레 상상된다. 깊이와 허를 찌르는 반전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표지도 내용도 연말과 꽤 잘 어울린다. 내 주변 사람들을 돌아보게 하고 마음 따뜻하게 하는 유쾌한 소설. 머리도 식힐 겸 천국으로의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솔라 레스토랑에서 아시안퓨전요리를 먹고 있는 크레이그와 일라이자를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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