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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터 캐리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36
시어도어 드라이저 지음, 송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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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힘은 놀랍다. 백년 전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눈물 흘리게 한다. 한 세기 전을 살던 사람들의 모습에서 오늘날 우리의 모습을 본다. 젊은 남성의 여성에 대한 욕망, 중년 남성의 젊음에 대한 갈망, 매력적인 여인을 사이에 둔 두 남자의 질투어린 신경전, 유행과 패션, 돈과 사회적 지위와 화려함, 무대 위의 스포트라이트와 찬사까지 탐욕스럽게 욕망하는, 감정이 풍부하고 영리하며 매력적인 한 여자. 


  


소설의 배경이 되는 1900년대 미국은 남북 전쟁 후 재건이 시작된 산업화 시기이다. 다양한 지역에서 온 이민자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수공업에서 공장 생산으로 옮겨가 기술과 교통수단의 발전이 이루어지며, 노조가 조직되어 파업이 시작되던 때이기도 하다. 소설을 쓴 시어도어 드라이저도 독일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나 가난과 종교적 엄숙함 속에서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냈다는데, 그래서인지 소설 속 묘사가 더욱 생생하게 느껴진다. 


여주인공 캐리는 일자리를 찾아 갓 상경한 시골 처녀다. 시카고행 기차에서 알게된 영업사원 드루에를 통해 도시의 화려한 삶을 동경하게 된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생활고에 찌든 언니 부부에 1차 충격, 주급 4달러 50센트에 신발 공장 생산라인에서 허리아프게 일하며 환상은 산산조각이 난다. 우연히 거리에서 재회한 드루에의 욕망과 캐리의 돈에 대한 갈망이 맞닿아 둘은 살림을 차리게 된다. 


안락한 삶에 무료함을 느낄 무렵, 사교계 중심에 위치한 바의 지배인이자 중년의 유부남 허스트우드와의 밀애가 시작된다. 드루에는 애송이로 여겨질 만큼 맵시있는 그의 사교 스킬과 사회적 지위는 캐리의 욕망에 불을 지피고, 허스트우드는 젊고 아름다운 애인에 눈 멀어 가정과 직장을 포함한 모든 사회적 지위를 포기하고 캐리와 함께 뉴욕으로 도주한다. 이후의 내용은 캐리가 브로드웨이에서 여배우로 성공하는 과정과 허스트우드가 실직 후 빈민층으로 전락하는 모습을 대조적으로 보여 준다. 


백년 전에 씌여진 소설이지만 단순한 스토리 덕에 낯설지 않고 스피드있게 읽힌다. 작가의 섬세한 묘사는 독자로 하여금 한 세기 전 미국 사회의 모습을 실감나게 체험하게 한다. 소설이 출판된 당시에는 도덕적 엄숙주의를 깬 충격적인 내용에 비난과 격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고 한다. 요즘 막장 드라마의 스토리를 시어도어 드라이저가 예견할 수 있었다면 <시스터 캐리> 출간 후 십년간 절필할 정도로 충격에 빠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미래의 우린 그의 더 많은 작품을 접할 수 있었을지도 모를텐데, 아쉽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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