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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법이 될 때 - 법이 되어 곁에 남은 사람들을 위한 변론
정혜진 지음 / 동녘 / 2021년 9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은 김용균, 태완이, 구하라, 민식이, 임세원, 사랑이, 김관홍, 그리고 그들과 연결된 모두의 이름에서 발견한 '닮음'이 어떻게 법과 문화와 언어를 바꿔나가는지를 담고 있다. 11쪽
추천인의 글 귀 한 구절입니다. 이 문장이 계속 제 머릿속을 맴돕니다. 하나의 법이 탄생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난항이 있었을지, 얼마나 인내하며 긴 세월 싸웠을지 알게 됩니다. 그리고 법의 보호를 당연히 받아야 하는 이들과 법이라는 이름을 악용하는 이들의 사례를 보면서 착잡한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법' 그것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이 책의 저자 정혜진 변호사는 기자로 활동하다가 변호사가 되었고, 우리 사회의 이름법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자료를 수집하고, 인터뷰를 하며, 자문을 얻으며서 책 한 권을 냈습니다. [이름이 법이 될 때]바로 이 책이지요. 저도 언론을 통해 위에서 언급된 7인의 이름은 익히 알고있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이들 법이 무엇인지, 어디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제정되었는지, 그 과정은 적법하였는지, 법 제정에 따른 어려움은 무엇이었는지, 등 궁금했었는데 이 책을 통해 상세히 알 수 있었습니다.
일하다 죽지 않을 권리 김용균법
IMF 이후 우리의 노동 시장은 비정규직 혹은 하청 근로자가 엄청나게 생성되었고, 그들은 늘 안전의 사각지대에서 일해 왔습니다. 그들의 죽음은 일상처럼 먼지처럼 그렇게 알려지지 않았고, 잊혀져갔습니다. 우리 시대의 젊은 청년들이 열악한 근로 환경에서 목숨을 잃어가는 상황에 놓여있었습니다. 저도 군대간 아들이 있는 엄마라 앞날이 창창했을 한 젊은이의 안타까운 죽음에 분개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영원의 시간 속에 살다 태완이법
처음 태완이 사건을 접했을 때 너무나 가슴 아팠습니다. 그 어린아이가 고통 속에서 숨을 거뒀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아마 저와 같은 감정을 느끼신 분들이 많으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더 안타까웠던 사실은 태완이 부모님이 16년간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노력이 기각으로 끝난 상황이었습니다. 이 소식이 대중에게 알려지면서 관련자들은 여론의 몰매를 맞게 되고, 그제서야 태완이법을 통과시켰습니다.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태완이를 위해 노력했던 이 법이 정작 태완이는 혜택 받지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16년 그 긴 세월 법 제정을 위해 달려왔을 태완이 어머님의 그 허탈함을 어찌 말로 다할 수 있을까요?
부모의 자격, 상속의 자격 구하라법
이 부분을 읽으면서 법이 참 야속하고 웃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식을 낳기만 하면 부모인가? 부양의 의무도 책임도 지지 않은 이가 자식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돈부터 챙겨가는 비정한 부모들을 법이 앞장서서 보상해주는 꼴이라니...
어린이가 어른이 되려면 민식이법
민식이법은 처음 여론의 힘을 입어 크게 방향을 불러일으키다가 가해자가 규정 속도로 달렸다는 CCTV가 공개되면서 여론의 몰매를 맞은 법입니다. 자식을 잃은 슬픔이 채 가시지도 않았을 터인데 여론의 비난까지 받아야 했을 민식이 부모님의 심정은 오죽했을까요? 법이 과하다 악용의 소지가 있다. 이 책을 읽어보심 법 제정에서 국회의 안일한 태도를 보실 수 있어요. 단순히 민식이 부모님을 비난할 일도 아닐뿐더러 우리 사회는 약자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고 의식 또한 가져야 함을 깨닫게 됩니다. 신생아 인구가 급격히 줄어든다고 다들 걱정하면서 아이들의 생명보다 어른들의 편의가 왜 더 우위여야 하나요? 우리의 의식 개선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픈 사람'이 '나쁜 사람'이 되지 않게 임세원법
강북 성모병원 정신과 의사였던 임세원씨는 정신질환자의 손에 목숨을 잃습니다. 그 죽음이 억울해서 엄중한 법 처벌을 요구해도 모자랄 판에 임세원 유족의 입장 발표는 이러합니다.
"우리 가족의 자랑이던 임세원 의사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의료진의 안전이 지켜지고 모든 사람이 정신적 고통을 겪을 때 사회적 낙인 없이 적절한 정신 치료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150쪽
유족의 심정이 어떠할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데... 그들은 오히려 '아픈 이'들을 걱정했던 유족들... 이런 가족분들이 계신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태어났기에 당연한 것 사랑이법
저는 사랑이 아버지의 방송을 직접 보았습니다. 미혼부가 출생 신고를 할 수 없는 상황 그러면서도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삶의 끈을 놓지 않았던 그 강인한 부성애를 보면서 눈물을 훔치기도 했었습니다. 그는 방송 이후 많은 이들의 도움을 받았고 딸을 출생 신고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자신과 같은 어려움에 놓인 미혼부를 돕기 위한 활동을 하고있다고 합니다.
의로움에 대하여 김관홍법
7명의 이름법 중 가장 가슴 아프면서도 분했던 이름이었습니다. 의로운 일을 했다는 대가가 고작 비난과 조롱이었습니다. 우리 사회는 과거 일제 강점기부터 불의를 보고 저항하는 이들은 늘 죽임을 당하거나 누명을 쓰거나 했었지요. 국가가 당연히 했어야 할 일을 하지 못한 것! 그래서 민간인 잠수부들이 앞장서서 솔선수범 한 일을 이제 와서 그 책임을 묻고 따지는 행위에서 우리 근현대사의 아픔이 생각났습니다. 김관홍씨는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고인이 되셨습니다. 승선자 476명 중 구조된 172명을 제외한 304명을 구조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민간 잠수부들... 물에 잠겨 있는 시체를 단 한구라도 찾아내려 애쓴 사람들... 하지만 국가는 그들에게 엄청나게 가혹했고 냉정했으며, 나 몰라라 했습니다. 그 점이 너무나 가슴 아픕니다.
위 이름법이 시행되고 있거나 예정이거나 누더기가 되어 제정이 되었거나 그렇더군요. 법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서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이면을 볼 수 있었습니다. '법'의 존재 이유에 대해 물음을 던져보기도 했습니다. 더불어 이 법을 만들기 위해 피해자 가족분들이 감당해야만 했을 고통과 인내의 시간이 답답하기도 했습니다.
더불어 법 제정을 위해 피해자 가족분들 및 관련자분들께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다들 이 책을 읽어 보셨음 좋겠습니다.
해당 도서는 출판사의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