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콥의 방

제이콥의 방 - 기획 29주년 기념 특별 한정판 ㅣ 버지니아 울프 전집 4
버지니아 울프 지음, 김정 옮김 / 솔출판사 / 2019년 5월

제이콥의 방 ㅣ 버지니아 울프 (지음) ㅣ 김정 (옮김) ㅣ 솔 (펴냄)​ 

⁠『제이콥의 방』은 버지니아 소설 중 3번째로 『델로웨이 부인』작품 이전의 습작 같은 소설로 명명되고 있다. 사실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들은 일반 독자들의 접근이 쉽지 않다. 그녀의 소설은 기존 소설과는 다른 기법을 사용해서 모더니즘 성격을 취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보편적 소설 구도에 익숙한 독자들에게 그녀의 작품은 다소 생소하게 다가올 수 있다. 그녀의 작품 속 등장인물들은 극적인 사건을 경험한다거나 사건의 전개 과정이 뚜렷하다거나 등장인물들의 내면 심리나 갈등이 명확하게 드러난다거나 하는 보편적 기법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더더욱 그녀의 소설은 그 주제를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다.

ㅣ줄거리ㅣ

베티 플랜더스 부인은 아들 셋을 둔 과부다. 개구쟁이였던 제이콥은 나방이나 나비 같은 곤충 채집에 흥미가 많았다. 아들들은 커서 대학을 가게 되고 제이콥은 캠버리지대로 떠난다. 상아의 탑이라 불리는 지성인들의 집합체인 대학에서 제이콥은 여러 명의 여성들을 만나게 되고, 그녀들 중 창녀인 플로리다가 다른 남성과 함께 있는 모습을 목격한 이후로는 다양한 여성들과 스쳐 지나가는 만남을 이어간다. 미남인 제이콥은 친구 여동생 클라라로부터 관심을 얻게 되고 패니, 산드라 등 그가 만나는 다양한 여성들은 그를 통해 그녀들의 욕망을 드러내고자 한다. 패니는 제이콥이 좋아한다는 소설책을 사서 그에게 이 작품을 좋아한다고 발언한다. 그녀도 그처럼 교육을 받았으면 좋았을 것을 ... 그녀는 아쉬워한다. 플로리다는 글을 읽을 줄 모르는 창녀이다. 그녀는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인물로 제이콥의 방을 자유롭게 드나드는 여성이다. 이 밖에도 제이콥은 많은 등장인물들을 만나게 되고 어느 날 돌아가신 친척으로부터 백 파운드의 유산을 받게 되면서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여행하게 된다.

ㅣ서평ㅣ

소설을 끝까지 읽고 난 후 역시나 버지니아 울프 답다였다. 그녀는 제이콥의 방을 통해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했던 것 같다. 군데군데 잡지를 통해서 세상과 소통하는 제이콥의 모습이라든지 부인들이나 제이콥이 민감한 정치 문제에 대해 간략하게 언급하는 내용이라든지...왜 브론테 같은 여성 작가의 무덤은 없는 거냐고 반문하는 부분이라든지... 많은 부분에서 그녀가 살던 기존 사회의 제도에 대한 부당함 혹은 비판적 사고가 함축적이고도 은유적이게 담겨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다만 그 연결 고리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글 읽기가 쉽지가 않다. 개인적으로 문학의 경우는 다른 건지 모르겠으나 어려운 내용을 쉽게 풀어서 설명하는 글을 선호하는 편이다. 함축적, 상징적, 비유적인 글은 글을 읽는 독자들마다 그들 각자가 지닌 배경지식이나 경험의 축적이 다르기 때문에 감상 자체도 다양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소설의 주제를 언급하는 것이 조심스럽다.

개인적으로는 제이콥과 등장인물들이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는 부분에서 기존 소설의 진행 방식과는 차별화된 실험적인 시도로 생각됐다. 또한 제이콥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 여성들의 욕망을 표현하는 부분에서 당시 사회에서는 순응적이고도 수동적인 여성상에 대한 반항적인 소설의 시도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남성 앞에서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표현한다는 것은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는 상당히 도전적인 자세였을 것 같다. 그런 측면에서 버지니아 울프는 직접 서술이 아닌 간접 서술을 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그래서 더더욱 페미니즘이나 모더니즘에 빠질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노예12년

초판본 노예 12년 - 1892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ㅣ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솔로몬 노섭 지음, 원은주 옮김 / 더스토리 / 2020년 7월

 

[솔로몬 노섭]​

노예12년 ㅣ 솔로몬 노섭 (지음)ㅣ원은주 (옮김) ㅣ 더스토리 (펴냄) 

​인간의 상품화

자본주의는 돈 되는 모든 것이 상품이 된다.

​미국 북부와 남부는 산업 기반의 바탕이 달랐다. 북부는 주로 공장 지대가 주를 이루었으며, 남부는 고된 노동 인력을 필요로 하는 농업이 주였다. 1840년대는 인종차별이 극심한 시대였으며, 노예 매매가 불법이던 시기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당시 노예 인신매매가 극성이였다고 한다. 『노예12년』은 자유인이자 납치로 12년간 노예 생활을 했던 솔로몬 노섭의 자서전으로 그는 1808년 미국 뉴욕 주 미네르바에서 태어났다.

 " 나는 노예가 아닙니다. 하지만 그의 말을 들어주는 이는 없었다."

1841년  미국 뉴욕 주에서 가족들과 행복한 삶을 살아가던 솔로몬 노섭은 어느 날 낯선 백인들에게 공연 제안을 받고 워싱턴을 향한다. 당시 워싱턴은 노예 납치가 극성을 이루던 시절이였고, 그래서 고심하는 솔로몬을 백인들은 끈질기게 설득한다. 결국 워싱턴으로 향한 그는 저녁 식사 후 갑자기 정신을 잃게 된다. 그가 눈을 떴을 때는 노예 수용소에서 쇠사슬에 묶인채였다. 그는 자유인이며 노예가 아니라 항변하지만, 이 항변은 오히려 노예 제도가 있던 주 가운데 가장 악명 높았던 루이지애나 주로 팔려가게 만든다. 그리고 그는 인권유린과 학대 그리고 폭력으로 얼룩진 12년간의 노예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그는 12년의 노예 생활을 통해 마음이 착했던 백인 주인들도 만나고 잔혹하고 악명 높았던 백인 주인도 만나게 된다. 그의 자서전이 당시 노예 제도에 대해 설득력이 높은 이유는 무조건적인 백인 비난이 아니라 합리적이고도 객관적인 시각으로 자신의 경험을 토로했기 때문이다. 그가 10년간 목화밭과 사탕수수밭 그리고 목수일을 도와주었던 농장 주인 엡스의 잔혹한 행위를 그의 아들이 그대로 보고 따라하는 장면은 사회 시스템이 인간의 사고 형성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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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어른의 아버지'라는 말이 있듯, 노예들의 고통과 비참한 생활을 봐도 조금도 동요하지 않는 ... 노예 제도와 같은 끔찍한 제도는 인간적이고 관대한 사람의 가슴속에서도 냉정하고 잔인한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어린 엡스 주인님은 훌륭한 성품을 지녔지만 ... 그저 흑인은 여느 동물과 다를 것이 없는 존재라고 생각할 뿐이었다.

​솔로몬 노섭의 성숙한 사회적 통찰력을 엿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백인을 비난하는데 그치지 않고 야만적이고 부당한 노예제도의 폐단은 궁극적으로 사회제도에 있다고 보았다. 특히 목화밭과 사탕수수밭에서 노예들이 어떤 하루 일과를 보내는지 그가 경험한 사실을 생생히 기록함으로써 인간의 잔혹함을 보여주었다. 백인들은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병이 들거나 나이를 먹어서 속도가 느린 노예들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했다. 그 폭행에 지쳐 도망을 치다 잡히면 개떼에 물어 뜯겨 죽거나, 교수형을 당하거나 극심한 채찍질을 당해야만 했다. 채찍질 이후엔 다시 농장으로 나가 고된 노동을 해야만 했으며, 일을 마치고도 열악한 보금자리로 돌아와 바닥에서 담요 하나로 잠을 청해야했다. 또한 밤 늦게 노동을 한 그들은 스스로 음식을 챙겨 먹어야 했으며, 그들이 거주하는 집도 비가 오면 틈새로 빗물이 사정없이 흘러 들어오는 열악한 환경이였다.

오직 백인들의 이익을 위해 그들은 가축과도 같이 다루어졌으며, 주인의 심기를 건드리면 맞았고, 젊고 이쁜 여자 노예는 성적인 착취와 주인 부부의 갈등의 중심에서 극심한 성적 학대, 폭행을 당해야만했다. 특히 팻시가 발가벗겨진 채 말뚝에 묶여 죽음 직전에 놓일 때까지 매를 맞는 장면 묘사는 읽는 이로 하여금 글을 끝까지 바라보기 힘들게 하였다. 자본주의는 많은 혜택을 주는 것 처럼 보이지만 실상 그 내부를 살펴보면 수많은 약자들의 눈물과 피로 일궈진 탑이다.

누군가가 나의 자유를 빼앗고, 억울한 일에선 역으로 죽임을 당했으며, 죽을 때까지 노동을 강요한다면... 그 이유가 유색 인종이라는 인종차별에 기인한다면 어느 누가 그런 부당대우를 수긍할까? 인종차별 혹은 노예제도의 폐단은 과거의 일만으로 볼 수 없다. 과거와는 그 수위가 다를뿐 열악한 근무 환경과 노동 착취 부당한 임금 설정 등 노동자들의 삶 역시도 하등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우리나라가 급격히 산업화 도시화가 되면서 가난한 나라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이 그 단면이다. 한국 사회에서 다문화는 이제 우리 공동체의 중요부분이 되었다. 하지만 우리들 중 일부는 그들과의 공존을 불편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자서전으로 다시 돌아와서 흑인 노예들은 백인들에게 엄청난 부를 안겨주었다. 그것도 무일푼으로 말이다. 그들에게 주어진 것이 있다면 크리스마스 날 단 3일의 휴식 그리고 평소보다는 풍족한 음식이 다였다. 하지만 그 베품조차도 그들은 얼마나 감사히 여겼나... 우리나라 이주노동자들도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무환경에 놓여있다. 궁극적으로 이들은 우리의 산업에서 윤활유 역할을 해주고 있다. 이들이 우리나라에 유입된 첫 원인은 3D 업종의 회피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사람들은 알고 있을까? 현재는 그들이 우리의 일자리를 뺏어간다고 토로하고 있다. 이런 시각은 갈등과 사회 불안만을 일으킬 뿐 문제 해결에는 하등 도움될 것이 없다.

나는 역사적 사건에서 늘 현재의 의미를 찾고자 한다. 이런 측면에서 노예12년은 과거 흑인들의 아픈 삶을 공감하고 연민하는 것에서 그쳐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사는 공동체에서 혹 이런 부당한 일은 없는지 살펴보는 것 역시 책을 읽는 목적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책 말미에 솔로몬 노섭은 그의 뛰어난 지성과 운으로 극적으로 구출되지만, 『노예12』년을 출간하고, 노예제도의 부당함을 강연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던 그는 어느 날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된다. 일설에 따르면 백인우월주의자들의 표적이 되어 납치 살해 되었을 거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런 예상치 못한 그의 행보를 읽고 가슴이 아팠다. 그 역시도 심각한 인종차별 사회에서 노예를 탈출 하는데 일조한다는 사실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인지를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행동에 이끈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는 그 일로 죽임을 당할지라도 자신의 죽음 그 자체가 노예제도라는 부당한 제도가 얼마나 비인간적이고 비윤리적인 제도인지를 알리고자 함은 아니였을까?

[100자평] My Freedom 마이 프리덤

My Freedom 마이 프리덤
고도형 지음 / 스타북스 / 2020년 7월

글로벌 전자 금융의 시대 반드시 알아야 할 배경지식 기대됩니다.

[100자평] 구미호 식당 (성인판)

구미호 식당 (특별판) ㅣ 특별한 서재 특별판 시리즈
박현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7월

성인판과 청소년판이 있어서 저도 먼저 읽고 아이들 추천해보고 싶어요.

내가너였을때

내가 너였을 때
민카 켄트 지음, 공보경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6월

요 근래 두꺼운 책들로 독서를 이어가던 내게 [내가 너였을 때]는 한차례 소나기 같은 느낌을 주는 책이다. 요즘 소설 트렌드가 이런건가? 추리물이면서 사랑스러운 로맨스 그러다가 갑작스럽게 공포물까지 느껴지는 그런 다양한 장르가 작가의 필력으로 다가오는 소설이였다.

강도 사건을 겪은 후 기억 장애를 비롯해 정신적 후유증을 앓는 브리엔은 친절한 룸메이트 나이얼에게 의지해 집안에만 틀어박혀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브리엔의 이름으로 된 집 임대 서류가 날아온다. 혹시 강도가 자신의 신분증을 팔아넘긴 것일까 싶어 그곳에 가본 브리엔은 자신의 이름으로 집을 빌리고, 자신과 비슷한 외모에 같은 차를 몰고 같은 일을 하며 살아가는 여자를 보고 혼란에 빠진다. 그녀는 심지어 브리엔의 지인들과도 SNS로 교류하고 있었다! 브리엔은 이게 대체 어찌된 일인지 스스로 알아보려 하지만, 사건은 파헤칠수록 점점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가는데........

​소설의 줄거리다. 사실 소설 줄거리는 추리 소설 좀 읽어 본 독자들이라면 앞으로의 진행을 충분히 예측할만하다. 하지만 이 소설이 내게 특별하게 나가왔던 이유는 각 주인공들의 시점을 1인칭 주인공 시점에 둠으로써 각자의 생각을 독자가 만날 수 있었으며, 그 과정에서 주인공들의 내면 감정을 좀 더 가까이 공유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브리엔이 느끼는 공포나 혼란스러움 같은 감정들이 이런 서술과정의 효과일까? 개인적으로는 감정공유가 가깝게 느껴졌고, 그래서 소설에 더욱 집중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더군다나 각 장 마다 브리엔과 나니얼의 독백이 교차 방식으로 전행되는데, 뒷 부분으로 진행될 수록 소설을 향한 몰입감이나 뒷 내용이 어떻게 진행될까?하는 기대감을 한층 더 높여주는 효과도 있었다. 그리고 소설은 역시나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점인데 나의 이런 욕구를 충분히 채워주는 책이기도 했다.

일단 스토리를 예상 하긴 했지만, 생각보다 시시하지 않았다. 그리고 등장인물의 앞날을 예측하는 재미가 쏠쏠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런 스토리로 진행되지 않을까? 나의 예상이 적중했을 때는 은근한 쾌감이 다중인격장애라는 트릭이 등장했을 때는 새로운 소재 접근에 박수를 보내면서 나는 작가와 등장인물과 ​ 다중 대화를 나누면서 장르가 주는 즐거움을 충분히 누릴 수 있었다.

여름이라 그런지 가끔 공포물 혹은 추리물이 읽고 싶어질때가 있다. 그리고 이 소설은 좀 무섭기도 하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대상은 귀신이 아닌 사람이라 생각하는 내게는 더더욱 이런 이야기 전개 방식이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듯도 했다. 가볍게 하지만 흥미진진하게 추리물이나 공포물을 접하고 싶다면 그 속에서 살짝 로맨스의 감정도 누리고 싶다면 이 소설을 읽어볼 것을 권하는 바이다.

개인적으로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이 책은 리딩투데이 서평단 지원으로 읽은 책으로 리딩투데이 네이버독서카페에서 이런 귀한 기회를 주심에 감사드리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