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 테일러스 동서 미스터리 북스 7
도로시 L. 세이어스 지음, 허문순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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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완전히 가시지 않았지만 어릴 때 교회 또는 성당은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신비스러움 그 자체였다. 건물의 모양새가 나같이 촌에 살았던 아이에게는 그리 흔하게 볼 수 없었던 너무 낯선 것이었던 데다가 정문을 통과하면서 담장안을 에워싸고 있던 분위기는 한마디로 요약해서는 정의할 수 없는 기묘한 것이었다. 정원 곳곳에 버티고 있는 이름 모를 동상들과 갖가지 조각상들은 나에게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기는 커녕 도리어 어서 빨리 이곳을 탈출하여야 하겠다는 조바심만을 더 자극할 뿐이었다. 낯선 동네에 나홀로 내팽개쳐진 외로움과 두려움! 그래서 오갈데가 어딘지 모른 채 정신 놓고 멍하니 이리저리 헤매고 있을 때 그때서야 나의 정신을 되돌려 준 것은 종소리였다. 가슴속을 짜릿하고 선명하게 파고들던 그 종소리! 예나 지금이나 교회의 종소리는 나에게는 귀를 막고싶은 공포다. 나는 그때 종소리를 내동댕이치면서 교회밖으로 허겁지겁 뛰쳐나왔다


한적한 시골마을에 낯선 사내가 몇몇이 들락날락거리더니 이윽고 살인사건이 나고 시체가 발견된다. 당연히 시골 토박이들도 연루가 되어 복잡하게 흘러간다. 으레 경감과 형사는 출동하여 애써 보지만 사건은 그렇게 간단하게 해결되지 않는다. 중간중간에 지은이는 종에 대하여 소상히 설명을 늘어놓는데 나는 그것에 무슨 실마리가 있는 줄 알았다, 누구나가 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는가. 지은이가 그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장황하게 종에 대한 그 어려운 전문지식을 독자에게 설명한다면 그 종이라는 것에서 단서를 찾아야 한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내가 범인을 찾아야겠다는 의지를 그냥 꺽고 말았다. 종 이야기는 내가 이해하고 파헤쳐 들기에는 너무 난해한 것이었다. 지은이도 그 많고 어려운 걸 전부 다 이해하고 소설을 썼을까? 어차피 범인은 경감이 밝혀내리라! 소설 자체를 즐기자. 그것이 독자의 몫이다. 이것이 적당한 핑계꺼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는 그렇게 마음먹었다


범인은 밝혀졌고 사인도 드러났다. 저자는 참 무성의하다. 어떤 암시나 복선도 없다. 따라서 드라마적 요소도 약하다. 그런데도 분량은 상당히 많다. 당연히 독자가 지루함을 느끼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정상적인 인간이라는 것이 판명된 셈이다. 결국 이야기의 결말은 허무하게 끝났다. 나의 관점에서는 황당하다고나 할까. 잔치 벌이면서 손님은 잔뜩 초대했는데 진작 먹을 것은 냉수 한잔말고는 더이상 내놓을 것이 없다고 비유하면 지나칠 것인가? 하지만 그래도 다음에 또 잔치가 있으면 동네사람들은 다시 기웃거리기 마련이다. 맛좀 볼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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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yonara 2004-12-06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1/3정도 읽다가 만 책.. '취향이 아니었던가.. 내용은 좋았던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