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나는 주로 육지에서 놀았다. 공차거나 아니면 산과 들로 이리저리 무작정 뛰어 다니며 놀았다
그렇다고 내 자란 동네가 그리 무지막지한 시골은 아니었다. 도회지에 속하였으나 단지 가난한 동네였다
그래서 조금 없이 자란 탓인지 다양한 놀이를 해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돈 들어가는 놀이는 금물이었다
우리에게 가장 궁합이 맞는 놀이는 큰 돈 안들이는 그래서 몸으로 때우기만 하면 되는 것들이었다
어쩌다가 제법 멀리 원정을 가서 바닷가나 강가에서 놀기도 하고 직접 물속에 몸을 담그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수영은 전혀 할 줄 모른다. 지금 생각해보니 죽을 고비도 몇차례 되었던 것 같다
요즈음은 대부분 부모들이 굳이 강이나 바다에서 아이들에게 헤엄치는 것을 가르치지 않는다
거의 시내나 집근처 수영장에서 강사에게 체계적으로 베우도록 하고 있다. 그래야 안심이 되는 모양이다
쉬는 날이나 휴가때에 아이나 와이프가 수영장에 가자고 하면 나는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내가 수영을 전혀 하지 못하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곧 죽어도 가자고 보채는 와이프가 얄밉다
내가 하는 일이라고는 아이에게 무슨 일이 발생되지 않도록 옆에서 감시하고 잔심부름 하는 것이다
물론 아이가 물속에서 즐겁고 노니는 것을 보노라면 나도 덩달아 신나고 흐뭇한 것은 사실이지만
어릴 때부터 익숙지 않은 물이라는 환경에서 장시간 어울리며 견뎌야 하는 것은 못내 불편하기만 하다
지금 이 나이에 수영 배우기도 솔직히 뭐하다. 진짜 거시기하다. 튀어나온 배를 어디에다 숨기랴!
하지만 와이프와 아이는 계속헤서 줄기차게 틈만나면 수영장에 같이 가자고 할 기세다. 어쩌면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