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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에티쿠스 - 윤리적 인간의 탄생
김상봉 지음 / 한길사 / 1999년 8월
평점 :
<호모 에티쿠스>는 서양윤리학에 대한 윤리학 개론서라 할 수 있다. 현재 서양철학사만을 놓고 본다면, 램프레히트의 서양철학사, 버틀란트 러셀의 서양철학사 두권, 요한네스 힐쉬베르거의 서양철학사 두권, 코플스톤의 합리론과 영국경험론, 그리스로마철학사, 중세철학사 등이 있고, 우리나라 서양근대철학학회에서 따로 엮어 만든 서양근대철학이 있으나, 윤리학이라는 독립된 학문으로서의 철학사는 부재한 것이 사실이었다. 최근 윤리학 분야에서도 윤리학만을 따로 다룬 윤리학사들이 출간되고 있는데, <호모 에티쿠스>는 그중의 하나이다.
이 책의 저자 김상봉씨는 일간신문을 통해서도 자주 이름을 접한 분이다. 연대 철학과와 대학원을 나온 뒤 독일의 괴팅겐, 프라이부르크, 마인츠 대학에서 서양철학, 서양고전문헌학, 신학을 공부하고 칸트연구로 마인츠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고 한다. 한국에 돌아와 그리스도신대학대의 종교철학과 교수로 임용되었지만, 학교측의 일방적인 통보로 다른 세명의 교수와 함께 쫓겨나게 되었다. 학계 풍토상 쫓겨난 경우 다른 어느 학교에서도 교수나 강사로 받아주질 않아 사실상 주류 철학계에서는 밀려난 분이시다. 이후 학벌없는 사회 모임을 꾸리고 있으며, 철학자라는 명칭으로보다는 학벌없는 사회 사무총장이라는 이름으로 일간 신문 칼럼란에 자주 오르내리신 분이다.
김상봉씨는 지금 소개하고 있는 <호모에티쿠스>뿐만이 아니라 그 외에도 철학에 관한 많은 책을 썼다. <나르시스의 꿈>, <그리스 비극에 대한 편지>, <자기의식과 존재사유> 등이 그러하고, 역시 학벌반대모임 사무총장 답게 <세 학교 이야기>라는 책도 썼다. 그의 저서들은 순수 학술적인 부분에 기반을 두고 있다기 보다는 철학의 언저리를 다루고 있다고 보는 편이 맞겠다. 그러나 그 언저리가 철학에서 많이 떨어진 것이 아니라 철학에 기반을 두고 있으나 자기사유를 통해 재생산된 철학이라는 의미에서 언저리다.
<호모에티쿠스> 역시 마찬가지다. 단순히 서양윤리학사의 이론적인 부분만을 엮어서 낸 것이 아니라 자기사유를 통해 우리의 현실과 연관하여 재생산된 윤리학사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의 중간중간 윤리학 이론 사이에 우리네 과거에서 현재까지를 아우르는 현실이 녹아들어 있다는 것은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꼈을 것이다.
이 책은 서양윤리학의 시초인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에 이어, 스토아 학파와 에피쿠로스 학파, 중세의 아우구스티누스, 그리고 스피노자, 흄, 칸트에 이르기까지 윤리학의 핵심 철학자들을 뽑아서 엮었다. 그중에서도 칸트에 대해서는 세 장에 걸쳐 할애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김상봉 자신이 칸트윤리학에 심취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해보게 한다.
다만 이 책에서 조금 아쉬운 부분은 홉스, 버틀러, 헤겔, 벤담과 밀, 니체, 그리고 이후의 윤리학에 대한 부분이 빠져있다는 점이다. 서양철학사를 모르는 초보자가 보기에도 쉽게 설명해서 부담없이 읽을 수 있지만, 이 책의 부족한 부분들을 다른 책에서 보충해야한다는 단점이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그 부족한 부분은 서광사에서 나온 <서양윤리학사>을 추천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