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내게 "너는 왜 군대를 거부하느냐?"라고 묻는다면, 나는 이에 대해 한 가지 만으로 대답할 수 없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뒤섞여있기 때문이다.
첫째, 나는 국제사회에서 우리군이 미국의 편에 서서 줏대없이 놀아나는 꼴을 볼 수 없다. 지난날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했을 때 우리군은 비록 무장군을 보내지 않고 의무병 등을 비롯한 비무장 병력을 파견했다고 하지만 그것은 결국 미국을 도운 꼴이 되었다. 당시 이라크는 미국을 비롯한 다국적군에게 처절하게 당해야만 했다. 그들이 무슨 죄가 있어서? 미국은 당시 그들이 생화학무기를 사용할 것이고, 핵무기가 있다고 했지만 그 전쟁에서 생화학무기는 전혀 찾아 볼 수 없었고, 핵무기 또한 그들이 지어낸 이야기에 불과했다. 설사 그 무기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이유로(물론 이것이 주된 이유는 아니지만) 그들을 억압할 수는 없는 것이다. 만약 그 논리대로라면 미국은 온갖 무기들을 갖고 있으니까 다른 국가들로부터 공격을 당해도 이를 정당하지 못하다고 비난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러한 미국의 패권주의에 한 몫을 덧붙여준 우리 국군에 나는 동의할 수 없고, 동참할 수 없다. 따라서 나는 군대를 거부한다.
둘째, 나는 평화주의자임을 선언했다. 지금의 국제상황에서 '평화'를 가져올 수 있는 결정권은 결단코 강대국에 있다. 그들이 더이상의 중동에 대한 차별정책을 쓰지 않고 그들을 돕는다면 평화는 온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평화는 우리에게서 멀어져 갈 것이다. 비폭력을 기반으로 하되, 강자에 대한 약자의 최후의 방법으로서 마지막 남은 '테러'는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단 그 테러는 무고한 민간인을 대상으로 해서는 안된다. 마지막 남은 방법인 '테러'라는 수단을 통해서도...
셋째, 징병제 라는 제도를 통해 사회의 각 분야의 젊은 인재들이 사라져가는 것이 안타깝다. 모든 분야에서 19-24세 라는 시기는 한창 자신의 일을 찾아 그 기반을 닦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시기이다. 그 중에는 군 제대 후 다시 시작하기 힘든 일도 많아 개중에는 자신의 꿈을 접어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오늘날의 우리나라의 문화예술 분야의 후진성이 이와 전혀 연관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을 터이다.
넷째, 나는 군이 상하의 명령복종체계가 아닌 인간 대 인간의 기본적인 예의가 있는 조직이었으면 한다. 명령으로 반드시 하지 않아도 될 사안에 대해 하급자라고 해서 이에 복종해야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 그것이 군기라는 이름으로 행해진다고 해도 합당하고 타당하지 않은 이치에 맞지 않는 명령은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거부했을 때 이에 대한 보복조치는 금지되어야한다. 보복조치가 있다면 하급자는 겁을 먹은 채 명령에 복종해야만 할 것이다. 이와 동시에 비인격적 언어행위 또한 삼가해야한다. 욕설, 인격모독, 인격비하식의 발언은 모두 금지되어야한다. 그것이 각 개개인의 문제라고 둘러댈지 모르나 이러한 행위가 실시되었을 경우 조직은 행위 주체자에 대해 어떤 일련의 조치를 가해야한다.
나는 위와 같은 이유로 군를 거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