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제작.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나온 이 녀석을 아주 오랫만에 봤지만서도 줄거리는 다 기억한다. 어찌된 영문인지. 본 영화 줄거리를 이렇게나 제대로 기억한 적은 처음이다. 아마도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그렇게 강렬하게 다가왔었나보다. 꽤 재밌게 봤었다. 지금 이 영화를 본다면 어설픈 연기하며 조명, 배경, 컴퓨터 처리하며 다 눈에 보이지만 그래도 재밌다.

  거대한 식인 상어의 출현, 사람들이 놀러온 이 곳 해수욕장에 저 바다속 검은 그림자가 다가오고 경찰서장 마틴 브로디는 이를 경고하기 위해 총을 발사하고 사람들을 내쫓지만 그것은 물고기떼였다. 진실이라 믿었건만 거짓말. 믿음에 대한 배반은 현실에서 진실을 고했을 때 이에 대한 의심을 증폭시킨다. 상어야 상어. 식인상어라고. 안믿어. 니 말을 누가 믿어. 전에도 상어라메. 물고기였자나. 안믿어 안믿어.

  결국 이 사건으로 해고된 전직 경찰서장 마틴 브로디, 아이들이 몰래 요트 타고 섬으로 놀러갔다는 말에 부랴부랴 배타고 섬으로 향한다. 이미 상어의 습격으로 희생자는 생겼고, 나머지 아이들이라도 온전히 집으로 돌아오게 하려는 그의 노력과 희생정신. 그 또래라면 부모님 말씀 어기고 밤에 몰래 나가 위험한 놀이하며 우리들의 모험심과 우정을 드높일 만허고, 그 또래를 둔 부모님이라면 얘들이 무슨 짓 할까 두려워 노심초사 안절부절 못하고 더 보호하려드는 것이 당연지사. 결국 모험삼아 바다에 갔다 호된 꼴 당하고 돌아오니 꿈뻑 죽고 얌전히 지낼 밖에.

  어설픈 상어 모형과 어설픈 연기, 어설픈 줄거리지만 그래도 재밌는 영화. 여름밤엔 이런 영화 한번씩 봐줘야지. 아주 오래된 <엑소시스트>랑 <오멘> 원판도 함께 보면서. 더불어 <처키의 인형> 과 <13일의 금요일> 요런 것도 함께 봐주면 더더욱 좋을듯. 요즘 공포영화들은 별로 무섭지가 않아.

 


댓글(3)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Mephistopheles 2006-07-21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편은 마지막에 상어가 전기구이가 되버렸던 기억이 나는군요..^^

마늘빵 2006-07-21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스토님 영화를 자세히 잘 기억하시는거 같아요. 다른 영화들도 그렇고. 영화도 많이 보신거 같고. 언제 그 많은 것들 다 보셨대요. ^^ 저도 많이 보는 편인데.

Mephistopheles 2006-07-21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렸을 때 애들 프로는 안보고 주로 토요명화 주말의 명화
명화극장만 봤었습니다.^^
 



  희대의 바람둥이 카사노바. 지아코모 카사노바라는 한 사람의 이름이 이제는 바람둥이의 대명사 '카사노바'로 불리우고 있다. 그는 요즘말로 '작업꾼'이다. 그러나 그다지 힘들이지 않고 여자를 꼬시는 고도의 기술을 지닌 작업꾼이다. 그가 직접 작업걸지 않은 여자들조차도 그를 사랑하게 되고, 그를 원하게 된다. 이 무슨 마법의 주문인고. 어찌 얼굴도 직접 대면하지 않은 처자가 이름만 알고 있는 외간 남자를 사랑할 수가 있단 말인가. 아무래도 영화이다보니 극적인 효과를 높이기 위해 그리했겠지만 그가 수많은 여성들의 정조를 유린하고 방탕한 생활을 했다는 것은 사실. 심지어는 바티칸 교황청에 127건의 소송이 제기 되어 그를 체포하라는 명령이 내려지기까지 했다.



* 왼쪽이 지아코모 카사노바. 사육제란 축제에는 음란하고 방탕한 행위가 눈감아졌다고 한다. 바로 그 축제에 참가한 카사노바, 그 옆의 행운 혹은 불행의 여인은 누구일꼬.

  수많은 여성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지만 유일하게 그를 거부한 여자가 있었으니 그녀가 바로 '프란체스카'. 외모로 치자면 그녀는 다른 여성들에 비해 순위권에서 밀려보이지만 번뜩이는 지적 능력으로 카사노바를 사로 잡는다. 다가가면 멀어지고 멀어지면 다가가려하나니, 그를 원하는 수많은 여성들은 이제 재미없고, 그에게서 멀어지는 그녀에게 다가가고 싶다. 연인들읠 전통적인 게임 '나 잡아봐라'가 유치하지만 재밌는것은 바로 이런 묘한 심리의 자극에서 발단한 것이 아니겠는가. 나 잡아봐. 못 잡을 줄 알고. 이리와. 잡아봐. 잡으려 들면 멀어지고, 멀어지면 더 잡고싶고. 그렇다면 수많은 남정네들의 사랑을 받진 못했지만, 수많은 여성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지아코모 카사노바의 사랑을 받은 프란체스카는 그보다 한 수 위?

  히스 레저와 시네나 밀러라는 두 배우의 조합이 볼 만 하다. 언뜻 의외다 싶은, 주교 역할을 맡은 제레미 아이언스도 그럭저럭 잘 어울린다. 히스 레저는 나와 같은 79년생으로 - 이런 부러운 녀석 - 카사노바 역할 이외에도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에니스 델마를, <그림형제>에서 제이크 그림을, <기사 윌리엄>에서 윌리엄을 열연했다. 현재 <브로크백 마운틴>에 함께 출연한 미섈 윌리엄스와 결혼해서 딸 아이를 두고 있다고 하는구나. 나도 결혼하고파. -_-  81년생의 시네나 밀러는 사실 잘 모르는 여자이지만, 주드 로의 다이아몬드 프로포즈를 받아 그와 연인이 된 행운(?)의 여자라고 한다. 피플지에서 코가 아름다운 여인으로 뽑히기도 했다고.

  카사노바가 되는 법. 아름답고 감미로운 말들로 귓가에 속삭여라. 혹시 천국에서 떨어질 때 아프지는 않던가요. 아버님께서 하늘에서 별을 훔쳐 당신의 두 눈에 넣으신건 아닌가요. 오 그대를 바라보니 내 마음은 순간 당신의 눈 속에 푹 빠져버렸습니다, 등등의 멘트들. 괜찮았나? -_- 무엇보다 이 느끼한 멘트들을 자연스럽게 몸에 뵈도록 하는 것이 중요. 그리고는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아 내 것으로 만들고 내겐 그대뿐이노라 마지막 말을 떨구며 종지부를 찍는다. 난 카사노바가 아니므로 내 말을 믿진 말 것. -_-v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Mephistopheles 2006-07-21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카사노바의 실제 외모는 정말 볼품이 없었다고 하더군요..^^
짝달막한 키에 퉁퉁한 몸매..그리고 한쪽눈에만 난 쌍커플.....
그리고 정력을 위해 생굴을 엄청나게 먹어재꼈다고 하더라구요..^^

마늘빵 2006-07-21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군요. 나도 굴 좋아하는데 비싸서. -_-
 



  마이클 베이 감독, 윌 스미스 주연의 <나쁜 녀석들>. 그다지 끌리는 제목은 아니지만, 괜찮은 감독에 괜찮은 주연이라 그들 보는 재미에 볼만한 킬링타임용 액션. 키크고 잘생긴 멋진 돈 많은 형사와 세 아이의 아버지이자 키 작고 볼품없는 돈도 없는 형사가 단짝이 되었다. 마이크 라우리는 홀로 호화로운 아파트에 살며 고급 포르쉐를 몰고 다니고, 매일 밤 여자와 함께 황홀한 시간을 보낸다. 반면, 마커스 버넷은 끝을 모르는 야근에 매일같이 늦게 들어가 아내에게 잔소리 들으며, 정신없는 아이들과 아침 식사하며 하루하루를 일상의 피곤함 속에 살아가고 있다. 아니 같은 형사인데 너무한거 아냐? 원래 유전자가 뛰어나 잘생기고 키크고 멋있는데다가 아버지가 돈도 많아 많이 물려받았는걸 어떡해. 그래. 어휴.



* 사진은 둘다 참 멋있게 나왔다. 전방에 있는 녀석이 세 아이의 아빠 버넷, 뒤에 멋있게 선그라스 끼고 차 위에 걸터앉은 녀석이 바람둥이 라우리. 흰 정장은 아무나 입을 있는 옷이 아닌데 멋있군.

  절대 빠질 것 없어 보이는 성격까지 좋은 매력남과 함께 있으면 정신이 없고 배려란걸 모르는 불평불만주의자, 정 반대의 두 사람이 만났으니 한놈은 더 뛰어나보이고, 한놈은 더 작아보이는 것이 인지상정. 대비의 효과가 아주 극명하게 적용되고 있다. 그치만 두 사람의 임무는 똑같다. 사건해결.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를 보호하라. 버넷은 라우리가 없는 사이 반장의 성화에 못이겨 라우리가 되어버리고, 라우리는 뒤늦게 나타나 버넷이 되어버렸다. 서로에게 불만이 가득했던 그들은 서로의 캐릭터로 잠시나마 살아가며 상대를 이해하게 된다. 역지사지이니라. 돈 많은 잘생긴 라우리는 세 아이의 아빠가 되었고, 아내의 잔소리에 치여살던 버넷은 돈 많은 바람둥이가 되었다. 각자의 인생엔 좋은 것도 있고 나쁜 것도 있나니. 그것을 이해하면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 지어다.

  단순한 액션영화는 이제 식상하다. 캐릭터의 극명한 대비를 통해, 서로의 역할 놀이를 통해 새로운 재미와 유머를 제공하는 영화이다. 중간중간 터지는 웃음보를 참아낼 수 없다. 액션코미디.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Mephistopheles 2006-07-20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영화 마지막 추격씬에서 포르쉐를 애지중지 아낄려고 하는
제작진들의 노고에 감동했습니다...

책방마니아 2006-07-24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편도 꼭 봐라 훨씬 더 스펙터클하다 ㅋ
 
루모와 어둠 속의 기적 - 전2권 세트
발터 뫼르스 지음, 이광일 옮김 / 들녘 / 2006년 6월
품절


"네가 어디든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는 걸 내가 부러워한다고는 생각하지 마라. 그건 허무한 거야. 내 철학으로는 모든 생명체는 나무야, 알겠니? 누구나 언젠가는 뿌리를 내리게 되지. 너도, 언젠가는 알게 될거야. 그러면 너도 나이테가 쌓이고 나이가 들고 퉁퉁해질거야. 나처럼 말이야." (페이지 모름)-1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루모와 어둠 속의 기적 - 전2권 세트
발터 뫼르스 지음, 이광일 옮김 / 들녘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발터 뫼르스란 작가를 알게 된 것은 차모니아 4부작 중 <꿈꾸는 책들의 도시>를 통해서였다. '책'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환타지 소설을 쓴 것도 신기했지만, 그 내용 또한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동네 책방의 환타지  소설과는 그 격을 달리하는 것이었다. 이런 책은 처음이었다. 그 때의 그 신선함이란. 차모니아 4부작 중 또 한편이 번역되었다. <루모와 어둠 속의 기적>. 발터 뫼르스는 역시나 이 책에서도 독자들의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하도록 만들어준다. 아직 읽지 않은 차모니아 4부작의 나머지 작품들에도 흥미가 가는 것은 지금 읽은 두 작품이 내게 안겨준 신선한 자극에 기인한다.

  발터 뫼르스의 환타지를 즐기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준비가 필요하다. 처음에 지루하다고 해서 포기하지 말 것. 에이 이게 머야,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 수가 없어, 너무 등장인물들이 많아서 적응하기 힘들어, 등등등의 불만들. 사실 그렇다. 900쪽이 넘는 이 방대한 분량의 환타지는 초반에 등장인물의 캐릭터 묘사와 배경, 환경에 대한 역사적 개괄이 이루어진다. 그것은 일종의 지금까지 우리가 머리 속에 지니고 있던 모든 사물에 대한 편견을 지우는 작업이다. 집은 당연히 출입문이 있고, 안에 들어가면 화장실과 방과 부엌이 있을테고, 환기를 위해 창문도 있겠지, 사람이란 눈 두개, 코 하나, 귀 두개, 입 하나, 그리고 목, 머리, 몸땡이, 팔 다리로 이루어진 동물이지, 돼지는 꿀꿀 거리며 밥을 많이 먹는 코가 납작한 귀가 쫑긋 서고 짧은 네 다리는 짧아서 뒤뚱뒤뚱 거리는 그런 동물이지, 등등의 이런 사물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발터 뫼르스의  소설을 읽음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방해가 될 뿐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소설 초반의 그런 길고 긴 새로운 등장인물과 환경, 역사에 대한 설명 부분을 인내를 가지고 읽을 필요가 있다.

  초반의 인물묘사를 지나고 나면 이야기는 매우 빠르게 진행된다. 왜냐면 이미 우리의 머리 속엔 백지 상태에서 소설읽기에 꼭 필요한 지식들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만 제대로 익히고 나면 이야기는 매우 재밌게 진행된다. 간혹 우리가 지워버린 우리의 일상의 지식의 흔적들이 새로운 등장인물의 생김새와 행위묘사에 즐거움을 선사하기도 한다. 아 뭐야, 그때 나왔던 바로 이 놈은, 현실 속의 이 동물이잖아! 하하하. 뭐 이런 즐거움 이랄까.

  루모는 볼퍼팅어 종족이다. 마치 우리가 알고 있는 쉽게 볼 수 있는 그 동물과도 생김새가 닮아있는 이 녀석은 우리처럼 학교에서 국어, 수학 수업도 받고, 검도와 복싱 등의 무술 훈련도 받는다. 꼬마 녀석, 아직 이성에 눈뜨지 않았다. 여자와 남자가 어떻게 다른지, 왜 그런 구분이 필요한지 그에겐 인식이 없다. 그러다 필 꽂혔다. 아 이쁘다. 소설의 제목 <루모와 어둠 속의 기적>에서 볼 수 있듯 주인공 루모는 볼퍼팅어 종족을 위해 뭔가 대단한 기적과 같은 일을 해낸다. 위기상황마다 잠재된 능력을 발휘하며 싸움을 승리로 이끌고 그들을 구원해내는 그는,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영웅은 아니다. '앉으나 서나 언제나 당신 생각'이지만 그녀 앞에서만 서면 한없이 작아지는 이 녀석, 고백해 고백해 사랑한다고, 너를 좋아한다고. 그러나 쉽게 고백하면 재미 없잖아. 어렵게 어렵게 힘들게 나오는 그 한마디를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보다. 볼퍼팅어라면 누구나 은띠를 찾아 헤맨다. 은띠는 바로 여기있다. 뭔가 대단한 보물단지가 아니다. 너의 마음 속에 있다. 이제 한 명(?)의 볼퍼팅어가 되어 소설에 빠져들 일만 남았다. 자 당신은 이제 볼퍼팅어다.

  하나 더. 신비스럽고 재미난 차모니아 4부작을 엮어낸 작가 발터 뫼르스는 독일에서 온전히 공교육의 테두리 안에서 자라나진 않았다. 그는 고 2때 학교를 자퇴하고선 이런저런 일들을 전전하다 만화가, 작가의 길을 걸으며 성공한 인물이다. 정규 대학 교육을 받지 않은 그가 이런 소설을 쓸 수 있었던 것은, (순환논증의 오류를 범하고 있지만) 어쩌면 제대로 된 길을 걷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는 "매일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아직 날이 어둡거나 추운데도 집을 나서야 하는 것이 불편했기 때문"에 학교를 중퇴했노라 말했다. 그는 스스로 "순수한 상상이라는 것은 없다. 모든 것은 현실에서 자극을 받는다, 그런 점에서 나는 리얼리스트다"라고 말하며, 이 같은 대작을 쓸 수 있었던 자신의 상상력의 풍부함을 '일상적인 현실'의 공으로 돌리고 있다. 그렇다. 작가는 현실 세계에서의 경험을 통해서 뭔가를 창출해 내는 인물이다. 작가가 사는 세계도 독자가 사는 사는 세계와 다르지 않고, 결국 같은 환경에서 같은 사물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간접적으로 나마 상상력의 풍요를 느끼고 싶다면 여지 없이 이 책을 손에 들지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