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이라는 마치 학술 논문과 같은 냄새를 풍기는 제목, 마음에 든다. 이 영화는 17년 동안 여자 없이 살아온 두 남자에 대한 보고서다. 17년동안 여자 없이 살면 어찌되는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춘기 남성과 중년 호래비 남성의 이야기라고나 할까. 여기서 '17년 동안 여자 없이'라는 말은, 아마도 '17년 동안 섹스 없이'라는 말과 동의어로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그냥 순수하게 쓰여져있는 단어 그대로를 뜻한다면 이건 별 의미가 없어지잖아. 주변에 널린게 여자건만. 단 그들과 섹스를 하지 않았을 뿐. 

  <광식이 동생 광태>에서 이미 로맨틱 코미디 배우로서 모습을 보인 봉태규와 어쩐일인지 나이가 들면 들수록 점점 더 원숙하고 코믹한 카리스마를 선보이는 백윤식이 너무나 마음에 들어 기대를 잔뜩 했건만, 영화는 그다지. 보는 내내 웃음은 떠나지 않았지만 아 이거 두 배우가 아니었다면 절대로 보지 않았을 그런 영화가 될 뻔 했다.  마치 코믹성인만화의 장면장면을 이어붙여 만든 영화같달까. 뭐 줄거리나 내용없는 만화같은 영화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괜찮겠지만, 대개의 관객들은 이 영화에 그다지 많은 점수를 줄 것 같지는 않다. 어떤 기자는 이 영화를 두고 한국에서 이 정도의 야한 코믹물이 나왔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한다고 하지만, 글쎄다.



* 우비할배와 도끼소년? 이건 무슨 설정과 상황일꼬.



* 술 취한 그녀를 두고 우리 부자는 이렇게 잤다. 아들이 아버지를, 아버지가 아들을 믿지 못하는구나.

  영화는 아주 관객을 웃기려 작정을 하고 만들었다. 여기저기 웃음장치를 집어넣고, 그간에 개봉되었던 몇몇 영화들을 패러디하여 연속적으로 장면을 집어넣었다. '웃기는 영화'라고나 할까. 패러디의 대상이 된 영화들을 보지 않은 관객들에게는 덜 먹히겠지만, 이 영화들은 많은 이들이 이미 본 영화인지라 과감히 패러디를 시도한 듯 하다. 새어머니를 맞이하느냐 아니면 며느리를 맞이하느냐, 그것도 아니면 아버지와 아들이 동서지간이 되느냐 하는 삼류저질불륜코미디영화라고 볼 수 있겠지만, 뭐 이런 불륜이니 뭐니, 인륜을 저버렸느니 이런거 다 떠나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뇌 비워놓고 웃을 수 있는 영화다. 단 뇌를 집에 두고 와야 한다. 가지고 오면 절대로 안된다. 많이 잘 웃었다는 것으로 만족하는 영화. 다른 볼거리, 생각거리는 찾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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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11-11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영화들은 야하거나,욕하거나,신사 숙녀였던 사람을 바보로 만들거나,더럽거나,극단으로 치닫거나...해서 아이들과 함께 보기가 어렵더군요. 어떤 영화든 아이들 손을 잡고 가서 볼 수 있게 무난한 수준으로는 만들 수 없는걸까요?
백윤식은 오래전 드라마 '서울의 달'에서 나왔던 것으로 기억나는데 혹시 아세요?
채시라와 한석규,최민식이 아주 진지하게 연기해서 긴장감을 갖고 봐야하는데 백윤식과 윤미라가 긴장을 풀어주곤 했죠. 저 드라마 별로 안 보는데 10년도 더 지난 듯 한 드라마를 아직도 기억하는것 보면 인상이 깊었나봐요.

마늘빵 2006-11-11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과 보기엔 적절하지 않은 영화들이죠. 하지만 전 그런 영화들이 좋아요. 어떤 이의 삶의 현실에 천착해 그의 일상을 건드려주는 영화들이요. 아마도 그때 흐르는 눈물은 극중 누군가가 누군에게 차였거나, 버림받았거나 해서가 아니라, 그 사람의 인생이, 삶이 너무나 그 자체로 '슬픔'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요.
백윤식은 서울의 달에 나왔었나요. 저도 그 드라마 재밌게 봤는데 왜 백윤식은 기억이 안나는지... 흠. 한석규랑 최민식만 생각나요. 채시라하구.

미미달 2006-11-11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날에 이거 책 읽었었는데 완전 가볍고 웃겼던 기억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