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생활백서 - 보다 행복해지기 위한 남자들의 생활 기술
에스콰이어남자생활연구회 엮음 / 가야북스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내가 돈 주고 책을 구입하는 데 있어 간혹 가다 예외적인 선택이 존재하는 바, 이것이 그것이다. 엄밀히 따지자면, 내 돈 주고 책을 산 건 아니고 인터넷 서점의 쌓인 적립금을 가지고 지른 책이지만, 어찌되었든 한정된 적립금의 금액을 가지고 어떤 책을 고를 것인가의 선택의 기로에서 이 책이 당첨된 것은 매우 예외적인 경우이다. 주로 인문/사회과학 혹은 소설을 구입해보는 나로서는 <남자생활백서>라는 제목을 달고 나온 이 녀석, 더군다나 남성 패션지(?) 에스콰이어 남자생활연구회 라는 별스런 이름도 다 있다고 생각되는 필진에 의해 쓰여진 이 책을 고른 것은... 정말 잘 했다. ( -_-v 저 알바 아니거든요. )

  '보다 행복해지기 위한 남자들의 생활 기술'이란 부제를 달고 있는 이 녀석, 제목만 봐도 눈동자 휑둥그레해지며 얼른 보고 싶다. 내가 어쩌다 관심이 이쪽으로 왔는지는 나도 모른다. 그저 다만 난 나를 좀더 멋있게 꾸미고 싶고 - 내면적으로나 외관상으로나 - 눈에 보이는 모습들을 꾸미기 위한 이런저런 팁들이 더이상 그냥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쓰레기 글로만 보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 쓰레기(?) 글들을 모아놓은 결정판이 바로 이것이다. 혹시 모르지 내가 다른 더 좋은 책을 못만나서 이러는건지도.

  서문에서 필진들이 밝히는 바의 거창한 문구들, 예를 들면 뭐 인류가 행복해지기 위해서 남녀가 평등해야 한다는 것이 어쩌구 저쩌구, 어쩌다 이 땅의 남자들이 이 지경이 되었을까 한탄하며 가부장적 권위가 어쩌구 저쩌구 이런건 너무 거창하지 않아? 이런 외관상의 팁들을 알려주는데 있어서. 물론 필진들이 이것이 그저 꾸미기 팁을 모아놓은 책이 아니다 라고 생각한다면 나로서야 할 말 없지만, 아무리 그래도 현실이 어쩌고, 양성평등, 사회적 강자 어쩌구 하는 거창한 사회학적 문구들은 왠지 안어울린다 얘.

  책은 크게 7장으로 되어있으며, 구성은 깔끔하다. 처음부터 보지 않아도 좋고 관심가는 대목을 훌쩍 뛰어넘겨 펼쳐보아도 상관없다. 남자로 사는 기술, 달콤한 연애의 기술, 본능에 충실한 섹스의 기술, 위버 섹슈얼한 뷰티의 기술, 부자로 가는 성공의 기술, 황홀한 인생의 기술, 향기로운 낭만의 기술 이라는 본 제목보다 더 끌리는 각 장의 부제들은 눈에 끌리는 향기로운 단어들로 가득하다. 황홀, 낭만, 섹스, 달콤, 본능, 연애 너무 좋잖아.

  책을 읽다보면 어떤 부분은 내가 그런 의도를 가지고 그런 것이 아니라 어쩌다가 필진이 말하는 바에 부합하는 경우들도 상당수 있고, 또 무심코 그냥 넘겼던 부분들도 있다. 확실한 것은 별 것 아닌 내용도 없는(정말?) 이 책을 상당히 천천히 느릿느릿 꼼꼼히 읽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의 머리 속에선 지난 과거의 장면들이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책이 말하는 법칙에 비추어 내가 어떻게 행동했는가 하는 것이.

  매우 유용하고 쓸모있는 지식임에는 틀림없지만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자금'이다.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것은 이 책을 읽는 각각의 남자들에게는 각기 다르게 다가올 터. 어떤 이는 본 바탕(얼굴)이 안되는 것을 어찌할 것이냐고 말 할 터이고, 우선 살부터 빼자는 이들도 있을 것이고 기타 등등. 나에게 가장 부족한 것은 '자금'이다. 돈이 있어야 니들이 말하는대로 뭘 좀 뽀대 좀 나게 할 거 아냐. 돈 없으면 다 소용없잖아. 그래 정말 그렇다. 내가 언젠가 에스콰이어 말고 지큐를 한번 돈 주고 샀을 때 펼쳐보며 느낀 것은 그것이었다. 장난하니. 광고에 나온 이것들 사려면, 니들 말하는대로 뽀대내려면 내 월급으로는 발바닥만 신경쓰기도 힘들어. 전신을 그렇게 치장하려면 도대체 얼마나 필요한거야. 얼마면 돼?!! 버럭. 그리고 다시는 패션지(?)를 사지 않았다. 보지도 않았다. 아니 솔직히 미용실에서 가끔 봤다. 그럼 이제 나에게 남은 과제는 돈 벌기. -_- 그게 맘대로 돼? 대출금 밀렸다. 통장에 돈 넣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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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6-10-05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서 그런 게 유행하나봐요? 이런 책들이나 패션지는 그저 눈요기거리죠 뭐~

비로그인 2006-10-05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패션잡지를 보고나서 현실로 눈을 돌리면, 문제의 기본은 내 옷장과 내 몸매로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이러니 차라리 개인 카운셀러나 지인의 충고가 백 번 나은 것이기도 하구요. 하지만 저는 여자임에도 불구, 솔깃해집니다, 이 책. 남자라는 사람들이 종종 무얼 생각하고 사는지 궁금할 때가 많아요.

마늘빵 2006-10-05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라이니님 / 네 요새 백수생활백서, 여자생활백서 등 나왔죠. 유일하게 이것만 봤지만요. 의외로 깊이 생각하게 하는 부분도 있더라구요. 지난 연애와 나의 행각들을 살펴보면서요. ^^
쥬드님 / 네 저도. 제 옷장과 제 몸매와 통장잔고와 머 이런 것들. 멋 부리려면 확실히 자금이 받춰져야. 근데 이 책은 남자라는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를 알기보다는 많은 남자들이 지나치고 있는 부분들에 대해서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하고 말해주는 책이기에 현실 속의 남자들읠 머리 속 생각을 보기엔 적합하지 않은거 같아요. 이 책에 있는 대로의 남자라면 정말 드라마나 영화 속의 '그' 밖엔 떠오르지 않아요.

marine 2006-10-06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돈,돈,돈 아, 정말 영원한 딜레마죠 어제 "재키스타일" 을 읽었는데 그 유명한 재클린 케네디 역시 우아함과 스타일을 지키기 위해 결국은 오나시스와 결혼했다고 하니, 우리같은 평민들이야 뭐 더 말할 것도 없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