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시작될 때 빠지기 쉬운 오만과 편견" 이라는 영화문구는 정말 딱이다. 시작하는 연인들을 위한 연애와 결혼에 대한 지침서. 사랑이라는 것은 연애와 결혼 두 가지 모두를 포함하고 있다. 연애 따로 결혼 따로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연애의 시작에서부터 결혼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것. 그렇다고 결혼이 사랑의 종착역이라는 것은 아니다. 어찌되었든 필받은 두 남녀가 만나 발생하는 모든 사건들의 총칭을 '사랑'이라고 칭해도 될 터이다. 사랑은 그만큼 많은 것을  포괄하고 있다.

  제인 오스틴이 쓴 고전작품 <오만과 편견>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영화는 소설의 내용을 매우 충실하게 담아내고 있다. 소설 속에서 봤던 인물들의 특징이 영화 속 캐릭터에 매우 잘 드러나 있다. 이쁘고 똑똑하고 자기주장 강하고 고집센 처녀 엘리자베스도, 무뚝뚝하고 오만하여 본래의 친절함과 겸손함이 종종 사람들로부터 오해를 사는 다아시도, 그리고 베넷과 베넷부인, 빙리, 제인, 위컴 등등의 인물들을 매우 잘 그려내고 있다. 특히 그중에서 콜린스에게는 더더욱 눈길이 간다. 콜린스를 연기한 배우가 누군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쩜 소설 속의 그 코믹하고 엉뚱하고 고지식하고 자기밖에 모르는 콜린스를 그렇게 잘 그려냈는지, 콜린스가 엘리자베스에게 청혼하는 장면은 너무나 재밌었다. 싫다고 됐다고 그만하라는데도 꿋꿋하게 무릎 꿇은 채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고 있는 그의 모습이 너무나 귀여웠다. 흐흐.

  자존심 강한 여자와 무뚝뚝한 남자가 사랑을 하게 되면 어떤 일이? 정답은 영화 속에 들어있다. 서로 마음이 있지만 표현하지 않는 자존심녀와 무뚝뚝 오만남은 서로 잘났다 이건가. 내가 쟤보다는 아깝지. 그러니 내가 먼저 쟤한테 마음을 표현할 순 없어. 먼저 내게 다가오렴. 뭐 이런거?

 

* 이토록 사랑했으면서 왜 아닌 척 한거야. 왜 싸운거야. 왜왜.

  두 사람은 첫만남부터 삐걱거리지만 그 삐걱거림은 어느 새 자신도 모르게 상대방에 대한 사랑의 감정으로 변해있고, 마음을 표현하지 못해 홀로 괴로워하는 두 남녀. 사랑의 줄다리기는 어느 정도껏 해야지 너무 당겼다간 뒤로 넘어져버린다. 폭우가 쏟아지는 오후, 자신의 마음을 고백해버린 오만남. 고백을 거절해버린 자존심 편견녀. 사랑은 너무나 어렵다. 이루어지기 이토록 힘들어서야. 오만 자존심남이 상처를 받았으니 다시 한번 고백을 할까? 자존심녀는 그가 다시 자신에게 고백해주길 바라지만 스스로는 먼저 표현하지 않고. 아 한편으로 답답하면서 한편으로 재밌구나. 고백은 쉬운 게 아니라고. "사랑해"라는 그 한마디는 너무나 어렵다.

  소설을 먼저 읽은 이들은 영화를 보면서 소설 속의 이야기를 영화가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관심을 두겠지만, 소설을 읽지 않은 채 영화를 접하는 이들은 그저 하나의 로맨스로 다가올 것이다. 그러나 원작의 내용을 모른 채 보더라도 이 영화는 참 재밌고 잘 짜여진 한편의 사랑놀음이다. 영화를 먼저 접한 나로서는 영화를 본 이후 소설을 읽으며 영화 속 장면들을 떠올릴 수 있었다. 많은 등장인물들이 나오고, 다양한 사랑의 관계가 등장하고, 사랑의 시작에서 끝까지 벌어지는 각종 오해와 이해의 이야기들은 사랑을 고파하는 이들에게, 사랑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꼭 한번쯤 생각하고 넘어갈 거리들을 안겨준다. 웃으며 재밌게 본 영화지만 생각할 거리도 안겨줬던 영화였다.



* 넘 이쁜거 아냐? 촌티나면서도 매력있다. 키이라 나이틀리. 기억해야지.
  근데 얼마전 이 여자가 섹시화보 찍은걸 봤는데 음. 이미지 확 달라졌다. 배우는 진실을 알 수 없어.



 

 

 


 


댓글(3)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가넷 2006-05-11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넘 이쁘네요....ㅎㅎ;;;

비로그인 2006-05-11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리뷰예요^^ 사실 사랑에 있어서 밀고 당기기 하는 건 다 비슷한 것 같은데 매번 영화나 책의 주제로 다루어져도 지겹지 않으니 참 신기하죠? ㅋ

마늘빵 2006-05-11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좋은 아침입니다. 사랑이라는 주제는 언제나 신선하고 새롭게 다가오죠. 모든 연애와 사랑이 다 다르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