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영화. <당신이 그녀라면>. 절대 라면이름이 아님다. (퍽!) 영화 광고를 통해서 큼지막한 내용은 알고 있었는데, 어떤 영화를 볼까 고민 끝에 - 사실 별로 고민도 안했다. - <당신이 그녀라면>을 보기로 결정. 부랴부랴 오랫만에 종로로 향하고.

  내가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알고 있는 부분은, 언니의 남자친구를 동생이 '따먹었다'는 것 뿐. 로맨틱 코미디라는건 알고 있었다. 그리고 별반 기대는 하지 않고 봤기 때문인지 보는 내내 유쾌했다. 심각하게 사색을 요하는 영화도 좋아하고, 눈물짜내고,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영화도 좋아하지만, 이런 유쾌하고 즐거운 영화도 좋다.

  영화는 단순히 동생이 언니의 남친을 '따먹는'(영화 속 표현을 빌려온 것이므로 불쾌하게 생각지 말 것) 내용만을 담고 있진 않다. 언니는 동생을  싫어한다. 동생은 정말 언니의 표현대로 '골빈 창녀'다. 실제 동생이 창녀는 아니지만 온갖 남자들을 꼬셔내 섹스를 한다는 점에서 언니는 동생을 그렇게 불렀다. 다른 남자에게만 그러면 모르겠지만 동생은 언니의 남친도 꼬셨기 때문에. 또 동생은 글자를 읽을 줄을 모른다. 알파벳을 겨우 천천히 읽다 마는 수준. 그러니 이런 동생을 자립시키려고 알바 자리도 구해주고 해도 동생은 항상 잘린다. 손버릇도 안좋다. 주인만 없음 다 훔친다. 이런 철없는 동생을 계속 받아줬지만 내 남친과 그런 일을 벌이고도 가만히 있을 언니가 어디있을소냐. 당연히 쫓겨났다. 그러나 가슴은 아프다. 남친과 깨져서가 아니라, 동생을 버렸다는 사실이, 내쫓았다는 사실이,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

  영화는 언니와 동생이 화해하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서로 미워하고는 있지만 사실 그 미움이라는 것도 사랑이 없다면 있을 수 없다. 사랑이 있기에 미움이 있는 것이다. 남에게 소개하기 부끄러운 동생인 것이 사실이고, 못된 짓만 골라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래도 어쩌랴. 동생인데.

  흠. 사실 내 동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인정할 수 없는 논리다. 동생이니까 언제나 감싸주고 보호해주어야 한다? 흠. 내가 그닥 마음이 넓은 사람이 못되는지 어떤지 모르겠지만 동생이 막할 때는 그러고 싶지 않다. 그리고 잠잠할 때 역시도 별로 사랑스럽고 그렇진 않다.



* 카메론 디아즈. 난 그닥 이쁜지는 잘 모르겠지만 - 그녀에게도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기 때문인가 - 이 영화에서는 온갖 남자들을 다 '후리고' 다닌다. 하지만 몸매는 좋다. 인정. 실버타운에서 저러고 있으니 할아버지들이 죄다 모여서 좋아라 하고 바라볼 밖에.



* 언니의 두번째 남자친구이자 약혼자. 내가 봐도 재밌는 사람이다. 매력있고. 약혼 파기의 위기를 겪지만 동생으로 인해 다시 연결.

  어쨌든 영화는 언니와 동생의 화해를 유도하기 위해 '할머니'라는 카드를 끄집어내고, 잊혀졌던 할머니, 죽은줄만 알았던 할머니를 통해 가족애를 확인하게 된다. 또 마냥 철없는 동생이 할머니 곁에서 서서히 변화해가는 과정을 목격하게 된다. 난독증을 가지고 있던 그녀에게 실버타운의 전직 교수 할아버지는 책읽는 법을 가르쳐주었고, 그녀는 할머니들의 패션감각을 살려주는 코디네이터로 변신하기도 하며, 자신의 재능을 살렸다. 할머니, 할아버지 사이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지며 그녀의 모습은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한다. 급기야 약혼을  파기당한 언니를 위해 예비형부에게 전화를 걸어, 비록 임신했다고 거짓말을 하긴 했지만, 둘 사이를 다시 연결해주는 역할까지.

  영화는 해피엔딩이다. 로맨틱 코미디인지라 중간중간 웃음의 요소가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마지막에 감동의 눈물 한 방울도 살짝. 아무런 기대하지 말고 웃고 즐기고 싶다. 그런데 그것만으론 부족하고 뭔가 살짝 감동도 받고 싶다. 그렇다면 이 영화를 택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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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1-15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메론 디아즈 정말 예뻤는데^^ 세월이 참

마늘빵 2006-01-15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몸매는 여전히 착해요. ^^

하루(春) 2006-01-16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볍게 볼 수 있는 소품인가 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