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구청인가 어디에 방학에 아르바이트를 나가고 있다. 아나운서를 준비하고 있는 동생은 모 방송에서 알바 아나운서로 일하고 있고, 과외를 세 개인가 뛰고 있으며, 구청에서 하는 아르바이트에 뽑혀서 여길 다니고 있는데, 아 도서관인가. 하여간 잘 모르겠지만, 도서관인거 같다. 하튼 여기서 새 책을 접하고, 디비디를 접하고 하면서 맘에 드는 걸 몇 개씩 빌려오고 있다. 이번에 빌려온 디비디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이건 책도 있다. 동생방에 있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책도 보고 싶다. 아 나 읽을 책 내 방에 쌓여있는데. 언제 다봐.  

  네덜란드의 1665년. 16살 먹은 소녀가 집안 형편의 어려움으로 인해 화가 베르메르의 집에 하녀로 들어가게 된다. 으리으리한 저택에, 오자마자 이름도 물어보지 않고 대뜸 할 일을 지시해주는 고참 하녀. 말 시키기 전에도 먼저 입을 열지 말라는 마나님. 고생문이 훤히 보인다. 집안을 둘러보던 그리트. 베르메르의 작업실에 들어서자마자 입이 쩍 벌어지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을 먹은 표정을 짓는다. 청소를 하러 들어온 이런 그리트에게 오묘한 감정을 갖게 된 베르메르. 그녀에게 그림을 보는 법, 색을 만드는 법, 물체의 구도를 잡는 법 등을 알려주기 시작한다. 일하기에도 바쁜 그리트. 하지만 몰래 베르메르의 방에 들어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지는데...  



* 이것이 베르메르가 그린 그림. 물론 모델은 그리트다. 청색과 백색 두건의 조화. 뒤로 쭉 늘어뜨린 두건. 의자에 앉아 비스듬히 뒤를 돌아보는 여인의 자태. 사랑스런 눈빛과 앵두같은 입술. 그리고 진주귀걸이 포인트. 너무나 아름답다.

   베르메르의 그리트에 대한 사랑, 하지만 표현할 수는 없다. 그는 아내와 장모님, 그리고 6명의 아이가 있다. 장모님의 집에서 그의 후원자 라이벤의 도움을 받아 그림을 그리며 살고 있다. 아내는 베르메르의 그리트에 대한 눈빛을 읽고 그녀를 경계하고, 딸은 그리트를 골탕먹이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그리트에 대한 감정을 표현할 수는 없다. 허락되지 않은 사랑. 그녀를 모델로 삼아 그린 그림. 그 그림엔 입술을 살짝 벌리고 베르메르를 돌아보는 그녀의 모습이 그려져있으니. 게다가 그녀는 아내의 진주귀걸이까지 했다. 분노. 그녀는 집에서 쫓겨난다. 하지만 베르메르는 고개를 돌린다. 그리고 몰래 진주귀걸이와 그녀가 했던 두건을 하녀를 통해 보내준다.   허락받지 못한 사랑을 지켜보는 안타까운 심정.  

  영화는 화가 베르메르와 그의 하녀이자  제자이자 모델인 그리트의 사랑을 담고 있다. 영화 속 장면에는 당연히 베르메르가 그린 그림들이 자주 등장한다. 그가 그림을 그리는 장면, 물감을 만드는 장면, 그의 화실 등의 장면도 나온다. 하지만 영화 속에 그림에 대한 장면이 자주 나오기 때문이 아니라, 영화 자체가 한편의 그림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영화는 하얀 캔버스 위에 물감을 풀고 덧칠하고 따뜻한 색감을 만들어나간다. 인물의 구도를 잡는 면에서도, 집안 곳곳의 장면들을 잡아내는데서도, 하나의 그림과 같은 인상을 심어준다. 감독이 그린 그림 몇 작품이 연속적으로 연결되어 보여지는 듯한 느낌이다. 감독은 빛을 매우 잘 활용했다. 등장인물들의 얼굴과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빛이 들어오는 방향과 구도, 그리고 그림자까지도 매우 세심하게 처리한 듯 하다. 꼼꼼하고 세심한 그의 시선이 이 영화를 그림과 같이 만들어냈다.   어떤 감독인가 알아봤더니 그의 필로그래피에는 이 영화 단 한편만 걸려있다.

   하나 더.  84년생인 스칼렛 요한슨의 연기도 매우 좋았다.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도. <아일랜드>에서의 모습과는 딴 판이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의 그녀의 모습이 더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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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1-09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책으로만 읽었어요. 읽고 나서 보니 정말 그림속 여인의 표정이 오묘해 보였죠

마늘빵 2006-01-09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으로도 보려구요. 동생 책꽂이에 있어요. 지금 읽고 있는거 읽고선 봐야겠어요. 읽을 책이 너무 많아.

세실 2006-01-09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잊고 있었군요. 책을 참 재미있게 보고 한동안 추천도 많이 했는데 영화를 잊고 있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