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절대로. 절대로. 노는날 늦게 일어나서 이불도 안개고 이도 안닦고 세수도 안한채로 밥만 먹고 쇼파에 눕는 행위는 안된다. 뭐 안된다 안된다 하면서 매번 하는 나지만, 오늘도 또 이같은 짓을 저지르고 말았으니. 왜 안되는고 하니 이 순서로 생활이 시작되면 그날은 영화보고 잠자고 밥먹고 이런걸로 시간 다 보내게 되기 때문이다. 난 이런거 질색이다. 나 자신에게 용납이 안된다. 폐인이 된거 같은 기분.
밥먹고 쇼파에 누워 케이블 티비를 돌리다보니 노는 날이라고 또 안해주던거 해준다. 한쪽에서는 이미 봤던, 하지만 매우 재밌었던 <데어데블>을 해주고 있었고, 한쪽에서는 <방탄승>을 해주고 있었는데, 난 이미 본 영화보다는 안 본 영화로. <방탄승>은 제목 그대로 총알을 막는 승려라는 뜻이다. 제목 참 유치뽕짝빤스하다. 그게 머니. 우리나라 영화 그런식으로 제목 지었다가는 내용이 아주 재밌어서 소문에 소문을 퍼뜨리는 영화가 아니라면 망하기 십상이다.
'주윤발 주연, 오우삼 제작' 이라는 타이틀 만으로도 충분히 주목을 받을 만한 영화. 제목이 안겨준 단점을 그걸로 극복했구나.
왠 한적한 산중에 사찰이 있는데- 아마도 티벳이지 싶다 - 독일 나치들이 몰려와 그들을 몰살하고 뭔가를 찾는다. 늙은 스님 하나가 젊은 스님에게 뭔가를 전수해주고 비 뭐시기더라. 하튼 뭔가를 소중히 간직해야한단다. 그러면서 그 스님 총알 세례 받고 죽었다. 밖에선 제자 스님들이 인간띠를 형성해 사찰로 들어서는 나치를 막았으나 모두 총알받이. 마지막 남은 내공전수받은 스님, 그들에 맞서 간단히 몸풀고 마지막 남은 나치대장도 보내버린다. 아니 그럼 진작 나서서 다 도와주지 왜 시간을 끌어 끌기는. 다 죽고 난 뒤에. 영화니깐. 영화니깐 많이 죽어야 재밌는거다.

* 좀 놀게 생긴 젊은 소매치기와 스포츠 머리하고 도시풍 옷을 입으신 스님.
시간은 흘러 흘러 60년 뒤 미국의 어느 도시. 티벳승려는 현대식으로 옷을 입고 스포츠 머리를 하고 신문을 본다. 그러다 냅다 달리는데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는 것. 그 놈들은 예전에 만났던 나치의 손녀가 부리고 있는 부하들. 60년 동안 저들로부터 쫓김을 당하는 스님, 집도 절도 없이 떠돌아댕긴다. 그러다 지하철에서 만난 소매치기 하나. 오 필 오는데? 요놈 쫓아댕기며 이런저런 질문을 던지고 귀찮게군다. 기거하는 중국극장 황금성의 집으로 찾아오질 않나. 내 밥을 먹고 내 침대에서 잠을 잔다. 이런 어이 없는.
"스님은 이름이 뭐요?"
"나 이름이 업네."
"스님 왜 그들에게 쫓기는 게요?
"핫도그는 10개씩 팔면서 왜 핫도그 빵은 8개씩 팔까? 이 질문에 답하면 대답해줌세."
"아니 질문에 질문으로 대답하는게 어딨답니까?"
"쿨쿨..."

* 지하철 소매치기 패거리들과 겨루고 있는 카. 첫번째 예언의 실현.
이제 함께 나치놈들로부터 도망다니는 신세가 된 두 사람. 젊은 스님은 60년 전의 할아버지 스님의 예언에 따라 전설의 두루마리를 보호해줄 후계자를 찾는데 아무래도 이 소매치기가 제격인것 같다.
첫째 예언은 학 무리의 학이 공중을 날 때 그가 적군을 무찌른다. 둘째 예언은 보석궁에서 사랑을 위해 싸운다. 셋째 예언은 모르는 형제들도 자유롭게 하리라.
첫째 예언은 이미 확인했다. 소매치기 카 가 지하철 다른 패거리의 구역에서 일을하다 그들에게 잡혔을 때 왕초를 상대로 학 권법(?)을 구사하며 대적했다. 봉 돌리는 솜씨하며, 권법하며 예사롭지가 않다. 물론 어설프긴 했지만서리.

* 오 이쁜데? 누구지? 검색해봤더니 나랑 동갑이고, 별다른 영화에 참여한게 없다. 카가 훔쳐간 목걸이의 주인공이자 상당한 무공의 소유자.
둘째 예언은 무엇인고. 지하철 소매치기 패거리와 싸웠던 카. 그곳에서 절세미녀를 만나는데 그녀가 나를 도와줬다. 나를 살려주었다고. 그녀의 목걸이를 훔쳤고, 후에 그녀는 목걸이를 찾기 위해 그를 찾아나서고, 결국 두 사람은 그녀의 집에서 야밤에 만나게 되는데, 만나자마자 싸움질이라. 내 목걸이 내놔. 훔쳤지? 아냐 훔치지 않았어. 빌려간것 뿐이라고. 돌려주려고 했어. 그럼 왜 빌려갔어?!! 엎치락뒤치락 머하는거니. 아무래도 애정행각같은데 싸움이 아니라. 어찌되었건 러시아 마피아의 딸인 그녀는 거대한 궁에서 살고 있었고, 여기서 두 사람이 만나 사랑다툼을 한다? 두번째 예언의 실현. 그렇담 세번째는?
자 이제 세 사람이 힘을 합쳐 독일 나치가 빼앗아간 두루마리를 찾아 떠난다. 인권협회건물로 돌격. 카와 그녀는 그곳에 잡혀 고문받고 있는 스님들을 풀어준다. 오 세번째 예언의 실현. 모르는 형제들도 자유롭게 하리라. 그래 너네가 제격이다. 두 사람 모두 무명승이 찾던 인물들인 것이다. 내공을 전수해주고 나이든 할아버지의 모습으로 돌아온 방탄승. 두 사람에게 두루마리를 전해주고 마지막 문장의 앞과 뒤를 각각 전해준다.
영화는 그냥 오락용이다. 사실 별 내용이나 교훈이나 기타 별다른 감흥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오락용으로 딱 좋다. 중간중간 불가의 물음을 던지기도 하지만 별 의미는 없다. 그냥 뭔가 있어보이려는 수작. 결국 영화는 나치에 맞서 두루마리를 사수하는 방탄승의 이야기이고, 오락용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재밌다. 주윤발을 좋아하는 이들에겐 좋은 선물이 될 듯.
* 리뷰 쓰고 나서...
참 오락영화는 쓸거리가 없다. 줄거리를 빼면 암것도 안남는다. 그래서 시시하다. 힝... 지금도 줄거리 빼면 남는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