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쌉싸름한 초콜렛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15
라우라 에스퀴벨 지음, 박경범 옮김 / 울림사 / 200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예전에 얼핏 인터넷 서점에서 제목과 표지를 본 기억이 있었던 책이다. 그때 내 눈에 비쳤던 책은 민음사에서 출판된 것인데 정작 난 민음사 전에 울림사에서 나왔던 구판을 접하게 되었다. 돈을 주고 책을 샀다면 최신 완역판인 민음사 것을 택했을 것이다. 그러나 어쩌다 내 손에 들어오게 된 책이기에 구판이지만 그냥 읽었다. 크게 관심있었던 책은 아니었으므로.

 이 책은 멕시코 작가 라우라 에스퀴벨의 작품이다. 최근 소설을 위시한 문학작품에서 남미열풍이 불면서 아마도 주목받게 된 책이 아닌가 싶은데 <달콤쌉싸름한 초콜릿>은 이 작가의 처녀작이라 한다. 미국, 프랑스, 일본 등 전세계 20여개국에서 출판되어 베스트셀러로 자리잡았다고 하는데 사실 책은 다 읽은 지금 내게는 그다지 머리를 깨우치게도 가슴을 울리게도 하지 않는 그런저런 작품들 중 하나로 남아있다.

 이 소설을 기반으로 해서 영화도 만들어진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내가 알고 있는 것은 그뿐 영화가 언제 나왔는지 배우가 누구였는지조차 모른다. 단지 책이 영화로 만들어질 정도라면 아마도 베스트셀러였다는 점은 사실로 믿어도 될 듯 한데 내게는 그런 감동이 오지는 않았다는 것만이 현재 확실한 점.

 소설에는 무지한지라 순전히 이 책을 읽고 난 뒤의 나의 느낌만을 적어볼까 한다. 그다지 많은 소설을 읽어본 적도 없고 소설이론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나로서 이에 대해서 언급할 수 있는 바는 오로지 나의 주관적 느낌뿐이다.

 사랑하지만 결혼할 수 없다. 왜냐면 막내딸이기 때문에. 막내딸은 어머니가 죽을 때까지 어머니 옆에서 그녀를 보살펴야만 한다는 운명을 갖고 태어난다. 그녀를 사랑하는 사람도,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도 모두 괴로울 수 밖에 없는 상황. 정말 이런 풍습이 멕시코 어느 마을에는 존재하는 것일까. 사실 소설의 시작이 내게는 쌩뚱맞았다. 작가의 인위적인 설정인가 아니면 실제 멕시코 어느 마을의 풍습인가.

 또 쌩뚱맞은 하나의 설정은, 막내딸을 사랑하는 남자는 곁에서 막내딸을 지켜보기 위해 그녀의 언니와 결혼을 했다는 사실. 또한 언니도 이를 알고 있다. 이 얼마나 견디기 힘든 고통인가. 언니는 동생을 미워할 수 밖에 없다.

 위와 같은 설정 이외에도 소설의 줄거리는 내게 현실적이지 않다라는 느낌을 전해주지만 주어진 운명 속에서 사랑을 개척해나가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꽤 진실하게 다가왔다. 지금껏 그래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는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고 이 금기를 깬다. 그리고 언니의 아이, 막내딸이 태어났을 때, 그 어린아기에게 태어남과 동시에 주어져버린 운명에 분노하며 이 아기가 나중에 자유롭게 살 수 있게 육아나 교육면에서 도움을 준다.

 소설에서 또한 두드러지는 부분은 각각의 상황에서 항상 요리하는 과정을 집어넣음으로써 맞물려 비유한다는 점이다. 그닥 요리를 잘하지도 좋아하지도 않는 내게는 그런 것들이 별 다른 감흥을 일으키지 못하지만 아마도 이 책을 좋게 평가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부분은 그런 부분이지 않은가 싶다. 하지만 언제나 감동은 주관적이고 내게는 전해지지 않았다는 것이 지금 확실할 뿐.

 구판의 번역자는 후기에서 그렇게 말했다. 멕시코의 음식문화에 대한 부분이 우리네 것과는 사뭇 달라 완역하지 않았노라고. 아마도 번역자도 나와 같이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한 듯 한데 그렇더라도 번역자의 태도로서는 별로 좋지 않다고 본다. 일단 완역을 하고 그것을 어떻게 우리네 것과 조화를 이룰 것인지를 고민해야지 우리네와 다르다고 해서 작가의 작품을 의도적으로 수정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후에 기회가 된다면 민음사의 완역본을 다시 한번 볼까 생각중이다. 그때 다시 읽으면 좀 다른 느낌을 가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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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ky 2005-06-05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 아프락사스님이 남자분이라서 별 감흥이 없었나봐요. 솔직히 이 책 순정만화 같았거든요. ^^ 그리고, 민음사는 번역이 정말 훌륭했었답니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설정인 음식쪽을 완역하지 않았다니, 울림사 너무 했다 싶네요. ^^;

마늘빵 2005-06-05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네 제가 감성적인 부분이 많이 부족한가봅니다. 민음사 것으로 다시 읽어봐야겠네요.

marine 2005-06-09 0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은 저도 아프락사스님과 비슷한 느낌이었어요 저도 요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감동이 적었을까요? 논리적으로 너무 개연성이 없는 만화식 전개가 맘에 안 들더라구요 (전 민음사 걸로 읽음) 그런데 책을 본 후 영화를 보니까 훨씬 이해가 쉽더군요 상상만 하던 장면들이 영상으로 펼쳐지니까 참 재밌더라구요 만약 영화만 봤다면 아주 재미없었을텐데, 함께 보니까 참 좋았어요

마늘빵 2005-06-09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저만 그런건 아니었군요. 저도 요리도 잘 모르고, 너무 만화같더라구요. 순정만화보는 듯함. 비현실적인 전개도 그렇고. 영화를 나중에 봐야겠네요. ^^

marine 2005-06-11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영화 너무 기대하진 마세요 비헐리우드 영화는 확실히 화면 구성이나 전개 방식이 덜 세련된 느낌이예요 다만 책과 거의 100% 똑같기 때문에 (원래는 시나리오로 쓴 걸 소설로 출판했다네요) 책에 나온 장면들을 확인하는 재미가 있더라구요 영화로 보니까 훨씬 더 개연성도 있어 보이고... 그런데 책을 안 보고 영화 보는 사람은 과연 주인공들이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까, 심히 의심스럽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