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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러리 앤 리브로 Library & Libro 2011.7
Library & Libro 편집부 엮음 / 도서관미디어연구소(잡지)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창간 2주념 기념 설문 조사는 매우 흥미로웠다. 설문 참여자 명단에 속한 이들은 활동 영역이 달라서인지 여러 곳에 동시에 글을 올리시는 딱 한 분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모르겠다. 나름 수년간 책을 읽고 끄적인 북로거인데 아는 분이 달랑 한 분이라니, 내 활동 반경이 좁은 건지 그들이 파워북로거가 아닌지 그것은 알 수가 없다. 어떻게 보면 파워북로거라는 개념조차도 알라딘, 예스24, 교보, 리브로, 인터파크 등에 둥지를 틀었느냐, 아니면 포털 사이트에 둥지를 틀었느냐에 따라서 달라진다. 누군가에게는 파워북로거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듣보잡이다.
포털의 파워북로거들 70명을 대상으로 설문 메일을 보냈고, 그 중 50명이 답했다. 이들 중 58%는 서평지 문화가 자리 잡지 못하는 이유로 '서평의 질' 문제를 들었고, 파워북로거의 사회 문화적 의미를 묻는 문항에는 70%가 '정보 생산자 그룹이자 1인 서평 미디어'라고 대답했다. 개인적으로 첫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서평의 질 보다는 신문 서평이든 잡지 서평이든 서평을 읽는 이들이 소수이고, 기자의 글쓰기나 북로거들의 글쓰기나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이 통계에서는 이런 의견조차도 '서평의 질'로 치환해버렸는데, 분명히 다르다. 서평의 질 보다는 서평의 방향성 문제라고나 할까.
쭉쭉 빨거나 아니면 가혹하고 신랄하게 까는 문화가 없다. 좋은 부분에 대해서는 좋다고 쭉쭉 빨아주고, 아닌 부분에 대해서는 아니라고 비판하는 문화, 빤다고 좋은 책도 아니고, 깐다고 나쁜 책도 아니라는 의식이 형성될 수 있는 문화가 없다. 빨면 무조건 좋은 책이 되고, 까면 무조건 안 좋은 책이 되기에 빠는 것도 까는 것도 조심스럽다. 내 딴에는 좋지만 아쉬워서 까는 건데, 별 셋을 줬다고-사실 별 셋은 무난한 건데-, 깠다고 열어봐서도 안 되는 책으로 간주되지는 않을까 걱정도 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의 좋은 부분은 좋다고, 나쁜 부분은 나쁘다고, 아쉬운 건 아쉽다고 다 말하는 편인데, 글을 읽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게 보인다.
한 출판인이 신간 출간 이후의 미국과 유럽, 그리고 한국의 문화에 대해서 언급한 적이 있다. 유럽과 미국은 책이 나오면 좋은 부분을 부각해주고 일정 기간이 지나서야 그 책의 안 좋은 점을 비판하거나 한다고. 그러나 한국은 책을 소개하는 신문 지면에서 기자들이 책을 소개하면서 이런 점은 아쉽다, 라고 꼭 쓴소리를 한다는 것이다. 한국 기자들이 책을 쭉쭉 빨아주고 있다고 여기는 분들도 있지만, 유럽이나 미국에 비하면 실상 까는 기사 쪽에 속한다는 것. 신문 기자는 사실상 서평이 아니라 책 소개를 해줘야 하고, 서평은 다른 이들이 써야 한다. 그러나, 한국에서 기자가 책을 소개하면서 서평을 쓰려고 하기에 책 소개와 서평의 경계가 허물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50명의 파워북로거들은 신문이나 잡지에 실린 서평이 구매에 미치는 영향 면에서 제각각의 답을 내놓았다. 거의 참고하지 않는 사람도 있고, 전적으로 참고하는 사람도 있다. 그 수도 답만큼이나 제각각이다. 내 경우엔, 이런 책이 나왔구나 라는 안내를 받는 정도로만 참고를 하고, 그 책에 대한 정보는 신문 기사가 아니라 인터넷 서점에 올라온 출판사의 소개 글(보도자료)를 통해서 얻는다. 그리고, 올라온 서평 중에 내가 관심 갖는 북로거가 쓴 글이 있다면, 그 글을 찾아 훑는다. 그 다음에야 손가락이 구매 버튼을 클릭한다. 사람마다 구매 버튼까지 가는 경로가 다 다를 것.
북로거들은 상당수가 책을 좋아해서 개인적으로 기록하는 차원에서 북로거 활동을 시작했고, 책을 사서 읽거나 빌려 읽는다. 그런데, '책은 주로 어떤 경로로 구하십니까'라는 설문에, '출판사에서 기증 받는다', '이벤트 서평에 응모한다'라는 대답에 무려 33%가 답변했는데, '주로'가 아니라 구하는 여러 경로를 복수응답하게 한 것이 아닌가 싶다. 합계가 50명이 나와야 하는데, 76명이 나온다. 그 아래 설문 독서량을 묻는 질문에서도 의문이 생긴다. 기준이 한 달인지, 일 년인지 알 수 없는데, 그냥 짐작으로 한 달이라고 생각하자니, 45권 이하라고 답한 사람은 뭔가 싶기도 하고. 한 달 기준으로 삼자면, 이 사람은 하루에 한두 권을 꼬박꼬박 읽는다는 건데. 기획 의도는 좋은데, 마무리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