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걸으며 나무를 심는 사람, 폴 콜먼
폴 콜먼 지음, 마용운 옮김 / 그물코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폴 콜먼. 영국 맨체스터에서 태어나 1988년에 환경운동가로 변신해 유엔 평화문화대사와 영국 '리빙 레인포리스트'의 홍보대사 등 여러 직책을 맡고 있는 그는,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이기도 하다. 영국 이튼스쿨, 캠브리지 대학 강연을 비롯해 지금까지 3천 여회의 강연을 했다고 하며, 최근 우리나라에서 개봉한 영화 <지구>의 해설을 맡기도 했다. 지난 18년 동안 39개국 47,000 킬로미터를 걸으며 110만 그루의 나무를 심은 그는, 돈도 없고 집도 없지만 행복하다.

  2005년엔 일본에서 만나 그에 관한 책을 쓴 작가 고노미 기쿠치와 결혼도 했고, 2006년에는 한국, 중국, 일본 3개국을 걸으며 평화의 메세지를 보내기도 했다. 최근엔 중국 베이징 올림픽에 환경 메세지를 전하기 위해 홍콩에서 중국 텐진까지 걸었다 한다. 이렇게 화제가 되는 곳마다 항상 걸어다니는 그를 왜 여태껏 몰랐을까. 신문이나 티비 뉴스를 통해서도 접한 적이 없다. 이번에 그물코에서 나온 이 책을 통해, 그가 18년 간 걸어온 여정을 간접적으로나마 함께 걸었다.

  처음부터 환경운동가는 아니었다. 해군에 복무하면서 배 위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매일마다 쓰레기더미를 버리며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지구상의 모든 배에서 매일마다 이렇게 쓰레기를 바다에 버린다면 바다는 어떻게 될까? 아주 사소한 의문으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의심에 의심을,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던 끝에, 그는 환경운동가가 되었다. 부잣집 노인의 운전기사 역할을 한 적도 있었다. 남부러울 것 없는 호화로운 생활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끝내 자연에 대한 사랑과 환경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고 운동가의 길을 택했다.

  아무도 이해해주지 않아도, 생사가 달려있는 아마존 정글이나 험한 사막에서도 그는 포기하지 않고 걸었다. 걷고 걷다보면 그와 함께 하는 사람들이 나타날 것이고, 언론이 주목할 거라 보았다. 단순히 주목받고 싶은 욕구라고 보기엔 그의 삶 자체가 너무나 헌신적이었다. 그는 단지 주목받기 위해서, 유명해지기 위해서 이 일을 시작한 것이 아니다. 기왕이면 자신이 하는 일을 많은 이들이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이야 당연히 있다. 그래서 국제 회의가 개최되는 곳마다, 전쟁이 벌어지는 곳마다 찾아가 나무를 심으며 평화의 메세지를 전달했다. 

  이 책은 그가 걸어온 여정을 처음부터 함께 걸으며 그가 발 디디는 곳에서 느끼고 생각했던 바를 풀어놨다. 크게는 마치 여행서, 기행문 같은 형태를 취하지만, 그가 겪고 느낀 것들을 자연스럽게 풀어놓다보면 한 인물의 자서전 같은 느낌이 든다. 대중을 향한 연설문이자, 자서전으로 봐도 무방하다. 책의 말미에 그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우리는 할 수 있다. 평화로운 시대에 대한 확고한 비전이 있다면 우리는 평화를 이룰 수 있다. 우리가 가진 가장 큰 힘은 신념이다. 전쟁이 없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믿음이 있으면 이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 평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 누가 뭐라고 해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중략) 지구의 생명을 보전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는 것처럼 전쟁을 중단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러한 신념이 더욱 큰 힘이 되어 평화로운 세상을 실제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평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믿게 되면 우리는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 행동하게 된다."

  "문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 그러므로 집착을 버리는 기술을 배워야 한다. 어떤 문제 자체나 행동의 결과에 지나치게 사로잡히지 말고, 날마다 차근차근 꾸준히 행동해야 한다. 이렇게 하다보면 우리의 행동은 좀 더 강력해질 수 있다. 우리도 우리가 하는 일이나 우리의 삶에 대해 만족할 수 있으며, 이러한 감정은 우리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행복감이 된다. 우리의 열정은 다른 사람들을 감화시키고, 영감을 주며, 미래에 대해 낙관적으로 생각하게 만들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더 나은 미래를 함께 만들 수 있다. 바로 당신이 변화의 주역이다."

  그렇다. 우리가 변화의 주역이다. 우리 개개인이 변화의 주역이다. 전쟁을 멈출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면 내가 먼저 그렇게 행동하면 된다. 평화를 만들 수 있다는 신념이 있다면, 환경을 지킬 수 있다는 신념이 있다면, 내가 먼저 그렇게 행동하면 된다. 그렇게 생각하는 개인과 개인과 개인이 모여 결국 우리는 우리가 꿈꾸는 바, 목적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 우리는 '함께'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 폴 콜먼은 실제로 그로부터 시작해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다. 많은 이들이 동참하고, 지원하고, 그들의 생각을 바꿈으로써 변화를 일구어내고 있다. 변화는 나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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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9-16 0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생 나무를 심어 사막을 푸른 숲으로 만든 엘제에르 부피에 노인의 실화를 담은 '나무를 심은 사람'이라는 책도 있는데, 이렇게 걸어 다니며 나무를 심은 사람이 또 있군요~~ 변화의 주체가 된다는 것은 쉽지만, 또한 굉장히 어려운 일이기도 하지요. 이렇게 실천하는 사람들은 정말 대단해요~~ 감동과 감탄!

마늘빵 2008-09-16 08:52   좋아요 0 | URL
아 그 분 이름은 처음 들어보는데, 찾아봐야겠네요. 요 책은 나온지 얼마 안됐어요. 이주전쯤 신간소개에서 보고 산건데. 대단하죠.

아라리요 2008-09-17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아프님이 소개한 것 보고 사려고 찜만 해두었답니다.^^
언제 사서 읽게 될지는;;

마늘빵 2008-09-18 09:01   좋아요 0 | URL
^^ 요고 살짝 지루할 수도 있어요. 살짝. 이 사람이 걸어온 길을 쭉 훑어보는건데 괜찮습니다.

숲노래 2008-11-19 0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이 책을 읽고서 지루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마음이 가난한 사람일 수밖에 없지 않느냐 싶습니다. 이 책을 읽다가 지루하다면, 지금 자기 삶이 얼마나 지루한지를 먼저 깨달아야 할 테고, 책은 곧바로 덮어야 합니다. 그리고, 나이가 쉰이나 예순쯤 되어서 다시 펼쳐 본다면, 비로소 이 책이 무엇을 말하는 줄 몸으로 재미를 느끼리라 봅니다. 이 책은 적어도 두 달이나 석 달, 으레 여섯 달이나 한 해에 걸쳐서 조금씩 읽지 않고서는 참뜻을 받아들일 수 없도록 꾸며 놓았습니다.

마늘빵 2008-11-19 09:13   좋아요 0 | URL
바로 윗 댓글에 "지루할 수도 있"다는 말에 대한 댓글 같군요. :) 이 책 읽으며 아직 이 세상엔 꿈을 꾸는 이들이 많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꿈을 꾸는 이들이 모이다보면 세상이 변화하죠. 지루할 수 있다는 건 이 사람이 걸어온 여정이 지루하다는 것이 아니라, 책이 두껍고 판형도 크게 때문에, 그리고 대략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를 미리 짐작할 수 있기 때문에 지루할 수 있다는 말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