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깝게도 어제는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출근하여 밤늦게 끝난지라 시위에 참가하지 못했습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와 푹 자고는 아침에 일어나 인터넷을 켜는데, 국민토성이 보입니다. 다음이며, 네이버며, 한겨레며 들어가봤지만, 그다지 생동감있는 기사가 보이지 않아, 오마이뉴스와 민중의 소리에 들어가보니, 역시나 시간대별로 주르륵 나열해놨더군요. 국민토성이라. 전날 얼핏 어디서 보기는 했던거 같습니다. 시청부터 광화문 세종로까지 시민들이 줄을 서서 모래주머니를 옮겨 명박산성에 버금가는 토성을 쌓겠다는 이야기를. 누구 머리에서 나온 발상인지 참 놀랍습니다. 명박산성을 내놓으면 국민토성을 내놓는다라.

  오늘 아침에 일어나 밥먹고 또 자고, 다시 일어나 인터넷하다 또 자고, 그러다 일어나니 벌써 세시. 토요일 늦게까지 일하니 일요일의 절반은 잠으로 날아가버렸습니다. 남은 일요일을 어찌 보낼까 고민하다가 아주아주 오랫만에 영화를 혼자 보러갈까, 아니면 읽던 책을 마저 읽을까, 읽고 안쓴 밀린 리뷰나 써볼까, 하다가 아침에 일어나 본 국민토성이 떠올라 아무래도 오늘 가야겠다 싶어서 집을 나섰습니다. 혼자서. :) 갈 만한 사람들에게 연락을 할까 하다가 그냥 혼자 나섰는데 막상 또 시청에 도착하니 아직 시작은 안했고 혼자 있기는 뻘쭘해서 몇명한테 문자는 보냈는데 답은 없구. -_ㅜ 그렇게 한 손엔 피켓, 한 손엔 초를 들고 열심히 구호도 외치고, 양손을 들었다 내렸다 했습니다.

  추가협상이랍시고 해온 것이 어휴 머리뼈나 눈 따위를 제외한 모든 것을 받아들이기로 했다죠. 그러니까 그 문제 많은 곱창은 몇센티 자르면 안전(?)하다면서 그대로 들여오고, 소꼬리며 기타 등등 한국인이 열심히 사다 먹는 것들은 그대로 들어오기로 했다죠. 이번엔 또 무슨 QSA인가하는 품질관리평가제도로 30개월 이상을 막겠다고 했다는데, Q&A도 아니고 이건 또 뭐여. 이걸 들이밀면서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을 국민이 신뢰할 때까지 30개월 이상의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고 김종훈이 말했다는데, 참 여러가지로 공부시킵니다. 스스로 공부하도록 만드는구나. 좋은건가. -_-

  간단히 말하면 QSA는 자기네끼리 ks마크 찍는거라면서요. 축산업체에서 수출할 때 저 마크를 찍어서 내보내는데 일년에 한번쯤 미국 농림부가 감사를 나온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일 년에 한 번  미국 농림부가 감사 나오는거 가지고 우리보고 믿으라고. 30개월 이상 들어오지 않을테니 믿으라고? -_- 제발 좀. 명박아. 너 장사하던 애잖니. 장사하는 애들 심리를 이렇게 몰라요. 아니 그동안 장사 어떻게 했어. 참, 니가 손대서 다 말아먹었지. 깜빡했다. 지네끼리 도장찍고, 얘네가 로비한 농림부에서 나온 애들이 일년에 한번 검사한거 가지고 아 이제 됐다, 믿어라, 이거지? 국민을 바보로 아니. 니네가 번역 잘못한거 찝어낸 국민이다. 멍청이들아. 얘들은 도대체가 멍청한 정도가 생쥐급인가봅니다.

  오늘 무대엔 중학교 3학년 짜리 남학생이 올라와서 놀라운 발언을 했는데 근현대사에 관심있다는 이 학생은, 저보다 역사적 지식이 풍부했습니다. 겨우 알아듣긴 했지만 이참에 근현대사를 공부해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번. 한달전쯤 강준만의 <한국 현대사 산책> 1940년대 두 권을 사다놨는데 다른 책들에 계속 밀려서 못 읽고 있습니다. 한 선생님께서는 한홍구의 <대한민국사>를 권하셨는데, 둘 다 읽어봐야겠습니다. 또 기독교 계열분이 무대에 올라오셔서는 성경에 담겨있는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고 내려가셨는데, 이명박 장로는 아무래도 성경이나 하나님의 말씀과는 정반대의 삶을 사는 것 같은데 교회에 왜 다니는지. 아! 너무 잘못한게 많아서 회개하러 다니는구나. 근데 데려오는 애들마다 기독교인들인데 다들 너무 부도덕하다는. 다 같이 회개하는 그룹이라 그런가.

  어제를 기점으로 다시 촛불의 행렬이 늘어가는 추세인데, 오늘은 어제만큼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시청광장 꽉 차는 정도(1만)였고, 어둠이 빛을 장악한 시점에 모두가 초에 불을 켜고 일어나 행진을 시작했는데, 가다보니 어찌 점점 행렬이 길어지는 듯한 느낌입니다. 전에도 느꼈던건데 아무래도 집회엔 참여하지 않지만 뒤늦게 행렬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분명 시청광장에 모인 인원으로는 그렇게 늘어날 수가 없는데, 계속 걷다보면 자꾸만 길어지더라고요. 주변에 있던 시민들이 대열로 들어와서 그런가봅니다. "민.주.시.민.함.께.해.요." 구호는 오늘도 여전했는데, 길거리에서 들어오신 분도 있고, 길거리에서 그냥 조용히 피켓응원만 해주시는 분도 있고, 밀린 차 안에서 손 흔들거나 피켓을 흔드는 경우는 흔히 보이는 광경이고요.  

  나중에 함깨 하신 분께서 그러십니다. 종로나 시청쪽에서 버스가 밀리면 기사님이 안내를 해주는데 승객들이 전혀 불편해하지 않는다고.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심지어는 기뻐하기도 한다더군요. 기사 아저씨도, 승객도. 거리에 나오지 않아도 마음으로 응원하는 분들이지요. 함께 거리로 나와 초를 들지는 않아도 언제나 마음으로 거리의 시민들을 응원해주시는 분들입니다. 어떤 승용차는 빵빵빵 빵빵 빵빵빵 빵빵 울리면서 시민들을 응원하기도 했습니다. 시내버스에 달랑 혼자 앉아있던 여중생(혹은 여고생)은 부끄러운 듯 누군가가 건네준 피켓으로 눈 아래까지 가리고서 응원을  하더라고요. 거리로 나오지 않아도 이런 분들 때문에 힘이 납니다. 그래서 더 열심히 외칩니다. "이.명.박.은.물.러.나.라.", "재.협.상.을.실.시.하.라."

  원래 국민대책회의에서는 시청으로 간다했지만 사람들이 시청으로 가지 않고 광화문에서 더 걷지 않아 잠시 놀랐습니다. 미리 예고한바로는 시청이었는데, 행렬이 광화문에 도착했을 즈음엔 이미 그곳에 사람들이 먼저 와 있었고, 행렬과 만나 닭장차 위로 머리를 빼꼼히내민 전경들과 뒤에 있어 보이지 않는 전경들을 향해 이렇게 외쳤습니다. "전.의.경.도.함.께.해.요.", "촛.불.집.회.함.께.해.요." 얼마나 힘들까. 참석하고 싶은데도 불구하고 윗놈들의 단속으로 인터넷도 못해, 휴가도 못가, 집회참석도 못해. 군복무하는 애들이라고 이런 식으로 개인의 사상의 자유를 말살해도 되는거야. 그런건가. 어청수가 지휘서신을 내려보내 전의경을 격려했다고 하죠. 특박보내준다고. 근데 특박 보내주면 얘네들은 더 좋습니다. 거꾸로 집회 참석 한번 해보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게 될테니까.

  행렬은 다시 시청으로 향했습니다. 오늘이 일요일이라 그런지 대책회의는 빨리 마무리 하려고 하더군요. 전에 일요일에 참석했을 때도 그랬는데 밤 열시가 되자 해산멘트를 날렸습니다. 그러나 완전한 해산은 아니었습니다. 다음 아고라 측이 밤 열시를 기점으로 여의도 KBS, MBC로 간다고 했으므로. 따를 사람은 따르되 갈 사람은 가고. 언제나 그렇듯이 누구의 명령에 움직이는 시민들이 아니므로. 명령이 내려지고 강요되면 광장에 나올 시민들이 아니므로. 아마도 지금쯤이면 열심히 걸어서 여의도 근방에 도착했겠지요? 아직 가고 있으려나. 내일 또 출근해야 하는 신데렐라 직장인지라 집에 돌아왔지만 마음은 여의도에 있습니다. 피곤하고 지친 몸 이끌고 여의도로 향한 그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내 몫까지 다해줘.

p.s. 이상한게 영화본지는 어언 백만년인데 영화값은 계속 나갑니다. -_- 집회 나가면 국민대책회의에서 모금함을 돌리는데 여기에다 자꾸만 돈을 넣고, 또 민변 지원비 내고, 의견광고 한다고 또 돈내고 그러다보니 그간 영화는 못 봤는데 돈은 계속 나가더라고요. 내가 그동안 집회 나가서 든 양초값, 피켓값 이려니 하고 계속 냅니다. 이걸 내야 다음에 또 나올 수 있으므로. 국민토성 쌓고 아침에 복귀하신 시비돌이님에게도 박수를. 이게 밤새는게 아무나 할 수 있는게 아니더라고요. 해보니.

p.s.2 오늘 함께 하신 분께서 그러시는데, 의견광고 낸 교수님들한테 전화가 왔답니다. 어디서? 정보부에서. -_- 이런 미튄. 지금이 무슨 시대인데 의견 광고 냈다고 전화해서 뒷조사하고 교육시키니. 국민은 2008년에 사는데, 쟤네는 1980년에 사나봅니다. 타임머신을 개발해서 시험 사용중인건지 아니면 사용하다 정신머리가 이상해진건지 모르겠는데 참 불쌍하다. 20년을 덜 사니 쟤네한텐 좋은건가? 젊어져서. 근데 별로 정신상태는 젊은거 같지도 않던데. 갸우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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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6-23 0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2번째라~ 언제까지 국민들이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참 답답합니다!

마늘빵 2008-06-23 08:55   좋아요 0 | URL
계속 나가야죠. :) 시간되는대로. 아 문화생활 못한지 어언 백만년.

무스탕 2008-06-23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고 많으셨어요. 토닥토닥~~ 주물주물~~

마늘빵 2008-06-23 08:56   좋아요 0 | URL
^^

BRINY 2008-06-23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권짜리 근현대사로는 강만길 교수의 '20세기 우리역사'를 추천합니다.

마늘빵 2008-06-23 10:04   좋아요 0 | URL
아 이거 왠지 쎄 보이는데요? 흐흐. 근현대사에 관해선 완전초짜가 - 부끄럽ㄱ도 - 이해하기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책인지. 강준만 책은 그런것 같아서 먼저 사들였어요.

웽스북스 2008-06-23 11:21   좋아요 0 | URL
20세기 우리역사는 저도 강추요!!!
매우 바른 책이에요~ 어렵지도 않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