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지난 백분토론을 찾아서 보고 있는데, 요새 백분토론 아주 재밌다는. 백분토론을 즐겨서 자주 챙겨보지는 않지만, 화제가 되는 백분토론은 생방으로 보지 못하면 뒤늦게라도 찾아보곤 하는데, 볼 때마다 재미를 주는 요소들이 조금씩 다름을 느낀다. 예전에 백분토론을 비롯한 EBS토론 등 여러 토론프로그램들의 재미는 주로 나오는 패널과 주제에 달려있었는데, 요새는 그보다는 시청자와 시민논객들로 바뀌어 가고 있다. 역대 토론들 중에 디워 백분토론이 제일 재밌었고, 최근의 광우병 수입 토론이랑 이명박 88일 평가 토론도 꽤 색다른 재미를 안겨줬다는.
예전엔 주제보단 참석패널들이 누구인가를 보고 시청하곤 했는데, 요새는 어디서 재미요소가 발생할지 몰라서 미리 짐작할 수가 없다. 토론을 재밌게 하는 논객으로는, 진중권, 신해철이 단연 압도적이고, 그외에 잘 몰랐던 패널인데 어이 없게 웃기거나, 그러니까 더이상 대꾸를 할 수 없게끔 어이 없는 발언을 하는 경우 그런 분들이 또 예상치 못한 재미를 주기도 한다. 예전에 거 누구 있었는데 이름이 잘 기억이 안난다. 아주 마초스러운 무슨 변호사 대표인가 있었는데 말이지. 토론 후에 무슨 거성이라고 불렸었는데. 윽박지르기로 따라갈 수 있는 사람이 없다. 또 근래(?) 봤던 어떤 토론에서 금융실명제조차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던 이한유 교수. :) 대략 옛날건 잘 떠오르지 않는구나.
진중권이 만들어내던 재미는 이제 조금 식상해졌다. 그는 여전히 재밌지만 짐작이 가능한 재미요소는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접하기 때문에 예상수치를 넘어서는 색다른 요소가 없는 한은 강도가 약하다. 하지만 여전히 그가 출연하는 토론은 확실히 볼 만하다. 해철이 형은 더이상 백분토론 나오지 않겠다고 했는데 혹시 또 피디가 삼고초려하면 나오지 않을까도 생각. 전에 토론은 아니지만 티비 책을 말하다 처음 시작하던 시절에 나왔던, 철학자 탁석산도 재밌었는데 이 분이 토론에 나와도 재밌을 듯. 말을 재밌게 하는 분인데, 좌우의 색깔을 부여하기 힘든 - 고종석은 그를 순수우익이라 불렀다 - 인물이다.
최근 백분토론 중 화제가 된 재밌는 분은, 광우병 수입 토론 때 고양시 최선생님이 압도적이었고, 가장 최근에 한 이명박 88일 평가 토론의 양선생님도 다시 떠올리기만 해봐도 너무 재밌다는. 참고로 최선생은 어릴 적 쓰러진 소도 잡아먹었다는 발언을 하면서 손석희과 패널들, 방청객, 시청자를 한밤 중 잠들지 못하게 웃겨줬다. -_- 양선생님은 자동차를 구입한 소비자들이 운전대가 망가지고, 의자가 들썩거리고, 핸들이 안움직이고, 브레이크가 들지 않는 고장난 차를 리콜하기를 원하는 것이라면서, 이걸 영어몰입교육과 광우병 수입 등에 비유했는데, 아이구 일부러 웃기는 것도 아닌데 - 하긴 일부러 웃기는게 아니니까 더 웃기다 - 배꼽잡고 웃었다 진짜. 나 원래 개그 프로 봐도 잘 웃지 않는데. 정말 다시보기를 서너번은 반복했다. 군더더기 없는 적절하고 명쾌한 비유였다는.
한편 재미를 준 건 아니지만, 전화 연결 시간 동안 연신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 미국한인주부대표 이선영씨의 발언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다음날 일간지에서도 화제가 되고, 여기저기 인용이 될 정도로 현지 경험자의 의미있는 발언이었다.
참 또 다른 재미는 시민논객들 보는 재미인데, 간혹 미인들도 보인다. 보통은 주목받는 패널들 카메라로 비춰줄 때 바로 뒤에 배치해서 보여주는거 같은데, 전에 몇몇 토론 보면서 패널보다 오히려 뒤에 있는 시민논객에게로 눈이 갔었다. 어느 토론이었는지 잘 기억나진 않는데 호랑나비 무늬의 브라우스를 입고 나온 시민논객이 한 명 있었고, 그외에도 몇몇 더 보였었다. 아직까지 시민논객은 그다지 강하지도 재밌지도 않은 발언만 하고 있지만 그건 아마도 카메라 부담감 때문일 것 같기도 하다. 발언 할라 그러면 카메라가 얼굴에 들이대는데 긴장하지 않을 수가 없지. 그냥 삼사십명 정도 되는 강의실에서 질문할 때 모든 시선이 나에게 집중되면 얼굴이 순식간에 빨개지는 경험을 자주 했던지라. -_-
다음주부터 백분토론이 12시 10분으로 넘어간다고 하는데, 아니 도대체 얼마나 재밌는 개그프로그램을 11시에 넣으려고 시간을 뒤로 미루는 것이야. 11시에 해도 챙겨보기 어려운데 12시에 하면 어떻게 보라고. 시청률 팍팍 오르고 할 때마다 화제가 되는 아주 유익하고 재밌는 프로그램을 왜 뒤로 보내는 것이냐고. 9시 뉴스 시간 대신에 내보내야지. 요새 매번 토론 때마다 새로운 '선생님(?)'들을 발굴해내는 통에 더 재밌게 잘보고 있다. 어떻게 그 많은 전화 중에 이런 사람들을 골라내는지 모르겠다. 미리 다 전화요원(?)들이 이들과 대화를 해보고 골라내는게 아닌가? 우쨌든 개그프로그램이나 버라이어티 이런거 잘 안보는 나에겐 백분토론은 새로운 오락거리다. :) 그러니까 요는 백분토론 재밌게 보려면, 그냥 보면 된다. 아무 기대 안하고. 그럼 알아서 웃겨준다.
p.s. 물론 토론은 재미보다는 의미를 더 주어야하겠고, 재미보다 의미를 찾는 것에 촛점이 맞춰줘야 하겠지만, 의미도 있고 재미도 있다면 일석이조가 아니겠는가. 다행히도 백분토론은 그렇게 잘 가고 있는 듯 하다.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찾는 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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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방송으로 패널과 시민논객들의 반응과 함께 보면 더 재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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