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과 정부, 경찰은 광장에 나온 중고생이 무슨 사주라도 받고 그곳에 모인 줄 아나본데, 학생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이야 자기들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했을 것이다. 사주를 받고 나왔다는 생각 자체가 이미 10대는 온전한 이성적 사고를 하지 못한다는 것을 전제로 깔고 있다. 아해들을 완전히 무시하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판단이 끝났으면 그 다음은 감정적 표출과 함께 행동하는 것. 지금 광장에 나오는 중고등학생들은 스스로의 판단 하에 자신들의 분노를 표출하는 것일 뿐. 정치적 음모론을 제기하지 말라. 

  언론이 취재하고 인터뷰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고, 그들끼리의 대화를 들어본 결과, 광장에 나온 '투표권 없는' 중고등학생들은 이렇든저렇든 관심없는 '투표권 있는' 어른들보다 훨씬 나았다. 누가 그들을 보고 정신적으로 미숙하다 말하는가. 감정적으로 부화뇌동하여 주관없이 뒷공작에 의해 그 자리에 나왔다고 말하는가. 오히려 뒤늦게 자기들도 나서겠다고 밝힌, 몇몇 대학 - 그것도 정말 몇 개뿐 - 학생회를 비롯한 2,30대들보다 훨씬 낫다. 

  물론 국민 모두가 미친소 수입에 반대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건 각자의 판단에 맡길 일이다. 하지만, 분명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미동도 하지 않는 2,30대들이, 나아가 아예 관심조차 갖지 않는 이들이, 격렬히 반응하는 10대들보다 못한 건 분명하다. 우석훈은 과거의 프랑스처럼 10대들이 들고 일어나 수능시험을 거부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는데, 그들의 분노가 입시를 향하지 않고 미친소를 향하고 있는 건, 자신들의 생존 문제가 걸려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들은 더불어 미친소 반대 시위에 나와, 영어몰입과 입시압박에 대한 자신들의 메세지를 동시에 드러내기도 했다. 

  이명박이 독단적 결정 혹은 똥꼬집을 철회하지 않는 이상 성난 군중들의 마음을 가라앉히기는 힘들 것이다. 지금의 분노는, 곧 식탁에 미친소가 오르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동시에 국민의 동의를 거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부시와 짝짝궁이 되어 결정했다는 데에 있다. 미친소만 못마땅한게 아니라, 아무리 반대가 거세도 물러나지 않는 똥꼬집이 못마땅한 것이다. 정당한 절차인 투표를 통해서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었다고 해서 그에게 모든 권한을 위임한 것은 아니다. 바른 정치를 하지 않는, 민심을 반영하지 않는 군주는, 혁명에 의해 물러나게 해야 하는 것이 다음 순서.

  아무리 분노를 표출해도, 아무리 욕을 해도, 씨도 먹히지 않는 대통령과 정부를, 국민이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당연지사. 귀를 틀어막고 자기 할 말만 해대는 대통령은 필요 없다. 자기 생각대로 곧이곧대로 밀고 나가는 대통령은 필요 없다. 현재 모든 시선이 미친소에 쏠려있는 사이, 어쩌면 대운하 작업이 척척 진행되고 있는지도 모르지. 아 이때다 하고. 그러지 마라. 국가는 기업이 아니다. 기업에서 하던 짓 국가에다 적용하지 마라. 당신 하고픈대로 하고 싶으면 그 많은 돈으로 기업 하나 차려서 그 안에서 당신 맘대로 하라. 국민을 생쥐삼아 광우깡 먹이지 말고.

p.s.

1. 때로 어떤 표현은 비유적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현재 중고등학생들의 자발적인 적극적 참여의 행렬을 프랑스의 68혁명에 비유하기도 하는데, 그 말은 피를 보자는 것이 아니라 젊은 아해들의 이성적인 판단과 적극적인 행동으로 세상을 조금이나마 낫게 바꿔보자는 것. 우석훈의 말을 믿는다. 이들이면 가능하다. 한국의 중고등학생들의 판단과 자발적 참여, 연대면 충분히 바꿀 수 있다. 

2. 광우병 발생 가능성이 있느냐의 여부는 아주 간단히 파악된다. 정부가 99% 안전하다고 했다면, 나머지 1%는 안전하지 않은 것이고, 1%라도 안전하지 않다면, 들여와서는 안 된다. 정부가 그렇게 말했다. 99% 안전하다고. 왜 자기들이 그렇게 말을 해놓고 다시 또 안전하다고 말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광우병 발생하면 그때 수입중단하겠다"고 말한 대통령은 개념을 가지시라. 발생하면 이미 그땐 한 명 죽는다. 한 명만 죽겠나. 수입중단 시점에 한 명이지, 이미 수천명 죽어가고 있다. 어디 수천명 뿐이랴. 그래 어쩌다 운 좋아서 한 명만 죽는다고 치자. 그래도 한 명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들여와선 안 된다. 한 명은 목숨 아니더냐. 제정신이고서야 어디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3. 무조건 사람들이 많이 모여 같은 목소리를 내면, 그것을 파시즘의 조짐이라 판단하는 이들이 있는데, 이렇게 따지면 '모든 한 목소리'는 모두 파시즘으로 치부 될 것. 디워, 황우석 사태와 동일하게 보면 안 된다. (동시에 디워와 황우석 사태를 또한 동일시해서도 안 될 것.) 어떤 이들은 단지 그것이 '다수'의 목소리라는 이유로 거부감을 갖기도 하는데, 다수의 이성적인 판단과 적극적인 행동은 오히려 권장할 만하다. 물론 지금 이 사태를 비이성적인 판단에서 비롯된 멍청한 짓으로 보는 이들도 있을 터. 그것이 비이성적인 판단인지 아닌지는 의학적 지식을 동원해 따질 것까지 없다. 그냥 간단하다. 조금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반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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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8-05-08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꾸만 이제 아래세대에게도 빚진 세대가 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명박 장로님은 한 생명이 천하보다 귀하다는 말씀 들을 때는 귀를 틀어막으셨나봐요

가시장미 2008-05-09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대 만큼만(더 바라지도 않는다!) 생각하라고 말하고 싶네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사는 사람들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