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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e - 시즌 2 ㅣ 가슴으로 읽는 우리 시대의 智識 지식e 2
EBS 지식채널ⓔ 엮음 / 북하우스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한 권의 좋은 책은 열 갈래 다른 독서의 시작"이라는 뒷날개의 김주하 아나운서의 코멘트가 이 책의 성격을 잘 표현해주고 있다. 특정한 하나의 지식이나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기보다 여러 짧은 지식들을 축약해 제시하는 이 책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각 꼭지에 소개된 여러 다른 책들을 자발적으로 살펴보는 동기를 마련해준다. 좋은 책이 무엇인가, 에 대한 질문에 대해 답은 여러가지로 나올 수 있지만, 그 중 하나는, 좋은 책은 '그 책을 통해 다른 책을 손에 들게 만드는 책' 이라는 대답이다. 사실, 각 꼭지 말미에 소개된 책들은 묵직한 제목과 대중적(?)이지 못한 주제 때문에 관심없는 사람이 쉽게 손에 들지 못하는 책들이다. 하지만, 지식e 를 통해 그 책의 존재를 알게 되고, 관심을 갖게 된다면 <지식e>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제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얼마전 1권을 읽었고 바로 2권을 손에 들었다. 1권이 마음을 겨냥했다면, 2권은 머리를 겨냥한다. 하지만 1권과 2권이 각각 마음과 머리를 독점하지 않고, 1권은 '마음에서 머리로', 2권은 '머리에서 마음으로', 적잖은 충격을 준다. 나열된 어떤 사실에 대한 담담한 서술과 제시된 객관적인 지식에 대한 요약은 사실을 인지하고 지식을 습득하게 하지만, 그건 과정이고 수단에 불과하다. 궁극적으로 사실과 지식이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세상을 좀 더 넓게 멀리 바라볼 수 있는 시야와 마음의 움직임이다. 知識으로 시작했지만 우리는 智識을 얻게 된다. 이 책을 떠나서, 우리가 知識을 추구하고자 하는 것은 삶의 지혜를 얻기 위함일 것이다. 우리가 공부를 한다함은 내 앞에 놓여진 텍스트를 달달 외우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텍스트를 통해 내 사유를 확장해나가기 위함일 것이다.
달달 외워 머리 속에 아무리 많은 지식을 채워넣어봐야 다 쓸데 없다. 나 이 정도 안다, 며 누군가를 향해 자기지식을 자랑하고 내세우는데는 유용할지 모르겠지만, 그것 뿐이다. 나는 수많은 지식을 암기하고 시험치는 대한민국의 수많은 청소년들과 온갖 시험준비생들을 볼 때 안쓰럽다.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국가적 시선에서 바라봤을 때도 - 난 이런 관점을 싫어하지만 - 이건 지나친 국력 낭비다. 고등학생들은 시험을 위해 오늘도 열심히 무언가를 암기하고 있고, 공무원 시험, 사시, 행시, 기술고시, 임용시험, 언론시험 등등의 시험준비생들 역시 매일매일 두꺼운 수많은 책들을 암기하고 있다.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하기 힘들다고 해서 이런 식으로 암기왕을 뽑는 구조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건 변명에 불과하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쓰여진 글자가 아니라 문장과 문장, 단어와 단어 사이의 행간읽기다. 창의력을 강조하면서 공부법과 선발방식은 여전히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 책은 우리가 읽어내야 할 것이, 추구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에둘러 꼬집고 있는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