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어떤 변동 사항 있나 해서 수시로 대학원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는데, 지금은 한창 학기중인데도 어떤 과목의 강사분이 바뀌었단 공지가 떠있었다. 물론 나는 이제 대학원에 가지 않고, 수업도 다 들은, 수료생 입장이지만 궁금하여 내용을 읽어봤더니, 내용인즉슨, "OOOO 수업이 OOO 교수님의 사망관계로 이 수업은 OO학과 OOO 교수님으로 변경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라는.
대개 수업 관련 공지는 강의실 변경이 대부분이고, 강사 변경은 흔치 않은 일인데, 그 사유가 또 사망이라니. 내가 모르는 사람이고, 듣지 않는 과목이지만, 그 짧은 문구가 오래 기억에 남아있다. 분명 같은 날 같은 수업 시간엔 모르고 들어온 학생들도 많을텐데 바뀐 강사분이 돌아가신 그 분이 섰던 자리에 가서 여차저차해서 이제부터 제가 가르치게 되었습니다, 라고 말하면, 말하는 강사분이나 듣는 학생이나 어떨까.
9월부터 함께 했던 정들은 교수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하고, 앞으로 그 수업을 마무리지어야 할 그 분도, 사망소식을 전해들어야 하고, 같은 자리에서 다른 분의 수업을 들어야 하는 학생들도, 침울하겠지. 글쎄, 내가 직접 그 자리에 있어야 할 건 아니고, 경험해 본 적도 없어서, 어떤 마음일지는 모르겠지만, 당황스럽고 우울할 것이다. 사인이 무엇인지 말하지 않으면 굳이 누군가 묻지도 않을 것이고, 물을 생각도 못할테지. 당장 몸으로 느껴야 하는건 원인이 아니라 받아들여야 할 결과이니.
모르는 이라 하더라도 누군가 죽었다는 소식은, 비록 모르지만 같은 시공간 내에서 함께 살아가던 사람이 차지했던 1/n 만큼 뻥뚫린 것 같은 기분이다. 영원히 메꿔지지 않는. 사진은 '존재의 부재 증명'이지만, 남아있는 사람들이 남아있는 그 분의 사진에서 느끼는 것은 '부재 증명'이 아니라, '상실감'일 것이다. 그와 언어를 섞고, 얼굴을 섞고, 살을 섞었던 사람들은 더더욱, ... 문득 한 때 내 곁에 있었던, 지금은 이곳에 존재하지 않는, 후배 녀석과 대학 동기 녀석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