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시절 좋아했던, 지금도 좋아하는, 교수님 한분은 정치철학 강의를 하면서 이런 질문을 하신 적이 있다. 매일 같이 여야가 싸우고 다투고 하는 것 때문에 다수의 국민들이 정치혐오증을 가지고 있는게 현실인데, 과연 정치판의 이런 행태가 나쁘냐. 당시 교수님의 답변도 아니다, 였고, 나의 대답도 역시 아니다, 이다. 정치라는건 일반적으로 생각하듯 선거를 통해 자격을 부여받은 특정인들만이 하는 것이 아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다"라는 말을 했는데, 이때의 정치의 의미는,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이들이 광장에 모여 의견을 주고 받고 논쟁을 하고 때로는 타협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총칭한다. 이런 점에서 선거를 통해 지위를 획득한 국회의원 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노동단체를 넘어서 의견을 가진 모든 개인들은 정치행위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사람들은 시끄러운 것보다는 조용한 것, 평화로운 것을 더 바랄테지만, 정치는 인간의 본성이고, 멈출 수 없는 행위라 생각한다. 오프라인 세계에서건, 온라인 세계에서건 이는 똑같이 적용될 것이고, 그래서 가끔씩 이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태(?)들이 거북스럽진 않다. 문제제기를 통해서 무언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의견을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도, 환영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우려하는 바와 같이 '오프'에서보다는 '온'에서의 정치행위는 때로 문제제기자의 의도와는 달리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나아가기도 한다. 그것은 언제나 모든 사람들이 성실히 의견개진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고, 말보다 글은 전달 속도가 느리고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현실적인 우려를 떨쳐내고 제대로 대화를 나눌 수만 있다면 조금 시끄럽다고 하여 멀리하거나 꺼려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제대로'가 안되기 때문에 언제나 말썽이 일어나는 것이다. 평화라는 이름 하의 적막함과 고요함이 반드시 최상의 상태는 아니라는 점을 말하고 싶다. 싸우는 것은 무조건 나쁘지 않으며, 사람과 사람이 모여 사는 공간이라면 오히려 자연스럽게 여겨야하지 않을까 싶다. 평화라는 이름 하의 고요함을 지향하기보다는 시끄러움이라는 이름 하의 의견의 주고받음, 소통을 지향하고 싶다. 그래서 어떤 문제제기가 일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을 '자신의 이름으로' '적극' 표현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아무래도 나의 이런 바람은 사적영역으로서보다는 공적영역으로서 블로그를 바라보는 시각에서 비롯된 것일게다. 일정 부분 블로그는 사적영역과 공적영역을 동시에 가지고 있고, 사적영역으로 시작된 블로그라 할지라도 공적영역을 무시할 수는 없단 생각이다. 한 개인이 사적영역으로서 블로그에 그날의 일과 주변의 생각들을 늘어놓는 공간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같은 개인이 공적영역으로서 사람들과 소통을 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전자를 생각한다면 자신에게 충실하면 될 것이요, 후자를 생각한다면 타인을 배려하면 될 것이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의 '평화로움'에 대한 바람은, 블로그를 사적영역으로만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공적측면도 염두에 두면서 타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배려를 갖추면 좋겠다는 뻔한 생각을 내놓습니다. 나를 즐찾하는 분들께. 지식과 생각이 짧음에도 오지랖 넓고 생각이 많아, 아니 말이 많아, 죄송합니다. 꾸벅.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