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복제의 시대가 온다 살림지식총서 183
김홍재 지음 / 살림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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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 잉여 배아나 유산된 태아 외에도 인간 배아 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는 제3의 방법이 있다. '인간 배아복제'로 체세포의 핵을 미리 핵을 제거한 난자와 융합시키는 체세포 복제 기술로 만든 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것이다.
인간 배아복제를 하면 복제 배아를 다량으로 만들 수 있다. 따라서 복제 배아에서 얻을 수 있는 줄기세포의 양도 엄청나게 많아지게 된다. 반면 냉동 배아나 유산된 태아의 경우에는 수가 한정되기 때문에 치료용으로 사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또 인간 배아복제에는 기존의 배아 줄기세포가 갖고 있는 면역 문제가 전혀 없다. 기존의 냉동 배아에서 추출하는 줄기세포는 만능 세포이기는 하지만 다른 사람의 세포에서 면역거부반응을 일으킨다는 문제점을 지닌다. 백혈병 환자가 면역거부반응 때문에 자신과 비슷한 가족이나 형제를 찾아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인간 배아 복제를 사용하면 이런 문제가 간단히 해결된다. 치료할 환자의 체세포로 복제 배아를 만들면 원본인 환자와 똑같은 유전정보를 갖고 있다. 따라서 여기서 추출한 배아 줄기세포를 사용하면 그 환자를 치료할 때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인간 배아복제 역시 윤리적인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40-41쪽

일란성 쌍둥이는 수정란이 발달하는 과정에서 나뉘어져 두명으로 자란 것이기 때문에 유전정보가 완전히 똑같다. 개체의 발달을 총 지휘하는 유전정보가 같아도 쌍둥이가 완전히 똑같지 않은 이유는 밑바탕이 같아도 유전정보가 발현되는 과정에서 차이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유전정보의 발현 양상은 자라면서 접하는 주변 환경에 의해 많이 결정된다고 한다.
복제인간이 일란성 쌍둥이처럼 유전정보가 똑같다고 하더라도, 복제인간과 원본인 인간과의 차이는 일란성 쌍둥이보다 당연히 더 클 수 밖에 없다. 일란성 쌍둥이와 달리 복제인간은 몇 살이든 나이가 든 사람을 복제한 것이므로 나이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나이 차이는 복제인간을 일란성 쌍둥이보다 더욱 다른 환경에서 자라게 한다. -54쪽

인간복제를 찬성하는 측에서는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아이를 키우기를 원하기 때문에 입양은 그렇게 바람직한 해결책이 아니라고 얘기한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자신의 아이를 낳아서 키울 수 있는 자유를 엄연히 보장해줘야 한다면, 그 선택이 다른 사람이나 사회 전체의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인간복제는 당연히 허용돼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63쪽

인간복제를 반대하는 윤리적인 이유는 복제기술의 결과로 태어난 아이는 존엄성을 간직한 하나의 독립된 인간으로 취급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복제인간은 불임 부부가 됐든 동성애자가 됐든 다른 사람의 특정한 요구에 의해 태어나게 된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복제인간은 '고귀한 생명체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생각을 갖기 쉽다. -72-73쪽

대부분의 사람들은 복제된 아이의 성과를 별개로 보지 않고 원본과 함께 놓고 볼 가능성이 크다. 복제로 태어난 아이가 밤을 새가면서 열심히 공부해 반에서 1등을 했다고 가정해보자. 뛰어난 원본이 존재하면 복제인간이 거둔 성과는 그의 노력 때문이 아니라 유전자의 덕 때문이라고 폄하될 수 밖에 없다. 즉, 독립적인 별개의 존재로 여겨지지 않는 것이다. -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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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5-22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인간 복제'라는 말만 보면...17살 때, 등 떠밀려 썼던 허접한 논술이 생각납니다.
'인간 복제의 찬.반론에 대하여'라는 주제를 가지고 절충형을 썼었는데.
등 떠밀려 쓰다 보니, '주관'이 맥주 김 빠진 듯 써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정말 성의없게 썼는데도 작은 상이라도 받은 것이 참 부끄러운 과거입니다...(긁적)
하지만, 지금도 다시 쓰라 하면, 여전히 저는 절충형 논술을 쓸 것입니다.
분명, 그 '장.단점'을 확실히 알고 있으니까요.
문제는 인간이 '지나침의 선'을 넘을까, 넘지 않을까 하는 것이 관건.

마늘빵 2007-05-22 12: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엘신님 이건 자랑댓글인데요? ㅎㅎ
절충형 논술은 위험하죠. 잘못하면 이것도 저것도 아닌게 되어버리기 때문에.
학생들이 많이 선택하는 것이 절충형인데 저는 가급적 한쪽을 선택하라고 말합니다. 안되는건 아니지만 대개는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고 식이 되기 때문에.

비로그인 2007-05-22 14: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렇습니까. '절충형'에 대한 인식이 다소 다른군요, 저와.
저는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은 식'의 절충형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줏대 없잖아요.
제가 말한 절충형은 찬.반론의 양측 입장을 모두 표현한 것을 말합니다.
어찌 보면 어느 쪽의 입장도 아닌 것 같지만, 사실은 양쪽 모두를 비판함과 동시에 -
양쪽 모두를 밀어주는 형식이랄까요. 사실, 다른 모든 분야에는 거의 한쪽의 주관을
강하게 밀고 나가는 스타일입니다만, '인간 복제'라는 주제에 한해서는 -
그 어느 쪽에도 손을 들어주고 싶은 생각은 없으며, 객관적인 입장을 취하고 싶으니까요.

객관적인 입장을 표현하는 것도 학생들의 '주관'이 될 수 있으므로 -
아프님의 사견대로 어느 한 쪽을 택하라고 말씀하시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이 머리가 굳어지면서 스스로 판단 기준을 자연스럽게 만들어가도록 유도해야지,
어른이 개입하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만. (웃음)

혹시, 제 반론에 기분 상하신건 아니시죠? 솔직히, 아프님이니까 이런 논쟁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웃음)

마늘빵 2007-05-22 15: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핫. 아니요. 저는 한쪽으로 밀으라고 하는게 아니라, 음. 뭐랄까. 양시양비를 하게 되면 애매모호하고 주관이 없어보일 수 있으니깐 자신이 없다면 한쪽 입장을 취하는게 낫다라고 하는거죠. :) 물론 하고픈 사람들은 주관이 있다면 뭘하든 상관없다고 이야기합니다만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몇 없더군요. 확고한 생각이 없으면서 애매모호하게 쓰는 경향이 있어서 경계심을 주기 위해 그리 말한거랍니다. 여러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


비로그인 2007-05-22 15: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흐음 - 그렇군요.
하긴, 아프님이 생각없이 그리 할 분이 아니시지. (웃음)
제가 경솔했습니다. (꾸벅)

마늘빵 2007-05-22 21: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생각없이 그리 할 분입니다. 크흣. :)

비로그인 2007-05-23 11: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후하핫.

302moon 2007-05-23 22: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두 분, 대단하십니다. 덕분에, 엄청 웃었습니다. / 이 책도 리스트에 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마늘빵 2007-05-23 22: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302moon 님 / 아니 이 은밀한(?) 대화를 보셨군요. :) 요즘 인간복제 관련 책들을 보고 있는데, 음 이 책은 객관적인 입장에서 양쪽 모두를 소개한 종합적인 책입니다. 살림총서라 얇지만 정리는 잘 되어있는듯. 다만. -_- 황우석 박사 이야기가. 음. '거짓말 들통' 이전에 시간이 멈춰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