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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을 팝니다 - 지구의 미래를 경험한 작은 섬 나우루
칼 N. 맥대니얼 외 지음, 이섬민 옮김 / 여름언덕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는 나우루를 "남태평양에서 가장 부유한 섬"이라고 지칭하고 있다. 작디작은 조그만 섬나라가 어떻게 이런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부유한 삶을 누리게 되었을까. '태평양의 발가벗겨진 섬나라' 나우루는 한동안 외부인의 출입이 없던 곳이었다. 태평양의 한가운데 위치한 이 나라는 지구본을 뒤적여봐도 찾기 힘들 듯 하다. 그만큼 작고 외딴 곳에 위치한 이 섬나라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배를 타고 외부인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또 그들이 이 작은 섬나라에서 천연자원을 발견하면서, 나우루 주민들의 삶은 크게 변화했다.
인광석. 우라늄이 들어있는 원석으로 석유와 석탄같이 우리가 에너지자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 화석의 한 형태다. 그저 처음에는 외부인들도 이것을 흔히 볼 수 있는 한갓 돌 정도로 취급했다. 하지만 또다른 호기심 많은 외부인의 눈에 띄게 되면서 이것은 인광석으로 밝혀졌고, 이때부터 자원쟁탈전이 시작된다. 인광석은 이미 협정(?)을 맺은 외부업체의 손에 들어갔고, 그들은 나우루 섬에 있는 수많은 인광석으로 돈방석에 오르게 되었다. 주민들에게 미안했던 그들은 협정내용에는 없었지만 그들에게도 소정의 사례금을 지급했고, 나우루 주민들은 외부로부터 들어온 온갖 물질들을 향유하게 되었다. 소세지, 햄, 콜라, 햄버거 등 먹거리를 넘어서 자동차, 오토바이 등을 비롯하여 그들은 최신식 무기까지도 소지하고 있었다.
어느날 결혼식에서 젊은 추장 하나가 살해당하면서 이 섬나라는 무차별적인 총기테러의 공포로 휩싸였다. 많은 이들이 죽어나갔고, 물질적 쾌락은 결코 정신적 안정으로 연결되지는 못했다. 차라리 외부인의 출입이 없었다면, 이 섬나라에 인광석이란 물질이 없었다면, 그들은 더 편안하고 안락한 삶을 누릴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순수한 섬나라 주민들은 외부의 유혹에 약했고, 쉽게 물들어갔다. 나우루는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설명대로 "남태평양에서 가장 부유한 섬"일지는 모르지만, "남태평양에서 가장 행복한 섬"은 아니었던 것이다.
나우루의 변화는 이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인광석 채굴로 온 국토가 발가벗겨져 환경의 피해도 극심했다. 산림은 파괴되었고, 다양한 생물 종들은 점차 사라져갔다. 나우루는 하나의 지구다. 저자는 나우루를 지구의 표본으로 삼아 작은 지구 안에서 인간에 의해 이렇게 많은 변화가 일어났고, 결국 사람들에게서 행복과 안락은 떠나가고, 환경은 파괴되고, 생물은 멸종되어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집, 쇼핑몰, 학교, 공장들을 세우기 위해 생태계를 파괴하고, 삶을 좀더 쉽고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 자원을 캐는 과정에서 자연이 병들어 가고 있음을 우리는 알지 못했다. 그 후유증은 이제야 발견되고 있다.
나우루 섬 주민들은 외부인이 그곳에 발을 들여놓으며 결과적으로 물질적으로 풍족한 삶을 누리게 되었다. 일하지 않아도 돈이 생기고, 돈으로 새로운 물건들을 사고, 자동차를 타고 다니고, 맛있는 햄과 소시지를 마음대로 먹는다. 그들은 섬에서 인광석을 내주는 댓가로 그것들을 챙겼고 후유증은 생각지 못했다. 작은 섬나라에 아무리 인광석이 많다 한들 그것이 영원하지는 않다. 이미 국토의 대부분의 인광석이 채굴되었다. 이는 그들의 물질적 풍요 또한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고갈은 인광석 발견 당시부터 예상된 것이었지만, 그것이 나우루 주민의 생존과 결부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제 그들은 생존을 걱정해야 한다. 인구는 열 배로 늘어났고 섬 안에서 물의 수요는 공급을 훨씬 넘어선다. 담수화 시설로 부족분을 채우고 있다고 하지만 그것으로 부족해 인광석 운반선을 통해 물을 수입했다. 가까운 미래에 인광석 고갈은 그들의 물질적 풍요를 그치게 할 것이고, 그와 더불어 변화한 환경의 문제로 그들은 생존을 걱정해야 할 것이다.
저자는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이야기를 하기 위해 이 책을 쓰진 않았다. 그는 나우루 라는 알려지지 않은 작은 섬나라의 사례를 통해 지구 전체의 이야기를 하고팠던 것이다. 200년간에 걸친 그곳에서의 삶의 변화와 환경의 변화는 가까운 미래에 지구 전체에 닥칠 위험을 암시하고 있다. 지구온난화 문제, 환경 파괴, 자원 고갈 등 모든 것들이 인간의 생존과 결부되어있다. 물질적으로 '잘 사느냐 못 사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로 다가올 것이다. 남태평양의 나우루 주민은 지구상의 나우루 주민으로 확산될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수십년간 그곳을 들락날락 하며 관찰하고 경험했다. 그리고 그간의 변화를 이 책에 담아냈다. 자신이 보고 느낀 바를. 우리는 이 책을 읽을 때 나우루를 지구로, 나우루 주민을 자신으로 대치하여 읽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나의 현실이므로.
낙원을 팝니다. 나우루는 한때 낙원이었다. 하지만 기계와 물질에, 개발에, 낙원을 넘김으로써 삶의 터전을 잃어버렸다. 낙원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그들이 팔아 넘긴 것이다. 우리는 낙원을 팔지 않을 수 있다. 분명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서, 자의에 의해서, 의지에 의해서, 낙원을 팔아넘기지 않을 수 있다. 선택의 순간이 남아있다는 현실은 고맙다. 가능성은 남아있다. 잠시 머뭇거리며 고민하는 사이 선택의 순간은 지나간다.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