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의 역습
모집 라티프 지음, 이혜경 옮김 / 현암사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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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올 여름이 가장 더울 전망입니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아나운서는 이렇게 말한다. 올 여름이 가장 덥습니다. 라고. 아니 왜 매년마다 올 여름이 가장 덥대. 정말 그러니까 그렇게 말하는거다. 매년 지구의 평균 온도는 점점 상승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지구의 평균 온도는 15도 정도라고 하지만 최근의 지구의 평균 온도는 15.6도까지 올라갔다고 한다. 0.6도 차이가 뭐 그리 대수일까, 생각도 들겠지만, 감기 걸렸을 때를 생각해보라. 사람 몸의 온도가 38도라고 하는데, 감기 걸렸을 때 39도만 되면 어찌되는지를. 지구도 마찬가지다. 지구가 앓고 있다. 

 제임스 러브룩은 가이아 이론을 통해서 지구를 대지의 여신인 가이아에 비유해 하나의 살아있는 생명체로서 바라봤다. "모든 유기적인 생명체들은 자체의 피드백을 통한 제어가 가능해서 그 복잡한 시스템의 안정을 유지할 수 있는데, 지구의 경우도 그렇닫는 것이 가이아 가설의 요지이다. 그래서 주변의 온도가 심하게 변동되어도 인간이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듯 지구시스템도 스스로 자신을 조절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러브룩은 한때 네이처지에 프레온가스가 지구에 무해하다고 발표했다가 이를 후회하기도 했다고 한다. 좀 더 엄밀하게 말했어야 했는데 말이다. 프레온 가스는 물론 지표에서 가까운 대류권에 있을 땐 무해하다. 하지만 이것이 더 높은 성층권으로 올라갔을 땐 심각한 위협을 가한다. 오존층을 파괴해 구멍을 뻥뻥 뚫어놓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는 모든 것의 주범이다. 북극에서 빙하가 녹아 북극곰들이 익사한단 소식을 들었다. 북극곰은 빙하 위에서만 살지 바닷물에서는 못산다. 그 녀석들은 빙하가 녹으면 다른 빙하를 찾아 바다를 헤엄치다가 바다 속에서 익사해버린다고 한다. 얼마전 신문에는 2050년이 되면 지구의 동식물 30-30% 가량이 멸종한다는 기사가 떴다. 이 정도 수치면 대단히 높은 거다. 북극곰도 어쩌면 그 대상에 포함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지금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흔한 동식물들은 우리가 좀 더 나이를 먹었을 때 볼 수 없게 된다. 이건 현실이다. 지구는 병들고 있고, 우리는 당장 나의 삶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하여 무감각하게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영국에서는 5월 정도가 되면 우리나라의 땡볕 날씨가 된다고 한다. 그 나라에서는 7,8월이 되면 사람들이 선그라스에 마스크에 긴팔옷을 입고 돌아다녀야 한다. 여행을 안가봤으니 뭐라 단정지어 말하긴 힘들다. 일부는 시원한 옷차림을 할테고 일부는 긴팔로 피부를 보호하며 다닐 것이다. 사람들이 죽어가는 그 더운 여름에 긴팔 옷을 입고 외출을 해야한다니. 그 정도의 생활의 변화가 와야만  사람들은 아 뭔가 기후에 문제가 있구나, 하고 생각하게 된다.

  엘 고어는 대통령 선거 패배 후 정치인에서 환경운동가로 변신을 했다. 그것이 컨셉이건 아니면 그의 진심이건 간에 상관없이 그는 지구 곳곳을 돌아다니며 1000회 이상의 지구온난화에 대한 강연을 했다고 한다. 그것을 영화로 만든 것이 <불편한 진실>이다. 이 영화는 친절하게 온갖 사진과 도표를 제시해주며, 또 짧은 애니를 보여주며 지구온난화가 얼마나 위험한지, 그 위험이 얼마나 가까이 다가왔는지를 자세히 설명해준다.  <투마로우>는 온난화 이후의 빙하기의 도래를 그려낸 영화다.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빙하기를 맞이하지는 않겠지만, 빙하기는 생각보다 빨리 다가오고 있다. 영화는 곧 현실이 된다.

  이 책은 온난화에 대한 아주 친절한 해설서는 아니다. 온난화에 관한 많은 책들이 나와있는데 대개가 두껍고 비싸다. 이 책은 정가 8,500원에 171쪽 분량으로 상대적으로 얇은 편에 속하니 부담없이 워밍업 삼아 읽어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앎의 욕구를 충족시키기는 힘들 것이다. 그저 이 책은 현재 지구 곳곳에 나타나는 이상기후 현상이 자연에 의한 것이 아니라 인간에 의한 것임을 자료를 통해 증명해내고 있다. 그것이 인간의 잘못이라는 것을. 인간의 행동을 통해 지연시킬 수 있고, 개선시킬 수 있음을 주장한다. 


 p.s. 이 책은 재생지로 만들어져 매우 가볍다. 얼마전 신문에서 본 지구온난화를 방지하는 일상적인 실천 방안 중 이런 것이 있었다. 넥타이를 하지 말것, 메일은 이메일로 받을 것. 넥타이를 하지 않으면 목이 답답하지 않으니 에어콘을 덜 틀게 될 것이다. 하지만 종이메일이 왜 문제가 될까. 생각해보면 지구온난화는 이산화탄소가 주범이고, 공기중에는 산소는 많다. 그렇다면 탄소가 산소와 만나지 않게 해야 하는데, 우리가  사용하는 종이에는 탄소 성분이 많이 들어가 있다. 종이의 질이 좋아질수록 더더욱 탄소성분은 많아진다고 한다. 아마도 이 때문에 종이메일보다 이메일을 권장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순전히 나의 추측일 뿐이다. <기후의 역습>은 재생지를 사용함으로써 이에 기여하고 있다. 책의 몸체와 책의 내용이 일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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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꼬 2007-05-01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편한 진실>은 읽는 내내 정말 불편했어요. -_-;;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 (이 긴 이름을 제가 맞게 쓴 건가 몰라요) 엘 고어가 나와서 아주 쉽고도 충격적(!)인 강의를 하더군요. 말씀하신대로 그게 컨셉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저는 책에서나 방송에서나 진심을 느꼈답니다. 말과 행동이 일치해보였기 때문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책의 몸체와 책의 내용이 일치한다"는 님의 마지막 문장을 읽고 나니 이 책이 읽고 싶어졌어요. 고맙습니다. :)

짱꿀라 2007-05-01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부터 덥다는 징후가 여기저기 나오고 있습니다. 참 인간들이 자연을 파괴하더니 이제는 오히려 천천히 역습을 당하는 꼴이 되었네요. 잘 읽고 갑니다. 이제 더 이상 자연을 파괴하는 행위는 하지 말아야 할텐데........

미미달 2007-05-01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엘 고어의 작품이 상을 받는 것을 보고는
가슴이 뭉클했다는 ...

BRINY 2007-05-01 0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1년에 며칠 편하자고 에어컨 사는 건 참도록 하겠습니다.

마늘빵 2007-05-01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 네. 엘 고어네 집에서 전기를 엄청 소비하더라, 라는 누군가의 발언내용이 있긴 했지만, 그것이 진짜라 하더라도 지명도 높은 인사의 열정적인 강연만으로도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고 바라볼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죠. 영화는 봤는데 책은 아직이에요. 그것도 봐야지요.
산타클로우슬리님 / 네 벌써 많이 덥죠. 전 땀이 많아서 더위에 매우 약한데 큰 일 입니다. 오히려 조금씩 추워졌음 좋겠어요.
미미달 / 음. 그건 아직 모르는데. 그랬군.
브라이니님 / 저도 집엔 에어콘이 없어요. 선풍기만 세 대인데 저도 매우 힘들어요. 땀이 많거든요.

백년고독 2007-05-03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 참으로 덥다는데 벌써부터 고민이네요.
그래도 사람냄새나는 종이메일이 좋은데...^^

마늘빵 2007-05-03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년고독님 / 저도 걱정입니다. 땀 무지 많습니다. 저. 여름엔 윗옷 벗어 짜면 세탁기 탈수물 만큼이나 나옵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