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유전자 - 30주년 기념판
리처드 도킨스 지음, 홍영남 옮김 / 을유문화사 / 2006년 11월
구판절판


다윈이 이른바 생존 경쟁이라고 말한 데 있어서 경쟁하고 있는 단위가 종이라고 한다면 개체는 장기판에서 졸로 볼 수 있다. 졸은 종 전체의 더 큰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면 희생될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각 개체가 자기 집단의 이익을 위하여 희생할 수 있는 종 내지는 종내 개체군과 같은 집단은, 각 개체가 자기 자신의 이기적 이익을 우선으로 추구하는 다른 경쟁자 집단보다 아마도 절멸의 위험이 적을 것이다.
따라서 세계는 자기 희생을 치르는 개체로 이루어진 집단이 대부분 점령하게 된다. 이것이 '그룹 선택설'이다. -50쪽

노쇠는 후기에 작용하는 치사 유전자와 반치사 유전자가 유전자 풀에 축적되는 현상의 부산물에 불과하다. 이들 치사 및 반치사 유전자는 단지 휴기에 작용한다는 이유만으로 자연 선택의 그물에 걸려들지 않게 허락되어 온 것이다. -102쪽

유전자 풀은 유전자의 장기적인 환경이다. '우수한' 유전자란 맹목적으로 선택되어 유전자 풀에서 살아남은 것이다. 그것은 이론이 아니다. 그것은 관찰된 사실도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동어 반복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유전자가 우수하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라는 것이다. 이에 대한 첫 시도로서 유전자가 우수하다는 것은 유능한 생존 기계, 즉 몸을 만드는 능력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이제는 이 진술에 단서를 달지 않을 수 없다. 유전자 풀은 하나의 진화적으로 안정된 유전자 세트이다. 어떠한 새로운 유전자에 의해서도 침입될 수 없는 유전자 풀로 정의된다. 돌연변이 재조합이나 이입에 의해 생기는 새로운 유전자는 대부분이 자연 선택에 의해 벌을 받아 즉시 도태되고 진화적으로 안정된 유전자 세트는 복원된다. 때때로 어떤 새로운 유전자가 그 세트에 침입하는 데 성공하여 유전자 풀 내에 퍼져 나가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불안정한 과도기를 거쳐 드디어 하나의 새롭고 진화적으로 안정된 조합을 이룬다. 작은 진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공격전략의 예에서 말한 것처럼 개체군에는 둘 이상의 대체 가능한 안정점이 있어서 때때로 이쪽에서 저쪽으로 갑자기 비약이 일어나기도 한다. 진화란 부단한 상승이 아니라 오히려 안정된 수준에서 안정된 수준으로의 계기적인 불연속의 전진인 것 같다.
-168-169쪽

즉 개개의 이기적 유전자의 목적은 무엇인가? 그것은 유전자 풀 속에 그 수를 증대시키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개개의 유전자는 기본적으로 그것이 생존하고 번식하는 장소인 몸의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을 도와 주고 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유전자가 다수의 다른 개체 내에 동시에 존재하는 분산된 존재라고 하는 것을 강조하고자 한다. -172쪽

"...... 밈은 비유로서가 아닌 엄밀한 의미에서 살아 있는 구조로 간주해야 한다. 당신이 내 머리에 번식력이 있는 밈을 심어 놓는다는 것은 글자 그대로 당신이 내 뇌에 기생한다고 하는 것이다.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의 유전기구에 기생하는 것과 유사한 방법으로 나의 뇌는 그 밈의 번식용의 운반자가 되어 버린다. 이것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 예컨대 '사후에 생명이 있다는 믿음'이라는 밈은 신경계의 하나의 구조로서 수백만 번 전 세계 사람들 속에 육체적으로 실현되어 있지 않은가." -336쪽

컴퓨터를 사용해 본 독자는 컴퓨터의 연산 시간과 기억 용량이 얼마나 귀중한 것인가를 잘 알 것이다. 많은 대규모의 컴퓨터 센터에서는 그것을 돈으로 환산하거나, 사용자에게 초 단위의 사용 시간과 '문자' 단위의 기억 용량을 각각 일정량씩 할당하고 있다. 인간의 뇌는 밈이 살고 있는 컴퓨터이다. 거기서는 시간이 아마도 저장 용량보다 중요한 제한 요인이며, 심한 경쟁의 대상일 것이다. 인간의 뇌와 그 제어를 받는 몸이 동시에 하나 또는 몇 종류 이상의 일을 해치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한 밈이 한 인간의 뇌의 집중력을 독점하고 있다면 '경쟁자'의 밈이 희생되는 것은 틀림없다. 밈은 라디오와 텔레비젼의 방송 시간, 광고 게시판의 공간, 신문 기사의 길이, 그리고 도서관의 서가 공간 등과 같은 상품을 대상으로 경쟁하고 있다. -342-3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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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넷 2007-02-14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기적 유전자 읽고 계신모양이네요. 다시 읽어봐야되는데...

비로그인 2007-02-14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읽으셨다면,
다음에 읽을 책으로 '에드워드 윌슨의 인간본성에 대하여'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사람들의 일상적 behavior의 근저에 존재하는 본능의 작동 메카니즘을 이해하면
현실적 삶의 양상을 좀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아프락사스님께서 요즈음 '열심히'에 일등이신듯.. 하하


마늘빵 2007-02-14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늘사초님 / 네 다 읽었어요. 저도 가자 오래된 초판본을 중학교 땐가, 고등학교 때 구입하고 제대로 안봤더랬는데, 이번에 30년판 다시 사봤습니다.
한사님 / 아 추천 감사합니다. 보관함에 바로 넣겠습니다. 전 이 책 다음으로 주문한 책이 최근에 <이기적 유전자와 사회생물학>이라고 나왔던거 같은데, 이 책이 이기적 유전자가 가지고 있는 함의와 비판에 대해 종합적으로 다루고 있다고 해서요.

비로그인 2007-02-14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윌슨의 저서를 같은 맥락에서 추천했답니다.
아시다시피 윌슨은 사회생물학의 '대부'격인 인물이지요.


드팀전 2007-02-14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결코 '똘레랑스'할 수 없는 가치 중에 하나가 '사회진화론'입니다.특히 '의식의 척박성과 취향의 고급성'은 가슴 속 밑에서 무언가 불끈 올라오게 합니다.
계보적 근원을 밝히는 것과 사회적 적용함의는 다릅니다.푸코의 계보학에 대한 근원적 비판이 되기도 하지요.인간이 근원적으로-유전자적으로-이기적일거라고 생각합니다.개체보존의 본능은 무엇보다 우선할테니까요...그런데 인간의 역사에는 경제학이나 생물학에서 납득할 수 없는 이타적 인간이 나타납니다.
이기적 유전자들이 왜 가족이나 친밀한 관계에서는 작동하지 않을까?...혈연선택가설이라는 것도 등장하더군요.개체보존과 확산을 위해 '혈연'을 위한 이타적 행동도 크게는 이기적 유전자의 이기적 행동이라는 측면이겠지요..그런데 그것만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이타적 행동이 존재합니다.인간이나 동물이 게폼잡느라 그랬을까???
학문적으로 인간의 이기적 동인과 이타적 행동들에 의문을 품고 공부하는 것은 아주 즐거운 일입니다.
그러나...분명히 할 것 이 있지요. 현재의 가진 사람들이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이기적 개인'을 주장하는 것은 현 토대의 부정의와 왜곡된 분배구조를 은폐하기 위한 저열함이 보입니다.결국 능력있 개인의 승리..그러지 못한 건 당신들의 무능함.못가진자들의 징징거림....
....고담준론과 관념론의 허우적을 걷어내고 이것 한가지만 고민해봤으면 합니다.
최근에 본 책의 서문에 나오는 말인데..
"우리의 풍요를 보장해주는 불평등한 대우"........'우리' 대신에 여러가지 이름을 넣어보면 아주 직접적입니다.우리사회의 특권층 역할을 하려면 국가와 사회가 특권행사를 할 수 있는 틀을 만들고 보장해주어야 합니다.선생님이시니 선생님의 안정성이 어떻게 보장되느지 아시겠지요? 또 어떤 제도적 변용으로 한번에 무너질 수 있는지도? 의사도 마찬가지고 변호사도 마찬가지입니다.그 틀(토대)의 규정에 대해서는 생득권처럼 받아들이며 그것이 개인의 능력여부에 따라 달라진다라고만 생각한다면...글쎄요.진중권이 비판한 한국식으로 하지말고 서구식으로 하지요."참..유감스럽습니다"
아프락사스님의 리뷰에 달린 댓글을 보다 결국 긴 댓글을 썼습니다.죄송 아프님.
게임이론으로 풀어본 이기적 인간과 이타적 인간의 내용이 담긴 <이타적인간의 출현>도 기회닿은다면(벌써 보셨을 수도 있구요...그 책은 인간 사회가 이기적 인간에 의해서가 아니라 합의를 통한 이타적 인간들에 의해 변화해 왔다고 말합니다.)

마늘빵 2007-02-14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드팀전님 이렇게 긴 댓글로 의견을 표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천천히 한문장 한문장 읽으면서 다른 시각을 제게 전해주시는군요. <이기적 유전자>를 읽으면서,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이 많았고,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만들어낸 여러 예의 나열이라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그래서 지나치게 많이 나오는 그런 예들의 경우 다 읽지 않고 넘겼답니다. 아직 이 책에 대한 비판서는 한권도 보지 못했습니다.

이번에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전부터 보관함에 있던 책이기도 하고, 최근 본 복거일씨의 몇몇 책에서 복거일이 자기주장의 근거로서 어떤 경제학자와 리처드 도킨스의 이론을 자주 들먹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회가 생긴 김에 바로 구입해 봤죠.

드팀전님 마지막에 추천하신 <이타적인간의 출현>은 아직 못봤습니다. <이기적 유전자와 사회생물학>, <동물에게도 문화가 있다>가 현재 주문배송중에 있는데, 추천하신 책도 이어서 보도록 하겠습니다.

아직 이에 대한 책도 많이 못봤고, 생각도 많이 안해봐서, 제 생각이 어떤지를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드팀전님의 댓글을 토대로 다른 시각에서 한번 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마법천자문 2007-02-14 1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신의 주장이 복거일 같은 사람들에게 이용당한다는 사실을 리처드 도킨스가 안다면 매우 크게 화를 낼 것입니다. 대부분의 진화심리학자들은 진화심리학 이론이 약육강식의 자본주의 체제를 옹호하는 이데올로기에 이용당하는 것에 명백히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진화심리학 이론을 좌파들의 입맛에 맞는 이데올로기에 이용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물론 '진화심리학 이론이 객관적인 진리이냐 아니냐' 가 어떤 이데올로기에 이용되느냐보다 훨씬 중요한 문제겠지요. 저는 지금까지 인류가 생각해낸 이론 가운데 진화심리학 만큼 인간본성을 완벽에 가깝게 합리적으로 설명해준 이론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마법천자문 2007-02-14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락사스님 혹시 영어 잘하시면 복거일이 도킨스를 인용한 부분을 번역해서 도킨스 박사 이메일로 한번 보내보세요. 도킨스 박사가 복거일이한테 개망신을 주는 멋진 광경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데요, 켁. ㅎㅎ

마늘빵 2007-02-15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애리님 / ^^ 그러게요. 그쪽 사람들이 사회진화론을 주장하는 것과, 그것이 이용되는 건 엄연히 다르지요.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는 글쎄 아직 잘 판단이 안섭니다만, 헛점이 많아 보입니다. 관련된 책들을 더 읽어봐야겠지요.

영어는 ... -_- 거의 문맹에 가깝습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거의 손도 안댔습니다. 시험 볼 때만 했죠. 대학에서. 시간이 갈수록 점점 심해져서 이제는 기본적인 스펠링조차 기억도 안납니다. ^^

승주나무 2007-02-21 0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 님의 서재에 들어오면 이렇게 커닝을 할 수 있어서 좋아요. 사실 이기적 유전자는 군대에서 읽었는데, 지금도 도킨스 병에 걸려서 남은 저작들에 눈길을 주고 있답니다. 저도 책의 목록들이 늘어나는 소리가 들리는군요.
도킨스의 숙적이자 동료인 '제이 굴드'의 풀하우스는 도킨스와 전혀 다른 관점에서 논의를 전개하면서도 도킨스와 세트라는 느낌을 갖게 합니다. 마치 오월동주나 와신상담과 같은 성어처럼요.
이 둘의 애틋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책은 '악마의 사도'였습니다. 도킨스의 에세이라기보다는 편집자가 도킨스의 동의에 의해 신문사설이나 서평 같은 것을 모았는데, 제이 굴드에 관한 인상이 있어서 '인간적'인 느낌을 갖게 한답니다.
앞서 댓글을 단 분들과는 다른 관점에서의 도킨스였습니당~~

마늘빵 2007-02-21 0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책을 읽다보니, 어떤 논쟁에서는 도킨스와는 굴드가 대립하지만, 또 다른 논의에서는 이 둘이 연합전선을 펴는 경우가 있다고 하더군요. 아 꼼꼼히 안읽어서 제대로 안들어옵니다. 승주나무님 말씀하시는거 보면 관련 책 많이 보신듯 합니다. 저는 더 진행 안하고 여기서 멈췄어요. 더 읽고 싶은데 이러다간 다른 책들을 또 못볼거 같아, 다음번에 다시 한번 도킨스가 땡길 때 보려고 합니다.

kleinsusun 2007-02-25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댓글들이 정말 잼있군요.^^
보관함에 넣었어요. Thanks to할께요.
근데....요즘 책 정말 열씨미 읽으신다. 아프님 쵝~오!

마늘빵 2007-02-25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그러게요. 밑줄긋기에 이렇게 진한 댓글 달리긴 처음이에요. 제가 아직 이 책 리뷰를 쓰지 않아서 여기에 다셨나봅니다. 근데 저 책 실적은 요새 부실해요. 영화만 들입다 많이 봤어요. 정말 한해 볼 영화의 1/3을 두달동안 본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