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이 이른바 생존 경쟁이라고 말한 데 있어서 경쟁하고 있는 단위가 종이라고 한다면 개체는 장기판에서 졸로 볼 수 있다. 졸은 종 전체의 더 큰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면 희생될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각 개체가 자기 집단의 이익을 위하여 희생할 수 있는 종 내지는 종내 개체군과 같은 집단은, 각 개체가 자기 자신의 이기적 이익을 우선으로 추구하는 다른 경쟁자 집단보다 아마도 절멸의 위험이 적을 것이다. 따라서 세계는 자기 희생을 치르는 개체로 이루어진 집단이 대부분 점령하게 된다. 이것이 '그룹 선택설'이다. -50쪽
노쇠는 후기에 작용하는 치사 유전자와 반치사 유전자가 유전자 풀에 축적되는 현상의 부산물에 불과하다. 이들 치사 및 반치사 유전자는 단지 휴기에 작용한다는 이유만으로 자연 선택의 그물에 걸려들지 않게 허락되어 온 것이다. -102쪽
유전자 풀은 유전자의 장기적인 환경이다. '우수한' 유전자란 맹목적으로 선택되어 유전자 풀에서 살아남은 것이다. 그것은 이론이 아니다. 그것은 관찰된 사실도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동어 반복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유전자가 우수하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라는 것이다. 이에 대한 첫 시도로서 유전자가 우수하다는 것은 유능한 생존 기계, 즉 몸을 만드는 능력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이제는 이 진술에 단서를 달지 않을 수 없다. 유전자 풀은 하나의 진화적으로 안정된 유전자 세트이다. 어떠한 새로운 유전자에 의해서도 침입될 수 없는 유전자 풀로 정의된다. 돌연변이 재조합이나 이입에 의해 생기는 새로운 유전자는 대부분이 자연 선택에 의해 벌을 받아 즉시 도태되고 진화적으로 안정된 유전자 세트는 복원된다. 때때로 어떤 새로운 유전자가 그 세트에 침입하는 데 성공하여 유전자 풀 내에 퍼져 나가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불안정한 과도기를 거쳐 드디어 하나의 새롭고 진화적으로 안정된 조합을 이룬다. 작은 진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공격전략의 예에서 말한 것처럼 개체군에는 둘 이상의 대체 가능한 안정점이 있어서 때때로 이쪽에서 저쪽으로 갑자기 비약이 일어나기도 한다. 진화란 부단한 상승이 아니라 오히려 안정된 수준에서 안정된 수준으로의 계기적인 불연속의 전진인 것 같다. -168-169쪽
즉 개개의 이기적 유전자의 목적은 무엇인가? 그것은 유전자 풀 속에 그 수를 증대시키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개개의 유전자는 기본적으로 그것이 생존하고 번식하는 장소인 몸의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을 도와 주고 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유전자가 다수의 다른 개체 내에 동시에 존재하는 분산된 존재라고 하는 것을 강조하고자 한다. -172쪽
"...... 밈은 비유로서가 아닌 엄밀한 의미에서 살아 있는 구조로 간주해야 한다. 당신이 내 머리에 번식력이 있는 밈을 심어 놓는다는 것은 글자 그대로 당신이 내 뇌에 기생한다고 하는 것이다.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의 유전기구에 기생하는 것과 유사한 방법으로 나의 뇌는 그 밈의 번식용의 운반자가 되어 버린다. 이것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 예컨대 '사후에 생명이 있다는 믿음'이라는 밈은 신경계의 하나의 구조로서 수백만 번 전 세계 사람들 속에 육체적으로 실현되어 있지 않은가." -336쪽
컴퓨터를 사용해 본 독자는 컴퓨터의 연산 시간과 기억 용량이 얼마나 귀중한 것인가를 잘 알 것이다. 많은 대규모의 컴퓨터 센터에서는 그것을 돈으로 환산하거나, 사용자에게 초 단위의 사용 시간과 '문자' 단위의 기억 용량을 각각 일정량씩 할당하고 있다. 인간의 뇌는 밈이 살고 있는 컴퓨터이다. 거기서는 시간이 아마도 저장 용량보다 중요한 제한 요인이며, 심한 경쟁의 대상일 것이다. 인간의 뇌와 그 제어를 받는 몸이 동시에 하나 또는 몇 종류 이상의 일을 해치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한 밈이 한 인간의 뇌의 집중력을 독점하고 있다면 '경쟁자'의 밈이 희생되는 것은 틀림없다. 밈은 라디오와 텔레비젼의 방송 시간, 광고 게시판의 공간, 신문 기사의 길이, 그리고 도서관의 서가 공간 등과 같은 상품을 대상으로 경쟁하고 있다. -342-3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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