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 25 예스24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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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 directed by 앤디 워쇼스키, 래리 워쇼스키 |
이 영화를 봤을 때의 충격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아마도 대학 2학년 시절 본 것 같은데, 그간 배웠던 철학적 지식으로 영화를 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달까. 워쇼스키 형제는 아무렇지도 않게 장난삼아 이것저것 다 끼워 맞춰봤다고 하지만, 영화는 이미 던져졌고 난무하는 것은 해석뿐. 우리는 지금 바라보고 있는 이 사물을 어떻게 인식할 수 있는가, 내가 만지는 이 자판이 딱딱하다는 것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우리는 현실세계에 살고 있는가, 현실이란 무엇인가, 진짜와 가짜는 무엇인가, 어떻게 규정되는가 등등의 질문들. 이 영화 한편으로 다양한 관점에서 철학 수업이 가능하다. |
봄날은 간다 directed by 허진호 |
아, 도저히 영화 엔딩크레딧이 올라간 뒤에 일어설 수 없었다. 그렇게 아픔을 가져다준 영화였다.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내 안에서 스스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언제나 사랑이 변하지 않는다는 진리는 존재했지만 나를 포함한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이를 심적으로 거부한다. 받아들이지 않는다. 봄날은 그렇게 간다. 사랑에 빠졌고 사랑은 떠난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그래 사랑은 변한다. 인정하자.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고 꿈꿔왔던 사랑의 관념을 뒤바꿔준, 현실을 확인시켜준 영화랄까. 허진호 감독의, 사랑에 대한 성찰이 돋보이는 영화였다. |
장미의 이름 directed by 장 자끄 아노 |
움베르트 에코의 힘겨운 소설 『장미의 이름』을 영화로 확인하는 매력이란 이런 것. 책을 읽었을 때의 느낌은 아, 어렵다, 정말, 벅차다, 이런 느낌이었으나 영화는 좀더 대중적인 느낌을 전해준다. 영화 그 자체로서보다는 소설과 연계하여 봄으로써 그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영화. 소설 속 캐릭터들은 영화 속에서 적절한 배우와 연기로 환원되었다. 지적인 희열을 느끼고 싶다면 이 영화를, 소설을 읽기 힘들었다면 이 영화를 먼저, 혹은 함께. |
사랑을 놓치다 directed by 추창민 |
애절하게 질질짜고 전혀 안 쿨한 사랑영화. 요즘 세상에 이런 인간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사랑하는 이를 향해 고백하기 힘들어하는 두 남녀에 관한 이야기. 아, 한번의 고백을 위해 십년의 세월을 보냈던가. 난 그간 뭘 했던가. 우리가 만나기 위해 십년의 세월은 너무나 가혹했고, 십년은 우리의 그 애틋했던 느낌을 지속시키기 힘들었다. 어긋나고 어긋나고 또 어긋나고. 보는 관객이 더 화가 나고 답답해하는 그런 영화. 하지만 쿨한 요즘 세상에도, 과거와 똑같이, 사람들은 사랑하는 이를 향해 고백하기 그렇게 힘들다. 세상의 흐름과 사랑방식의 변화 문제가 아니라 본래적인 사랑의 문제이다. 쿨하지 않다고, 찌질하다고 그들을 욕하지마라. 정말 쿨한 것은 사랑이 아니라 쾌락일지니. |
비포 선라이즈 | 비포 선셋 directed by 리차드 링클레이터 |
참으로 다양한 사랑만큼이나 참으로 다양한 사랑방식이 존재하고, 참으로 다양한 사랑영화가 존재한다. <비포 선라이즈>와 <비포 선셋>은 새로운 방식의 사랑영화이다. 낯선 남녀와 기차간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끌려 함께 거리를 거닐고, 눈이 맞아 사랑을 하고, 훗날을 기약하며 기차에서 헤어진다. 원나잇을 다룬 이보다 더 순수한 영화가 있을까. 사랑이 시작하고, 진행되는 과정을 매우 자연스럽게 압축적으로 그려낸 영화이다. 마치 알랭 드 보통의 소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보는 듯.
지금 다시 고르라면, <장미의 이름>을 빼고, <이터널 선샤인> <파니핑크> <내 남자의 유통기한> <클로져> <아들의 방> 중에 하나가 들어갈 것이다. 그러고 보니 사랑영화가 아닌 것은 <매트릭스> 뿐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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