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으로 시작하는 20대 파워 재테크
양찬일 지음 / 팜파스 / 2006년 11월
평점 :
절판



  다음 학기 등록금 내면 또 통장잔고는 또 0에 가까워 갈테지만, 그래도 매달 꼬박꼬박 월급 들어오는 봉급생활자로서 어떻게든 돈을 모아보고 아껴볼까 하는 생각은 가지고 있다. 나야 어느 분의 말씀처럼 M&A로 대박날 직업도 아니고, 로또에 당첨될 거란 희망은 애초부터 가지고 있지 않고 - 로또는 몇 번 해봤는데 아무래도 돈 붓는 짓 같아서 안하고 있다. 가끔 심심할 때 한다 - 부모님이 가진 돈이 있는 것도 아닌지라 물려받을 재산도 없고 되려 부모님을 모시지 않으려고 애쓰는 불효자인데, 그러다보니 오로지 내가 돈을 모아서 뭔가를 할 수 있는 방법이란 내 봉급 어떻게든 많이 남겨 저축하는 방법 뿐이다.

  <100만원으로 시작하는 20대 파워재테크>(이하 '20대 파워재테크'로 줄임)는 나같은 이들을 위한 책이다. 사회생활 시작한지 얼마 안됐고, 돈 벌어본지 얼마 안됐으니 대학생활 하는 동안 굶어가며 데이트 비용 만들어내고 책사고 씨디샀던 그 시절을 떠올리며, 아 이제 나도 내가 사고픈 것 좀 사고,  쓸 데 좀 써보며 살자 라고 마음먹고 매달 받는 족족 하나씩 질러대고 다음달에 카드값 갚느라 휘청대는 그런 이들을 위한 책이다. 나도 그랬다. 큰 돈 아니지만 처음 돈 들어오던 그 날부터 아 이제 나도 돈 버는구나 하는 마음에 엠피쓰리도 사고, 좋아하는 음반도 사고, 책도 사고, 악기도 사고, 옷도 사고 그러다보니 매달 100만원 가량을 써버리고, 연애를 하던 때에는 그보다 더 심하게 쓴 적도 있다.

  이제 나는 안다. 이대로 계속 가다가는 남아나는거 하나도 없다는 걸. 그래서 마인드를 좀 바꿔보기로 했다. 그래 2년 동안 쓸 만큼 - 아직 사고픈 것 많이 남았지만 - 썼으니 그만하고 이제 모아보자라고. 누누히 말하지만 지난 학기 학자금 대출 빌려놓은 것이 아직 한 가득이고, 다음 학기 학비를 또 대려면 통장에 남아있는 거 없지만, 그래도. 그래도 습관은 들여놓자는 생각에서 재테크 서적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20대 파워재테크>는 가장 기본적인 이야기들을 해준다. 학창시절엔 돈이 없었으니 돈을 모을 생각을 안했고, 사회초년병으로서 매달 월급은 받는데 이상하게 남는 것이 없는 이들을 위해, 어떻게 돈을 모아야 할지 잘 모르겠는 이들을 위해 쓰여진 책이다. 그래서 기존에 나와있는 주식, 복리 어쩌고 하는 어려운 재테크 서적과는 차원이 다르다. 순수하게 재테크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모르는 100% 초짜도 볼 수 있는 책이다.

  저자는 이쪽을 전공한 사람은 아니다. 단국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중앙대학교 대학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뒤 기자생활을 거쳐서 현재 재테크 전문서를 내놓는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다. 행정학과 신문방송학이 재테크와 전혀 관련이 없지만, 직업생활을 통해서 공부하고 주변인들을 만나며 쌓아온 경험들을 가지고 썰을 풀고 있다. 사실 나는 재테크에 관심은 없었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재테크 관련된 지침들은 내가 기존에 실천에 옮기고 있던 것들이 대부분이다. 나의 생활습관이 일단 재테크였던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돈을 모으지 못한 건 크게 한꺼번에 지르는 습성과 대학원 학자금 때문이었다.

   주변의 인맥들을 활용하라, 재테크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라, 부지런하라, 장사보다는 투자를 하라, 희소가치가 있는 투자대상을 찾아라, 돈 쓰는 버릇을 들여선 안된다, 푼돈을 아껴라, 물건 구입시 품질보다 가격이 우선이다, 대차대조표와 현금흐름표를 만들어라, 계획적인 소비만 해라, 새것을 구입하지 말고 중고품을 활용하라, 현금영수증을 꼭 받고 가급적 체크카드로 결제하라, 신용카드를 만들되 포인트만 활용하라, 핸폰비 인터넷사용료를 아껴라, 은행수수료를 지급하지 말고 미리미리 뽑아놓거나 인터넷 뱅킹 등을 활용하라, 마이너스 통장은 사용하지 말라, 청약통장은 지금 당장 만들어라, 여윳돈은 CMA에 맡겨라 등등등 하나하나 읽으면 읽을수록 다 부모님 말씀같은 이야기들이다.

  그런데 저자의 말대로라면 우리는 스타벅스나 커피빈에서 커피를 사먹기보다는 자판기 커피를 이용해야 하고, 옷을 살 때 멋드러지고 좋은 원단의 브랜드 옷을 사기보다는 동대문 쇼핑몰을 이용해야 한다. 한창 젊은 그 나이에 좋은 옷도 좀 입어보고, 좋은 물건도 좀 사보고 하고픈 것이 누구나의 마음일진대 이런거 하지 말라니. 너무 가혹하다. 우리는 구두쇠가 되어야한다. 친구를 만나 술 한잔 사서도 안되고(인맥활용에 있어 도움이 되는 이에게 투자하는건 나쁘지 않다 한다. 그러나 나에게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이라면 너무하잖아), 여럿이 모여 영화를 보는 등 돈을 지출할 구석이 생기면 더치페이를 해야한다. 아 삭막하다. 나도 더치 좋아하지만 재테크를 하기 위해 그렇게까지 하라는건 너무 쪼잔해보인다.

  "끊기가 힘들다면 줄이는 것은 가능하다. 4,000원 짜리 테이크아웃 커피를 1주일에 세 번 마신다면 한 번으로 줄여보자. 안 마시는 날은 회사에서 커피 믹스로 대신하거나 자판기 커피를 뽑아 마시면 된다. 자판기 커피가 영 싫다면 패스트푸드 점포나 편의점 등에서 파는 커피를 이용하자. 이곳에서 판매하는 커피는 평균 1,000원대로 테이크 아웃 커피보다 훨씬 싼 데다가 자판기 커피보다 품질도 좋다."

 응. 그래. 나도 알아. 자판기 커피 안마셔 본 사람 없고, 편의점에서 악마의 유혹 안마셔 본 사람도 없고, 테이크 아웃 커피 안 마셔 본 사람도 없을거야. 그런데. 문제는 다 맞는데 맛이 다르잖아. -_- 맛이 다른걸 어째. 비싸면 비싼 만큼의 값을 하는데. 이렇게 말하는건 그다지 효과가 없고 - 한참 이런거 즐길 20대들한테 하는 말이잖아 그러니까 더더욱 - 횟수를 좀 줄여봐라 라고 말해야지 그게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매일매일 마시는 사람이라면 하루 건너 한번씩을 권장하거나 말이야. 습관에 길들여진 사람들을 습관에서 벗어나게 해줘야지 그걸 싸구려 다른 커피로 대체하라고 하면 워쪄.

  이러한 좀 어거지성 발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중에 나와있는 재테크 관련 서적 중에서 나같은 쌩초짜가 볼 수 있는 책은 몇 안되기에 이 책이 초짜에겐 적절하다 싶다. 지난번에 읽었던 <대한민국 20대 재테크에 미쳐라>는 이 책보다는 한단계 위에 있고, 더 구체적으로 말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생초짜는 이 책을 보고 그 책을 본다면 재테크에 대한 이해가 빠를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이렇게 재테크하고 있다. 월급은 CMA에 넣는다. 그리고 필요할 때마다 인터넷 뱅킹으로 다른 계좌로 빼내어 쓴다. 매우 귀찮은 방법이다. 게다가 인터넷 뱅킹이 익숙치 않으면 스트레스 만땅이다. 주변 몇몇 인들에게 방법을 알려줬더니 손사레친다. 그러나 습관들이면 괜찮다. 그리고 매일매일 지출내역에 대해서는 가계부를 쓴다. 그리하면 한달에 내가 얼마나 썼는지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고, 지난달보다 지출이 컸다면 어디서 차이가 났는지 알아낼 수 있다. 좀 더 세심히 하고픈 사람은 계획 외의 지출 - 예를 들자면 오디로를 샀다거나 컴퓨터를 샀다거나 옷을 샀다거나 하는 - 의 경우에는 빨간펜으로 지출내역을 적어두면 나중에 예상외의 결과가 나오더라도 놀라지 않을 것이다.

  지출은 가급적 체크카드로 하고, 현금은 2-3만원 정도만 가지고 다닌다. 신용카드는 만들되 사용하지 않는다. 주 거래 은행에서 만들면 연회비는 공짜다. 그렇담 체크카드에도 돈이 없고, 갑자기 크게 질러야 할 때 - 결국 이건 충동구매가 되겠지만 - 신용카드를 활용할 수 있다. 또 사용하더라도 할부로 끊지 않고 일시불로 해버린다. 할부 이거 매달 돈 나갈 때마다 눈에 거슬린다. 그냥 한번에 지르고 담달에 한번에 타격받자.

  나의 소비규칙에서 재테크에 반하는 하나는, 필요한 것이 있다면 비싸도 사고보자는 것이다. 이것이 지금 내가 안되고 있는 이유 중 하나인데, 책이나 영화, 음반에 투자하는 비용이 갈수록 늘고 있어 자제 중이다. 집에 안읽은 책들이 산적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기저기 소개해주는 책들, 신간들에 눈이 갈 때면 또 질러버리고 만다. 절대로 절대로 지르기 금지. 논문관련 서적 빼고. 재테크 마인드는 그리 어렵지 않다. 나는 가진 돈 얼마 없지만 습관만은 미리 들여놓자는 생각이다. 그래야 나중에 돈이 생겨도 재테크를 할 수가 있지 않겠는가. 연봉이 4-5000 정도만 되도 내가 이러지는 않겠는데 말이지. 하긴 그때 가면 또 소비행태가 더 고급화되고 커져서 또 생각이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자기가 처해있는 환경에서 시작하는 것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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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1-16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돈에 대해 이렇게 모를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무지한 저같은 사람의 입문서로도 좋을까요? 도통 뭘 봐야할지 알 수가 없어요. 아는 게 있어야 궁금한 것도 있다고, 아는 게 없으니 궁금한 것도 없고, 아는 것은 더더욱 줄어드는 악순환입니다. 경제와돈에 대해서는요.

마늘빵 2007-01-16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초짜가 보기에 괜찮은 책입니다. 좀 아는 사람이 보기엔 별로고요. 이상하게 저는 '초짜'와 '좀 아는'의 중간에 있나봅니다. 지난번 본 <대한민국 20대 재테크에 미쳐라>가 더 좋았거든요. 이걸로 개념 정리하시고 <대한민국...> 보시면 될 듯 합니다.

기인 2007-01-16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효. 저도 읽어보든지, 애인한테 사주던지 해야겠네요. 흠..

마늘빵 2007-01-16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기인님도 투자할 종잣돈 마련도 힘드시잖아요. 저랑 비슷한 위치에 있느니 만큼 투자하고 벌어들이겠다는 개념보다 마인드를 바꾸고, 습관들 들이는 쪽으로 관심을 가지시면 될 듯 합니다. 이 책은 어디까지나 마인드과 습관에 관해서 이야기합니다. 혹여 이 책을 힐끗 보시고 실망하신다면 <대한민국 20대 재테크에 미쳐라>를 추천해드립니다. 이 책은 조금 아쉽고, 방금 언급한 책이 더 알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