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사를 합법화해야 할까? 민음 바칼로레아 34
미셸 오트쿠베르튀르 지음, 김성희 옮김, 김현철 감수 / 민음인 / 2006년 7월
구판절판


치료중단행위에 관한 지침
우리나라에서는 대한 의사 협회가 2001년에 제정하여 2006년 4월 22일 전면 개정한 의사 윤리 지침에 회복 불능 환자의 진료 중단에 관한 내용이 제 16조, 제 17조, 제 18조에 걸쳐 언급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의사는 죽음을 앞둔 환자가 자신의 죽음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제16조 2항) "의사는 의료행위가 의학적으로 무익, 무용하다고 판단된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에 대하여 환자 또는 그 보호자가 적극적이고 확실한 의사표시에 의하여 의학적, 사회통념적으로 수용될 수 있다고 판단되면 그들에게 충분한 설명을 하고 법령이 정하는 절차와 방법에 따라 그 의료 행위를 보류, 철회, 중단할 수 있다. (제18조) -23쪽

의사는 인간의 신체를 고치는 데에는 유능하지만, 그 신체가 정신의 또 다른 일면이라는 사실을 직시하려고 하지 않는다. 신체는 고쳐졌어도 정신은 계속 고통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외면한다. 그래서 의학은 병든 장기를 치료하는 동안은 그 장기가 한 인간에게 속해 있다는 것을 아예 잊는 쪽을 택한다. 치료하고 있는 대상이 다름 아니라 병든 한 인간이라는 사실, 곧 육체와 정신을 모두 가지고 있는 존재라는 것을 뒤로 한 채 오로지 장기에만 몰두하는 것이다.-25쪽

환자 가족이 안락사를 요청할 때가 있는데, 소중한 사람의 고통을 보는 게 힘들고 보살피는데 지쳤기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가족의 요청은 자신의 고통을 표현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죽음을 요청하는 사람이 정말 충분히 생각해서 진정으로 죽음을 원해서 이성적으로 부탁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 고통이 이성을 잃게한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알려진 사실이다. 고통으로 힘들어 하는 사람이 죽음을 선택할 만한 여유가 정말 있을까? 정말 자기의 진정한 의사를 표현하는 것일까? -46쪽

사상의 자유를 내세우면서 존엄성에 대한 그러한 정의를 거부하고, 존엄성이란 개체에 따라 변할 수 있는 주관적인 감정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존엄성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타인에게 강요할 수 없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노화와 질병을 '존엄성 상실' 상태로 간주하는 것은, 늙고 병든 사람들에 대한 가치 판단으로 곧 이어진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존엄성은 안락사 합법화를 얻어 내기 위한 인질에 지나지 않는다. 존엄성을 이유로 안락사를 허용하는 것은 결국 인간이 존엄성을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정당화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그러나 누가 감히 무슨 자격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있게도 하고 없게도 한단 말인가? -57쪽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의사도 사람을 죽여서는 안된다. 고통을 덜기 위해 다량의 진통제가 필요할 때 그렇게 처방하는 것과, 죽이려는 의도를 가지고 과도한 양의 진통제를 처방하는 것을 질적으로 매우 다른 행위다. 보통 의사들이 그러한 결정을 내리는 것은 양심 조항에 해당되는 사안으로 의사와 환자의 관계라는 개인적인 영역에 속하는 일이다. 의사는 자신의 의도와 기본적인 규칙에 의해 움직이고, 자신의 가치 체계가 근거하고 있는 원칙에 따라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 선택할 것이다.
여기서 어떠한 의도에서 나온 것이냐에 따라 차이가 있다는 것은, 안락사 문제가 법학이 아니라 윤리학의 영역에 속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법학은 사회의 폐단으로부터 개인을 보호하는 데 목적을 둔 학문이고, 윤리학은 의도를 중요하게 여기는 학문이다. -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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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12-04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닥타로서 무망한 고통에 견디질 못하는 환자분들을 보면
정말 괴로웠지요...


짱꿀라 2006-12-05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안락사는 찬성해야 한다고 봅니다. 정말로 아픔을 참지 못하는 환자를 볼때면 너무나 가슴이 아프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