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공용어화 과연 가능한가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25
한학성 지음 / 책세상 / 2000년 10월
구판절판


영어공용어론이 대두되고 그것에 대한 찬반 양론이 팽팽히 대립하는 와중에도 우리 사회에서 공용어 논쟁이 일어나는 것 자체가 타당한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공용어란 원래 한 국가 안에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여러 민족이 살고 있어 서로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할 때나 국제연합처럼 여러 국가가 모여 만든 국제 기구 안에서 국가 간 의사소통을 위해 사용되는 개념이다. 따라서 오랫동안 하나의 언어만을 사용해온 단일 언어국가인 우리 나라에서 우리끼리의 의사소통을 목적으로 한 공용어의 필요성이 대두될 이유는 전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나라에서 영어 공용어 논쟁이 일어나는 것은 부실한 영어교육으로 인해 영어를 제대로 습득하기가 어려우므로 영어 공용어화로 그 문제를 해결해보려는 의도 때문이다. -37-38쪽

마찬가지 논리로 우리가 만일 한국어와 영어를 공용어로 지정한다면, 이는 한국에서는 한국어와 영어 중 어느 하나를 알기만 하면 공식 업무상 불편이 없게끔 국가에서 보장한다는 뜻이지 모든 한국인이 영어를 할 줄 알아야 된다는 뜻은 아니다. 따라서 우리가 영어를 한국어와 함께 공용어로 지정하기만 하면 모든 한국인이 영어를 잘 할 수 있게 되리라는 믿음은 공용어의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오는 망상에 불과하다. -39-40쪽

복거일의 이러한 주장의 타당성을 검토하기 위해 그의 주장을 한번 뒤집어보기로 하자. 그의 주장은 결국 '영어 공용어화로 우리 나라 영어 교육의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다"는 것이 된다. 그러나 단지 영어를 공용어로 지정한다고 해서 갑자기 우리나라 사람들의 영어 구사력이 현저히 향상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 중략... 결국 영어의 공용어화는 그 자체로 영어 교육의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묘책이 아니라 영어 교육의 문제가 해결되어야 비로소 달성이 가능한 목표라는 점에서 영어 공용어화로 영어 교육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발상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45쪽

복거일이 갈망하는 것처럼 전 국민이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할 수 있게 되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영어를 잘 배울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한 시스템을 마련하지도 않고 무조건 영어를 공용어로 지정한닫는 것은 이제부터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할 테니 국민들은 알아서 영어를 배우라는 식의 무책임한 태도일 뿐이다.-48-49쪽

사람은 태어나자마자 즉시 어떤 중요한 사안에 대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지적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 있기 위해서는 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그 교육은 언어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는 어떤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때는 이미 모국어를 습득한 후가 됨을 의미한다. ...중략... 사람들에게 모국어 선택권은 없다. 모국어는 단지 그가 태어나서 말을 배우는 환경 속에서 주어지는 것일 뿐이다. 따라서 후손들의 모국어 선택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복거일의 주장은 궤변에 불과하다. -51쪽

오늘날에는 한 언어가 다른 언어보다 우월하다거나 열등하다거나 하는 식의 평가 자체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언어가 서로 다르면 그냥 다른 것이지, 우열을 구분할 수는 없다. 즉 문명의 우열은 있을지언정 언어의 우열은 있을 수 없다는 뜻이다. 이런 점에서 언어가 변화하면 그것은 변화하는 것일 뿐이지, 복거일이 주장하는 것처럼 진화하거나 퇴보하는 것은 아니다.

(밑줄그은 이 주 : 대체로 동의하나 '문명의 우열이 있다는 것'은 어찌 해석해야 하는가. 정말 문명에 우열이 있는가. 이때의 저자의 문명에 대한 개념이 문화와 동의어라면 나는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언어의 다양성이 존재하듯 문화에도 문명에도 다양성이 존재한다 우열은 없다) -60쪽

각주 6번

이는 서울대 출신 중등 영어 교사나 대학 교수 개개인에 대한 공격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전체로서의 '서울대 파워 그룹'이 그 위상이나 그들이 누리는 혜택에 걸맞는 소임을 제대로 해오지 못한 것에 대한 객관적인 비판이다. 물론 한 사람 한 사람을 두고 보면 서울대 출신 중에 뛰어난 사람들이 상당수 있는 것이 사실이고 또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서울대 출신 영어 교사나 대학 교수 중에는 자격이 대단치 않은 사람도 있고, 서울대 출신보다 더 능력이 뛰어난 비서울대 출신이 있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문제는 그 동안 우리 나라 영어 교육이 능력보다는 출신 학교 중심으로 편성된 특정 그룹에 의해서 주도되어왔다는 것이고, 그들이 주도한 영어 교육이 참담하게 실패했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서울대는 우리나라 영어 교육이 실패한 데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밑줄그은 이 주 : 이에 동의. 영어교육 뿐안 아니라 이는 모든 분야에 대해서 해당할 수 있을 터다) -116-117쪽

각주 28

우리나라에서는 일단 사범대학에 입학만 하면, 졸업은 물론 교사 자격증을 받는 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 졸업이 쉬운 것은 비단 사범대학만의 문제는 아니므로 여기서 길게 논의할 대상은 아니지만, 사범대학 학생 중 교사로서의 자질이 전혀 없다고 판단되는 학생에게까지 졸업과 동시에 교사 자격증이 발급되는 것은 재고해보아야 할 것이다. ... 중략 ... 사범대 졸업시 적절한 자격 시험을 치러 이를 통과한 학생들에게만 교사 자격증을 발급하고 그 외의 학생들은 교사 자격증 없이 학사 학위만을 인정해주는 제도 시행을 검토해 볼 만 하다.

(밑줄그은 이 주 : 동의한다. 졸업을 어렵게 하고, 졸업자 중 일부에게만 자격증을 주어야 한다. 또한 교사의 길을 사범대로 한정하지 말고 더 다양하고 많은 경로를 통해 교사가 될 수 있도록 문을 개방해놔야 질적으로 높은 교사를 양성할 수 있을 것이다.) -1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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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꿀라 2006-11-30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어 자체를 모국어처럼 쓴다는 것은 저는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그것은 꼭 필요한 사람들만이 사용해야 하는 건데. 요즘 영어 못하면 취직도 제대로 못하니 정말 큰일입니다. 한국말 이것도 제대로 사용을 못하면서 국제화를 길러야 한다는 생각은 조금은 웃긴 생각이 아닌가 싶네요. 잘 읽고 갑니다. 좋은 하루되세요. 아 그리고 요즘 말들의 풍경 프린트 해서 잘 음미하고 있답니다. 님때문에 좋은 글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비로그인 2006-11-30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력을 길러, 한국어와 한글이 만국공용어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하하.

마법천자문 2006-11-30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명 또는 문화를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저는 문명에 분명히 우열이 있다고 봅니다.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 철두철미하게 구현되어 있는가(이것은 필연적으로 평등, 자유, 인권 등의 문제와 연결되겠죠), 과학기술의 발전 정도, 예술의 수준 등에 따라서 앞선 문명과 뒤떨어진 문명으로 나눌 수 있을 것입니다.

예컨데 남편이 부인을 두들겨 패고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 사회 A와 남편이 부인을 두들겨 팰 경우 그에 따른 처벌을 확실히 받게 되는 사회 B가 있다고 가정할 때, 사회 B는 평등과 인권이라는 관점에서 A보다 우월한 문명이라고 해도 결코 틀린 말은 아닐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