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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선택 - 결정적 1%, 사소하지만 치명적 허점을 공략하라
리처드 H. 탈러 지음, 박세연 옮김 / 리더스북 / 201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경제학 vs. 심리학: 행동 경제학의 시작


정치, 경제 좀더 보편적으로 말해서

모든 사회과학을 떠받치고 있는 학문은 명백하게도 심리학이다.

심리학 원리로부터 사회과학의 법칙들을 이끌어낼 날이

언제가 찾아올 것이다.

 

빌프레도 파레토, 1906 

-p.19에서


 제가 학부에서 경제학에 대해 살짝 맛보기를 하고 있을 때, 경제학 제국주의(Economics Imperialism)-경제학 이론을 다른 사회과학 분야에까지 널리 적용시키려는 시도에 대한 비판적 시각-에 대한 (다른 사회과학 학자들뿐만 아니라 경제학자들 역시) 우려와 논쟁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흐른 지금 이러한 우려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기우(杞憂)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다양한 경제적 문제와 위기 상황에 대해서 경제학이 제대로 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 점이 불행이라면, 경제학자 스스로가 기존의 한계를 절감하고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이라는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는 점은 다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행동경제학은 (심리학을 바탕으로) 실제적인 인간의 행동을 연구하여 어떻게 행동하고 어떤 결과가 발생하는지를 규명하기 위한 경제학의 한 분야(위키백과에서 발췌)입니다. 한때 모든 사회 현상을 비용과 이윤을 통해 설명하려던 차가운 경제학이 이제는 심리학을 바탕으로 한 인간의 경제학으로 바뀌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행동경제학은 그 시작점을 1979년으로 볼 만큼 역사가 짧기만 합니다. 그만큼 행동경제학은 우리에게 낯선 미지의 세계인 동시에 그 잠재력을 다 파악하지 못한 신대륙이기도 합니다. 저는 11기 신간 평가단 활동 때 행동경제학자 대니얼 카너먼의『생각에 관한 생각』을 통해서 행동경제학을 처음으로 접했습니다. 이번에는 그의 동료로서 함께 행동경제학 분야를 탐험하고 개척해온 리차드 탈러 교수의 신작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선택(원제는 Misbehaving)』을 통해 다시 한 번 행동경제학에 도전해 보고자 합니다. 탈러 교수는 7년전 국내에서 40만부가 팔린 베스트셀러『넛지』의 저자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저 또한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저자와 그 제목만큼은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신간 평가단 리뷰 도서를 선정하면서 이 책을 놓치지 않고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똑똑한 사람들도 멍청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지 그 이유를 차근차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콘 vs. 인간: 조삼모사의 시작


<http://me2.do/G5d9JIEc 에서>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선택』는 독특한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흡사 저자의 자서전과 같이 저자의 인생 역정을 순서대로 나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진짜 자서전처럼 저자의 시시콜콜한 인생사를 다루지는 않습니다. 저자의 인생과 겹쳐져 있는 행동경제학의 발달 과정이 주된 내용입니다. 저자의 인생(경험담, 동료 교수와의 일화, 기업이나 기관과의 협업...)은 이런 연구 결과를 뒷받침하는 사례로써 책을 풍성하게 만들어 줄 뿐입니다. 이를 통해서 저자는 경제와 경제학을 구성하고 움직이는 존재가 합리적이고 이윤을 추구하는 '이콘(Eon, homo economicus의 준말)'이 아니라, 제한된 합리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상황과 감정에 따라 곧잘 '잘못 행동(Misbehaving)'하는 '인간(Human)'임을 강조합니다. 조삼모사()는 고사성어 속 원숭이뿐만 아니라 우리 인간의 속성이기도 하다는 의미입니다. 인간은 객관적인 이익만을 추구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소유 여부, 위험이나 손실, 개인의 감각에 따라서 주관적인(혹은 잘못된) 만족을 추구하는 존재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인간'의 특성은 마냥 비합리적이며 손실만을 초래하는 성가신 약점일까요? 


 저자는 이를 제대로 활용하면 기존의 경제적 접근보다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어떤 선택을 금지하거나 경제적 인센티브를 크게 변화시키지 않고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금지와 명령이 아닌 팔꿈치로 옆구리를 툭 치는 듯한 부드러운 권유로 타인의 바른 선택을 돕는 것, 이것이 바로 '넛지(nudge, 원래는 팔꿈치로 슬쩍 찌른다는 뜻)'이자 ‘자유주의적 개입주의(libertarian paternalism)'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전작 『넛지』가 행동경제학의 구체적 활용 방법을 알려준다면, 이 책은 넛지의 이론적 배경과 윤리적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넛지를 읽지 않았거나,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독자라면 출판 순서가 아니라 거꾸로 이 책부터 읽고 넛지를 읽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넘어야 할 장애물은 만만치 않습니다. 『넛지』가 생소한 미국의 사례와 난해한 경제학 용어들로 우리를 가로막고 있다면, 이 책은 600 페이지의 방대한 분량과 저자의 유머 센스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넛지 vs. 트리즈: 창의와 혁신의 시작    


화장실 거울에 찍힌 립스틱

설정: 화장실에서 호기심 많은 여고생 중 한 명이 립스틱을 바른 뒤 거울에 입술을 대 자국을 남겼다. 그런 뒤 거울에 찍힌 자신의 입술 모양을 구경했다. 이것을 본 친구들이 너도나도 립스틱을 바르고 거울에 입술 자국을 남겼다.

문제점: 립스틱 자국이 잘 지워지지 않아 화장실을 청소하는 아주머니가 화가 났다. 아주머니는 선생님께 이를 알렸다. 선생님은 조회 시간에 화장실 거울에 립스틱을 찍지 말라고 주의를 줬다. 하지만 학생들은 말을 듣지 않는다.
 
해결책: 선생님이 학생들을 데리고 화장실로 간다. 학생들이 몰려오면 아주머니가 화장실 바닥을 닦고 있던 대걸레를 들어 거울을 북북 닦는다. 물론 이를 목격한 학생들은 단 한 명도 더 이상 립스틱 바른 입술을 거울에 대지 않았다.

-트리즈를 이용한 문제 해결 방법, http://me2.do/5kIb8B33 에서


 행동경제학이 우리에게 여전히 생소한 학문이지만, 그 활용법인 '넛지'는 그리 낯선 개념은 아닙니다. 행동경제학과는 다른 이론적 기반을 통해서 많은 이들이 비슷한 개념을 주장한지 오래되었기 때문입니다. 경영 분야에서 말콤 글래드웰은 작은 아이디어로 빅트렌드를 만드는 '티핑 포인트'라는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조직행동론의 대가인 히스 형제는『스위치』를 통해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기 위한 '행동설계' 방법을 선보였습니다. 뇌과학 분야에서 로이 F. 바우마이스터, 존 티어니는 의지력이 근육처럼 훈련함으로써 강화할 수 있고 남용하면 피로해진다는 사실을 밝혀내서 원하는 변화를 이끌어내는 효과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공학 쪽에서는 겐리흐 알트슐레르 박사가 20만건에 이르는 발명 사례에서 뽑은 40가지의 문제해결 방법을 묶은 트리즈(Teoriya Resheniya Izobretatelskikh Zadach)가 대표적입니다. 비록 출발점은 달랐지만 많은 이들의 노력의 결과가  목적과 방법, 결과 모두 비슷하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행동경제학을 공부하거나 활용하고자 한다면 이런 이론과 방법론을 참고하는 것도 색다른 공부가 될 것입니다. 


 저자는 사인을 요청하는 이들에게 '선을 위한 넛지(nudge for good)'라는 문구를 적어준다고 합니다. 넛지는 도구일 뿐이기에 사용하는 이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악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요가 적은 시기에 요금을 인하했다가 수요가 많아지면 요금을 인상하는 (때론 그 반대로 시행하기도 하는) 정부, 가격은 그대로 두고 용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혹은 가격과 용량의 관계를 교묘하게 속이는 방식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은 슬프게도 흔한 현실이 되어버렸습니다. 행동 경제학이 더 발전하기 위해서 아니 우리 모두의 공공선을 증진하기 위해서는 심리학과 경제학만으로는 부족해 보입니다. 하나의 인간은 복잡한 존재이지만, 이들 개인이 모여서 만들어내는 사회는 더욱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사회 속에서 태어나고 자라납니다. 커서는사회를 구성하고, 유지하며 변화시킵니다. 그러므로 인간을 이해하고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행동경제학뿐만 아니라 다양한 학문들의 교류와 협력이 필요하다는 당연한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행동경제학이 그러한 노력의 위대한 첫걸음이 되길 기원하며 책을 덮습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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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31 22: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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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01 11: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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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필요없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인간은 필요 없다 - 인공지능 시대의 부와 노동의 미래
제리 카플란 지음, 신동숙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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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필요없다?


 구글은 자율주행자동차 개발에서 가장 앞서 있는 회사다. 구글은 지난 1월 기준 자율주행차로 42만4000마일(약 68만km)에 달하는 시험주행을 실시했다. 최근 미 교통부 도로교통안전국(NHTSA)는 구글의 자율주행차를 운전하는 인공지능(AI)를 법적으로 운전자라고 인정했다. 이러한 미 당국의 판단은 향후 자율주행차의 실용화에 큰 진전을 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http://me2.do/FTjeBHBn 에서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의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 바둑 세계 랭킹 4위 이세돌 9단의 대결이 막을 내렸습니다. 경기 전에는 이세돌 9단의 무난한 승리를 대부분 예상했습니다. 왜냐하면 바둑의 경우는 수는 10의 170의 제곱에 이르며, 이는 우주에 존재하는 원자의 수보다도 많은 어마어마한 크기이기 때문입니다. 알파고는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을 통해서 3000만 건의 대국을 기억하고, 4주에 100만 번의 연습을 소화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결과는 4:1로 예상을 뛰어넘은 알파고의 압승이었습니다. 단 한 번의 승리는 이세돌 선수 본인과 많은 이들이 더할 수 없는 기쁨이었습니다. 반면에 4번의 패배는 사람들에게 인공지능의 수준을 인식하고 놀라움을 넘어 두려움을 갖게 만들었습니다. 그 증거로 많은 전문가들과 다양한 매체들이 앞다투어 인공지능의 현재와 미래에 관해 분석과 전망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이런 시점에서 리뷰하게 된 신간평가단의 『인간은 필요없다』는 참으로 시의적절한 선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그리 관심 있는 분야가 아니라서 제목만 읽고 지나간 책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이 선정되었을 때는 그리 탐탁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받아서 실제로 읽고,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결을 시청하면서 저의 선입견은 말끔하게 사라졌습니다. "인공지능이 흔히 할리우드 영화에 등장하는 개념으로만 알려진 세상에서"(뒤표지) 우리는 이제 적극적으로 인공지능의 의미와 영향을 고민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습니다. 문제는 인공 지능이 대단히 난해하고 최첨단의 분야라는 점입니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인공지능에 대해 해박한 지식과 경험을 갖고 있으면서도 인간과 사회에 대한 따뜻한 감성을 가진 길라잡이가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인공지능학자로 여러 회사를 경영한 기업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이며, 현재 스탠퍼드대학교 법정보학센터 교수로 인공지능에 대해 가르치고 있는 제리 카플란의 뒤를 따라 인공지능의 세계를 탐험해 보겠습니다.

   


기계는 필요하다!


하우먼 위원: 대체 지배란 뭘까?


네오: 원하면 기계들을 꺼버릴 수 있죠.


하우먼 위원: 맞아, 그렇지. 그게 지배야. 여차하면 부수어 버릴 수 있지. 그런 다음엔 조명과 난방, 공기 등의 문제가 생기겠지만...


네오: 인간과 기계는 공생관계다. 요점은 그건가요?


하우먼 위원: 요점은 없네. 나 같은 늙은이는 요점 같은 건 안 만들지.


-The Matrix Reloaded(2003)에서


 저자는 인공지능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을 산산조작 내면서 책을 시작합니다. 아직 인간을 닮은 외형과 인간을 뛰어넘는 지능과 신체능력을 가진 로봇은 시기상조라고 말입니다. 대신 그가 제시하는 인공지능의 현재와 미래는 '인조지능(synthetic intellect)''인조노동자(forged laborer)'입니다. 인조지능은 경험에서 배우는 시스템으로 정신(minds)은 없지만 정해진 임무에 대해서만은 인간을 훨씬 뛰어넘는 능력을 발휘합니다.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인조노동자는 센서와 작동장치의 결합을 통해서 물리적인 작업을 자동적으로 처리해주는 기계입니다. 이제는 너무나 자연스런 자동차 네비게이션 시스템을 인조노동자로 꼽을 수 있습니다. 전체가 9개의 챕터로 구성된 책은 1~3 챕터까지 인조지능과 인조노동자의 발달과정과 현재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내용 중에서 특히 저의 흥미를 끌었전 것은 주식 거래가 인조지능 초단타매매 프로그램을 통해 10분의 1초에 약 10만번의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3~6 챕터에서는 인조지능과 인조노동자로 발생하거나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윤리적, 법적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인간과 인공지능의 대결은 과연 공정한가? 인조지능이 저지른 잘못이나 범죄에 대한 책임은 과연 누구에게 있는가? 등등....  저자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기업과 마찬가지로 인공지능을 (계약권과 재산권을 가진)'법인(法人)'으로 규정해서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 예측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또한 당연히 자본의 논리에 따를 것이라는 것이 저자의 전망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경제적 예측에 저자의 진보적 주장을 담은 것이 7~9 챕터입니다. 저자는 다른 모든 이들과 마찬가지로 실업과 경제적 불평등이 인공지능에 의해서 더욱 심화하리라고 보고 있습니다. 저자가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는 자신의 풍요로운 삶(그럼에도 그는 미국 소득 상위 1프로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합니다.)과 한 때 그의 회사 안내데스크 직원이었던 에미의 삶(미국 중산층에 속함에도 그는 끊임없이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시달리고 있습니다.)은 우리가 맞게 될 미래에 대한 (장미빛 희망보다는 회색빛 절망에 가깝지만) 적절한 예고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인간과 기계는 공존할 것인가? 파멸할 것인가?


허비 교수: 로봇은 인류의 꿈이었습니다 현대인의 꿈만은 아니었죠. 선조들도 체스하는 원시 괴물을 만들어 세상을 놀라게 했으니까요. 지금은 어떨까요? 저도 느낀 거지만 로봇에 회의적인 사람들이 많습니다. 사랑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들 수 있느냐보다 인간이 그들을 사랑할 수 있는지가 더 큰 문제예요


여성 동료: 제 질문은 그런 차원이 아니에요. 로봇이 사람을 순수하게 사랑할 수 있다면 그 보답으로 사람이 어떤 책임을 져야하는 건 아닌가요?


-A.I. Artificial Intelligence(2001)에서


  비관적인 미래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낙천주의자로서의 면모를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그는 기술에 발전에 걸맞는 다양한 토론과 정책을 통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새로운 금융제도인 직업대출(job mortgage), 기업의 소유 구조를 평가하는 공익 지수(PBI: Public Benefit Index), 누구나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자산 배분 시스템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러한 저자의 주장에는 기술의 변화에 아직까지는 우리가 윤리적, 법적, 구조적 변화를 통해서 얼마든지 대처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이 깔려있습니다. 동시에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의 능력을 완전히 능가했을 까마득한 미래에 대한 불길한 예언(?) 또한 내놓고 있습니다. 그때까지 인공지능은 침략이 아니라 (우리들의 적극적인 용인 아래)단계적으로 그 영향력을 확대할 것입니다. 마침내 인간이 필요 없어지면, 로봇은 인간에 대한 관심을 아예 끊거나 우리를 안전하게 가두고 보호하리라고 저자는 예상하고 있습니다.


 중세 시절에는 예술가들은 익명으로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신의 피조물인 인간이 감히 창조자로서 행세하는 것은 불경이자 오만으로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인간 중심의 르네상스 시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자신의 서명(署名)을 남길 수 있있습니다. 인간의 상상력은 소설『프랑켄슈타인』처럼 급기야 또다른 생명체를 탄생시키는 단계까지 나아갔고, 현실적으로 인공지능을 통해 조금씩 그 가능성을 높여가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현실화된다면 과연 그 미래는 어떠할까요? 헐리우드 영화는 우리에게 불완전하지만 다양한 해답을 내놓고 있습니다. 『터미네이터』, 『매트릭스』, 『트론』 등이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는 디스토피아를 그리고 있다면, 『바이센테니얼 맨』, 『에이 아이』, 『아이, 로봇』 등의 영화는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로봇의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물론 현실은 영화가 아니기에 어느 한 쪽의 극단적인 상황보다는 그 사이 어딘가에 존재할 가능성이 더 큽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 것은 인공지능이 우리를 어떻게 다룰지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인공지능을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아닐까 합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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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31 22: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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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대하고 찌질한 경제학의 슈퍼스타들 

 아담 스미스부터 폴 크루그먼까지 근대와 현대, 주류와 대안 경제학을 망라한 35인의 대표적인 경제학자들의 삶과 이론을 소개한 책입니다. 난해한 수식 대신에 만화를 통해 친근하게 접근한 독특한 컨셉에 끌립니다.











2.정치의 자본주의 비틀기

 일상생활에서 쉽게 가질 수 있는 오해와 의혹들을 차근차근 풀어주는 방식으로 자본주의와 자유시장에 대한 이해를 돕는 책입니다. 자본주의의 한계를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책은 많지만, 자본주의를 옹호하는 책을 만나기는 쉽지 않습니다. 자본주의의 장점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는 뜻이자 이를 명쾌하게 설명하는 일은 그만큼 어렵다는 반증이 아닐까요?  









3.인구를 알면 경제가 보인다

 앞으로 20년 동안 전 세계에서 벌어질 인구통계학적 분석을 통해 장래성 높은 신흥 사업과 투자 기회를 공략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경제 전망서입니다. 인구 변화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피부로 느끼는 요즘 한 번쯤 읽고 우리 모두가 고민해볼 문제가 아닌가 합니다.

 










4.무일푼 막노동꾼인 내가 글을 쓰는 이유

 잘 나가는 대기업 회사원에서 범죄자가 된 저자가 글쓰기를 통해서 새로운 희망을 찾은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대부분의 자기계발서나 글쓰기 책이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라면, 이 책은 반대로 실패담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더욱 진솔하고 담백한 조언을 기대해 봅니다.










5.미라클 모닝

 상쾌한 아침을 맞이한 적이 언제였던가 생각해보니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맞이하는 어쩔 수 없는 아침을 이 책의 제목처럼 미라클 모닝으로 바꾸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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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02 18: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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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불균형]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G2 불균형 - 패권을 향한 미국과 중국의 미래 경제 전략
스티븐 로치 지음, 이은주 옮김 / 생각정원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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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 정략 결혼하다.


 미국과 중국은 각기 상대국에 제공할 만한 중요한 뭔가를 가지고 있었다. 즉 미국은 중국의 수출 주도형 생산 모형을 뒷받침할 세계 최대의 수요 기반을 제공했다. 중국은 주머니 사정이 나빠진 미국 소비자에게 값싼 제품을 제공했다. 뿐만 아니라 국내 저축이 부족한 미국이 지속적 경제성장을 누리도록 저비용 자본의 보고(寶庫) 역할을 했다. 


-p.24에서


 G2(Group of 2), 미국과 중국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2000년대 중반에 들어 신흥강국으로 부상한 중국과 초강대국인 미국이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두 나라라는 의미로 생겨난 용어입니다. G2의 영향력을 온몸으로 실감하는 요즘입니다. 북한핵과 관련하여 대한민국은 미국과 공조하여 사드(THAAD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배치를 결정했고, 이에 대해 중국이 반발하고 있습니다. 국내 여론은 언제나처럼 두 갈래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전통적인 미국과의 공조를 강조하면서 안보에 중점을 두자는 쪽과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생각해서 실리적으로 생각하자는 입장이 팽팽한 긴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두 가지 의견 모두 부분적으로 타당한 의견입니다. 굳이 우리나라가 아니라 어떤 나라라도 G2의 (정치적 혹은 경제적)공세 앞에서 태연할 수 있는 나라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의견을 서둘러 정하기 전에 가장 필요한 것은 중국과 미국, 나아가 중국과 미국의 관계에 대해서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살펴보게 될 신간『G2 불균형』은 참으로 시의적절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신간 선정을 위해 살펴본 이 책의 개요는 미국과 중국에 대한 저의 선입견을 단박에 깨뜨렸습니다. "그 동안 세계 경제의 두 주역인 미국과 중국은 서로 의존하면서 과잉 생산과 과일 소비를 부추겼다. 이 이 경적인 성장 전략은 '가짜 호황을 만들어냈고, 세계 경제는 극심하게 균형을 잃었다."(뒤표지에서)는 것이 저자 스티븐 로치 교수의 주장입니다. 저는 지금껏 막연하게 미국과 중국이 모든 분야에서 경쟁 관계에 있으며, 서로에 대한 이해보다는 경계심이 강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저 또한 어렴풋하게 느끼고 있었듯이)진실은 적어도 경제적으로 미국과 중국은 '정략 결혼'을 맺고 있었습니다. 다만 사이 나쁜 부부사이를 보고 '웬수 사이'라고 부르듯이 그 관계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뿐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세계적인 경제학자이자 아시아 경제 전문가인 스티븐 로치교수가 밝히는 '미국과 중국의 병리적인 의존관계' 무엇인지 분석해 보도록 하도겠습니다.    



미국과 중국, 사랑과 전쟁을 시작하다.


 주룽지의 접근법은 수출에 의존하는 불균형 경제성장을 낳았고, 그린스펀의 접근법은 부채에 의존한 거품 성장을 낳았다. ...(중략)두 사람은 생산자는 소비자 없이 성장할 수 없고 소비자는 생산자 없이 성장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성장의 결과가 어떻든 양측 모두에게 중요한 것은 성장 그 자체였다. 결과적으로 주룽지와 그린스펀은 가짜 호황이라는 똑같은 덫에 걸리게 되었다.


-p.108에서


 미국과 중국의 의존 관계는 1980년대부터 시작되었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미국 소비자들은 (기술발전과 세계화로 인해)소득이 감소함에도 불구하고 소비를 줄이기는 커녕 오히려 늘렸습니다. 경제성장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버릴 수 없었던 지도층들은 IT호황에 따른 주식시장과 신용을 담보로 한 부동산 시장을 통해서 거대한 '거품 경제'를 일으켜 이를 뒷받침했습니다. 반면 중국은 '개혁과 개방'을 주도한 덩 샤오핑의 주도 아래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시작했습니다. 핵심은 투자와 수출을 기반으로 한 경제성장이었습니다. 역사와 정치를 비롯해서 모든 면에서 상이한 두 국가가 마침내 '성장'이라는 신화를 위해 기꺼이 미래를 약속하게 되는 지점입니다. 문제는 이후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는 해피엔딩이 아니라,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사랑과 전쟁'의 서막이었다는 점입니다. 이후 미국은 저축, 무역 적자, 부채 등의 문제가 심각해졌고 중국은 과도한 자원 수요, 소득 불평등, 환경 침해와 오염들의 문제가 누적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문제점들은 결국 2008년 금융 위기를 통해 마침내 냉혹한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저자는 이러한 'G2 불균형'을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주룽지와 그린스펀, 원자바오와 버냉키로 대표되는 양국의 경제 전략을 시작으로 G2 불균형을 더욱 증폭시키는 세계화의 다양한 요소들, G2 불균형에 대한 최악의 선택인 무역 전쟁에 이르기까지 두루 살펴봅니다.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저자는 미국과 중국 모두에게 재균형화 정책 제안합니다. 미국은 생산주 중심의 경제 전략(성장동력, 경쟁력, 안정성)이 필요하고, 중국은 소비자 중심의 경제 전략(일자리, 임금, 재정적 안정)이 필요하다고 말입니다.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거시 경제를 너무 거시적으로만 다루고 있다는 점입니다. 저 같은 초보자가 읽기에 이 책은 다분히 추상적이고 이념적인 느낌이 강했습니다. 저자가 직접 겪은 아시아 경제에 대한 다양한 경험(저자는 2007년에는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을 역임했고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한 아시아 전문가로 활약했습니다.)이 생생하게 반영 되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부분입니다.


       

미국과 중국, 재균형화 전략으로 한번 더 해피엔딩은 가능할까?

 세계화 시대에 양국의 문제는 양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신세계화의 가장 두드러진 특성 가운데 하나가 바로 미국과 중국의 의존 관계다. 양국의 갈등은 양국의 경제 관계뿐 아니라 전 세계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의존 관계의 불균형성이 양국의 경제 의제를 주도할 것이다. 이런 불균형을 해소하는, 이른바 재균형화가 미국과 중국의 미래를 바꿀 것이다. 따로, 또 같이!


-p.403에서


 저자 자신이 인정하듯이 미국과 중국의 재균형화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뼈를 깎는 구조 조정은 언제나 남의 몫이 되기 쉽습니다.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다'는 속담처럼 보호 무역이나 경제 제제 심지어 전쟁이 더 손쉬운 선택지가 될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으면서 이러한 책이 출판될 수 있는 미국의 출판 환경이 부럽기만 했습니다. 이념이 아닌 정책에 대한 공정한 비판을 마다하지 않는 저자의 태도가 부러웠고, 중국에 대한 우호적인 주장을 거침없이 내비칠 수 있는 자유로운 분위기가 샘이 났습니다. 무엇보다 미국의 이익을 우선하면서도 중국과 세계 경제를 위한 배려를 잊지 않는 자세 또한 보기 좋았습니다. 이런 저자의 모습은 중국과 미국 어느 쪽이든 눈치만 보면서 정작 우리 나라와 국민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우리의 현실과 비교할 때 더욱 돋보였습니다. 만약 우리나라 저자가 중국과 미국의 역학 관계에 대한 책을 출판했다면 어떠한 일이 벌어졌을까요?


 저자 스티븐 로치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마크 파버 회장와 함께 글로벌 경제를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월가의 대표적인 비관론자입니다. 그래서 이들의 이름에는 일명 '닥터 둠'이라는 별명이 항상 따라붙습니다. 그럼에도 저자는 "나는 아시아에 대해 오래전부터 낙관론자다."라고 공공연히 주장해 왔습니다. 하지만 저자의 단기적 낙관론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도올 김용옥이 한 강의에서 지적했듯이 '미국 3억의 소비 수준을 중국 11억이 따라 한다면 지구가 하나 더 있어도 모자라기' 때문입니다. G2의 재균형화 정책이 성공하더라도 G2 이외의 세계 경제는 또다른 문제로 신음할 수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입니다. 최선의 방향은 중국과 미국이 세계 경제를 고려해서 모두가 상생하는 지속가능한 경제 방식을 개발하고 실천하는 길입니다. 이러한 이상론이 불안하다면 우리 또한 생산과 소비 모든 면에서 균형 잡힌 성장과 철저한 대비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어디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인지 지도와 나침반을 꺼내 살펴보아야 할 때입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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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20 21: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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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20 21: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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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베이터 - 창의적인 삶으로 나아간 천재들의 비밀
월터 아이작슨 지음, 정영목.신지영 옮김 / 오픈하우스 / 201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아날로그와 디지털 사이에 이진법이 있었다.


"세상엔 10종류의 사람이 있다. 이진법을 이해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http://me2.do/GGJMcEYz 에서>


 어린 시절 저는 서유기에 푹 빠져있었습니다. 얼마나 서유기를 좋아했던지 한 권짜리 요약본에서 어른들이 읽는 열 권이 넘는 전집까지 모조리 독파했습니다. 서유기에 대한 애정은 다른 중국 문학에 대한 호기심으로 발전했습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그 당시 삼국지와 수호지는 저에게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했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서유기보다 삼국지 조자룡의 충정과 간웅인 조조의 처세를 놓고 저울질 하기에 바빴습니다. 저는 그 때부터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친구를 파악할 때 서유기파 VS. 삼국지파로 나누어 구별하곤 했습니다. 이런 경향은 제가 취향이 변하면서 셜록 홈즈 VS. 아르센 뤼팽이 되었다가 또다시 슈퍼맨 vs. 배트맨으로 옮겨가곤 했습니다. 배움을 더하고 경험이 쌓이면서 저는 이런 방식이 명확한 사고의 장점만큼이나 강렬하게 배타적인 독선에 빠질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보다 다원적인 사고를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고 관점으로서 이분법이 흑백논리라는 결함으로 많은 지탄을 받고 있는 반면, 수학적 이분법인 이진법(binary notation, 法)은 컴퓨터의 바탕이 되어 디지털 혁명을 주도했습니다. 이진법을 통해 아날로그 방식은 디지털로 바뀌었습니다. 물리적으로는 전자식 진공관, 트랜지스터, 반도체를 통해 구체화 되었습니다. 다양한 문제에 대응하는 범용성은 역시 이진법을 기반으로 한 프로그래밍을 통해 가능해졌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과연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뛰어난 천재의 능력덕분일까요? 사회적 발전에 따른 당연한 발전 과정일까요? 국내에서만 70만 부가 넘게 팔린 『스티브 잡스』의 저자 월터 아이작슨의 신간 『이노베이터』는 이 질문에 대한 해답에 용감하게 도전하고 있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23년간 『타임』 편집장으로 활동했고, 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전기 전문 작가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저자의 뒤를 따라 조심스레 디지털 역사 탐험에 나서보겠습니다.  

 


천재와 문화 사이에 협업이 있었다.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전기 중 하나로 기록된 『스티브 잡스』를 쓴 월터 아이작슨의 신작 『이노베이터』는 디지털 혁명을 선도한 창의적인 천재들의 이야기이다. 비전 있는 아이디어를 실현 가능한 현실로 바꾼 그들만의 재능은 무엇인가? 왜 어떤 이는 성공한 반면, 또 다른 이는 실패할 수밖에 없었는가? 마치 대하드라마 같은 그의 역작은 무려 1840년대에 컴퓨터 프로그래밍 분야를 개척한 디지털 선지자 에이다 러브레이스의 이야기부터 시작해...(중략) 구글의 래리 페이지 등 현대 디지털 혁명 주역들의 대단히 흥미로운 성격을 탐구한다.


-책 뒤표지에서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에는 크게 (이진법과 마찬가지로)두 가지 있습니다. 거시사가 전쟁, 혁명, 왕조의 교체, 경제체제의 변화, 사회세력의 대두 같은 사회 구조를 다룬다면, 미시사는 개인 또는 소수집단에 주목합니다. 여기서 다루는 인물은 거시사에서 다루는 '위인'들이 아니라 하층민, 농민, 여성 등 그 동안 주목 받지 못했던 비주류를 칭합니다. 저자 월터 아이작슨은 개인의 능력이냐 문화적 흐름이냐는 선택 앞에서 제 3의 관점을 취합니다. 작가는 "다양한 개인적 힘과 문화적 힘이 모두 자기 역할을 하기 때문에"(p.6에서) 이 둘을 엮어내는 '협업'을 강조합니다. 그에 따르면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은 "혁신이 대개 선지자와 엔지니어의 협업이 포함된 집단적 노력이고, 창조성은 많은 출처에서 나온다는 것"(p.127에서)입니다. 이런 관점을 바탕으로 작가는 차분 기관을 발명한 찰스 배비지와 그의 논문에 더욱 독창적이며 본문의 두 배가 넘는 주석을 단 에이다 러브레이스 백작부인으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이어서 컴퓨터, 프로그래밍, 반도체, 비디오 게임, 인터넷 등의 발전이 천재들의 발상과 엔지니어들의 구현, 동시대와 세대간 다양한 협조를 통해 이루어졌음을 자세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다양한 주제와 수많은 관련 인물을 담고 있기에 748 페이지라는 방대한 분량(그래서인지 주석은 있지만 아쉽게도 색인이 없습니다.)은 넘치기보다는 적당하거나 부족해 보일 지경입니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 번 고비를 맞이했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개인용 컴퓨터(p.373~442)'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저자는 1970년대 히피 문화에 젖어있던 관련 인물들의 삶을 시시콜콜하게 묘사했기에 읽는 내내 인내심을 발휘해야 했습니다. 반면에 소소한 재미를 주는 부분 또한 많았습니다. 초창기 컴퓨터 작업시에는 (단단한) 하드웨어는 남성의 일로 (부드러운) 소프트웨어는 여성의 일로 간주해서 덕분에 많은 여성들이 프로그래밍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었다는 점이나 지금은 첨단 산업의 메카인 실리콘 밸리가 원래는 살구 과수원이었다는 사실, 전형적인 모범생처럼 보이는 빌 게이츠가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과속을 자주 해서 구속까지 되었다는 점, 덕분에 경찰서에서 찍힌 그의 사진에 열광하는 팬들도 생겼다는 가십 또한 놓칠 수 없는 흥밋거리입니다. 특히 주목해야 점은 스티브 잡스가 강박적으로 추구했던 직관적 인터페이스나 사업적 기질이 타고난 것이 아니라 그가 처음 일했던 게임회사 아타리에서 얻은 값진 교훈이었다는 사실입니다.   

 


현실과 혁신 사이에 무엇이 있을까?


  게이츠의 무계획적인 하버드 생활은 2학년이 절반 정도 지난 1974년 12월, 앨런이 게이츠의 기숙사 방이 있는 커리어 하우스로 《파퓰러 일렉트로닉스》를 사가지고 온 순간 일대 전환점을 맞게 되었다. 표지에는 알테어 사진이 실려 있었다. "이것 봐. 우리 빼고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어." 앨런의 안타까운 외침과 함께 게이츠는 행동을 개시한다. 


-p.470에서


 저자 월터 아이작슨이 '천재'와 '그들의 협업'을 강조하고 있다면, 제가 주목한 것은 그들이 성장한 사회적, 문화적 배경이었습니다. 천재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태어나는 것이고, 소통과 협업 또한 (적어도 물리적인 측면에서는) 가장 쉽게 이루어지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그들'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요? 경제적 격차 또한 많이 좁혀졌고, 교육 수준 또한 나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혁신은 우리 사회에서 좀처럼 일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혁신이라는 말이 자주 쓰이는 시대를 살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는 혁신의 뒤를 따르기 바쁩니다. 더욱 심각한 현상은 혁신이라는 말로 포장한 표절입니다. 어디선가 본듯한 제품, 비슷비슷한 작품들이 서로 자기는 다르다고 우기는 모습이 심심찮게 눈에 들어옵니다. 물론 답을 쉽게 내놓을 수도 있습니다. 주입식 교육, 권위주의적 문화, 제도적 규제.... 많은 사람들이 공통으로 지적하고 고치려고 노력하는 부분입니다. 저 또한 한 때는 그런 것들이 문제라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이런 점들이 우리만의 단점일까요?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해답은 점점 저에게서 멀어지는 것처럼 보입니다.        

 

 지금도 여전히 그 해답을 저는 알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저는 절망하지 않습니다. 기술은 이진법을 기초로 디지털 방식으로 발전해왔지만, 세상은 여전히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도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느꼈기 때문입니다. 작가 말콤 글래드웰이『아웃라이어』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그들은 역사와 공동체, 기회, 유산의 산물이다. 그들의 성공은 예외적인 것도 신비로운 것도 아니다. 그들의 성공은 물려받거나, 자신들이 성취했거나 혹은 순전히 운이 좋아 손에 넣게 된 장점 및 유산의 거미줄 위에 놓여 있다."라고 말입니다. 혁신의 방정식은 결국 존재하지 않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혁신은 영웅이나 위인의 탄생이라는 불확실한 확률과 통계의 문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덕분에 우리에게도 김연아양이 있고, 박지성 선수가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금 해야할 일은 혁신이라는 파랑새를 좇기보다는 현실의 기본기에 더욱 충실해야 때입니다. 불현듯 날아온 혁신의 씨앗에게도 마음껏 자랄 수 있는 비옥한 토양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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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17 09: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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