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필요없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인간은 필요 없다 - 인공지능 시대의 부와 노동의 미래
제리 카플란 지음, 신동숙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인간은 필요없다?


 구글은 자율주행자동차 개발에서 가장 앞서 있는 회사다. 구글은 지난 1월 기준 자율주행차로 42만4000마일(약 68만km)에 달하는 시험주행을 실시했다. 최근 미 교통부 도로교통안전국(NHTSA)는 구글의 자율주행차를 운전하는 인공지능(AI)를 법적으로 운전자라고 인정했다. 이러한 미 당국의 판단은 향후 자율주행차의 실용화에 큰 진전을 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http://me2.do/FTjeBHBn 에서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의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 바둑 세계 랭킹 4위 이세돌 9단의 대결이 막을 내렸습니다. 경기 전에는 이세돌 9단의 무난한 승리를 대부분 예상했습니다. 왜냐하면 바둑의 경우는 수는 10의 170의 제곱에 이르며, 이는 우주에 존재하는 원자의 수보다도 많은 어마어마한 크기이기 때문입니다. 알파고는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을 통해서 3000만 건의 대국을 기억하고, 4주에 100만 번의 연습을 소화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결과는 4:1로 예상을 뛰어넘은 알파고의 압승이었습니다. 단 한 번의 승리는 이세돌 선수 본인과 많은 이들이 더할 수 없는 기쁨이었습니다. 반면에 4번의 패배는 사람들에게 인공지능의 수준을 인식하고 놀라움을 넘어 두려움을 갖게 만들었습니다. 그 증거로 많은 전문가들과 다양한 매체들이 앞다투어 인공지능의 현재와 미래에 관해 분석과 전망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이런 시점에서 리뷰하게 된 신간평가단의 『인간은 필요없다』는 참으로 시의적절한 선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그리 관심 있는 분야가 아니라서 제목만 읽고 지나간 책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이 선정되었을 때는 그리 탐탁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받아서 실제로 읽고,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결을 시청하면서 저의 선입견은 말끔하게 사라졌습니다. "인공지능이 흔히 할리우드 영화에 등장하는 개념으로만 알려진 세상에서"(뒤표지) 우리는 이제 적극적으로 인공지능의 의미와 영향을 고민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습니다. 문제는 인공 지능이 대단히 난해하고 최첨단의 분야라는 점입니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인공지능에 대해 해박한 지식과 경험을 갖고 있으면서도 인간과 사회에 대한 따뜻한 감성을 가진 길라잡이가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인공지능학자로 여러 회사를 경영한 기업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이며, 현재 스탠퍼드대학교 법정보학센터 교수로 인공지능에 대해 가르치고 있는 제리 카플란의 뒤를 따라 인공지능의 세계를 탐험해 보겠습니다.

   


기계는 필요하다!


하우먼 위원: 대체 지배란 뭘까?


네오: 원하면 기계들을 꺼버릴 수 있죠.


하우먼 위원: 맞아, 그렇지. 그게 지배야. 여차하면 부수어 버릴 수 있지. 그런 다음엔 조명과 난방, 공기 등의 문제가 생기겠지만...


네오: 인간과 기계는 공생관계다. 요점은 그건가요?


하우먼 위원: 요점은 없네. 나 같은 늙은이는 요점 같은 건 안 만들지.


-The Matrix Reloaded(2003)에서


 저자는 인공지능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을 산산조작 내면서 책을 시작합니다. 아직 인간을 닮은 외형과 인간을 뛰어넘는 지능과 신체능력을 가진 로봇은 시기상조라고 말입니다. 대신 그가 제시하는 인공지능의 현재와 미래는 '인조지능(synthetic intellect)''인조노동자(forged laborer)'입니다. 인조지능은 경험에서 배우는 시스템으로 정신(minds)은 없지만 정해진 임무에 대해서만은 인간을 훨씬 뛰어넘는 능력을 발휘합니다.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인조노동자는 센서와 작동장치의 결합을 통해서 물리적인 작업을 자동적으로 처리해주는 기계입니다. 이제는 너무나 자연스런 자동차 네비게이션 시스템을 인조노동자로 꼽을 수 있습니다. 전체가 9개의 챕터로 구성된 책은 1~3 챕터까지 인조지능과 인조노동자의 발달과정과 현재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내용 중에서 특히 저의 흥미를 끌었전 것은 주식 거래가 인조지능 초단타매매 프로그램을 통해 10분의 1초에 약 10만번의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3~6 챕터에서는 인조지능과 인조노동자로 발생하거나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윤리적, 법적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인간과 인공지능의 대결은 과연 공정한가? 인조지능이 저지른 잘못이나 범죄에 대한 책임은 과연 누구에게 있는가? 등등....  저자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기업과 마찬가지로 인공지능을 (계약권과 재산권을 가진)'법인(法人)'으로 규정해서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 예측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또한 당연히 자본의 논리에 따를 것이라는 것이 저자의 전망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경제적 예측에 저자의 진보적 주장을 담은 것이 7~9 챕터입니다. 저자는 다른 모든 이들과 마찬가지로 실업과 경제적 불평등이 인공지능에 의해서 더욱 심화하리라고 보고 있습니다. 저자가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는 자신의 풍요로운 삶(그럼에도 그는 미국 소득 상위 1프로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합니다.)과 한 때 그의 회사 안내데스크 직원이었던 에미의 삶(미국 중산층에 속함에도 그는 끊임없이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시달리고 있습니다.)은 우리가 맞게 될 미래에 대한 (장미빛 희망보다는 회색빛 절망에 가깝지만) 적절한 예고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인간과 기계는 공존할 것인가? 파멸할 것인가?


허비 교수: 로봇은 인류의 꿈이었습니다 현대인의 꿈만은 아니었죠. 선조들도 체스하는 원시 괴물을 만들어 세상을 놀라게 했으니까요. 지금은 어떨까요? 저도 느낀 거지만 로봇에 회의적인 사람들이 많습니다. 사랑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들 수 있느냐보다 인간이 그들을 사랑할 수 있는지가 더 큰 문제예요


여성 동료: 제 질문은 그런 차원이 아니에요. 로봇이 사람을 순수하게 사랑할 수 있다면 그 보답으로 사람이 어떤 책임을 져야하는 건 아닌가요?


-A.I. Artificial Intelligence(2001)에서


  비관적인 미래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낙천주의자로서의 면모를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그는 기술에 발전에 걸맞는 다양한 토론과 정책을 통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새로운 금융제도인 직업대출(job mortgage), 기업의 소유 구조를 평가하는 공익 지수(PBI: Public Benefit Index), 누구나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자산 배분 시스템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러한 저자의 주장에는 기술의 변화에 아직까지는 우리가 윤리적, 법적, 구조적 변화를 통해서 얼마든지 대처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이 깔려있습니다. 동시에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의 능력을 완전히 능가했을 까마득한 미래에 대한 불길한 예언(?) 또한 내놓고 있습니다. 그때까지 인공지능은 침략이 아니라 (우리들의 적극적인 용인 아래)단계적으로 그 영향력을 확대할 것입니다. 마침내 인간이 필요 없어지면, 로봇은 인간에 대한 관심을 아예 끊거나 우리를 안전하게 가두고 보호하리라고 저자는 예상하고 있습니다.


 중세 시절에는 예술가들은 익명으로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신의 피조물인 인간이 감히 창조자로서 행세하는 것은 불경이자 오만으로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인간 중심의 르네상스 시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자신의 서명(署名)을 남길 수 있있습니다. 인간의 상상력은 소설『프랑켄슈타인』처럼 급기야 또다른 생명체를 탄생시키는 단계까지 나아갔고, 현실적으로 인공지능을 통해 조금씩 그 가능성을 높여가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현실화된다면 과연 그 미래는 어떠할까요? 헐리우드 영화는 우리에게 불완전하지만 다양한 해답을 내놓고 있습니다. 『터미네이터』, 『매트릭스』, 『트론』 등이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는 디스토피아를 그리고 있다면, 『바이센테니얼 맨』, 『에이 아이』, 『아이, 로봇』 등의 영화는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로봇의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물론 현실은 영화가 아니기에 어느 한 쪽의 극단적인 상황보다는 그 사이 어딘가에 존재할 가능성이 더 큽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 것은 인공지능이 우리를 어떻게 다룰지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인공지능을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아닐까 합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6-03-31 2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