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 마음속에 마르지 않는 우물을 파라
심의용 지음 / 살림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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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점역(占易) 내지 상수역(象數易)의 관점이 아닌 학역(學易) 또는 의리역(義理易)의 관점에서 쓴 주역(周易) 개설서.


  「계사전」이 주역을 쓴 사람은 깊은 우환에 빠진 사람일 것(作易者, 其有憂患乎)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처럼, 주역-역경(易經)-에는 고난을 겪어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근심-역경(逆境)-이 담겨 있다.


  하지만 동시에, '변화'에 관한 책인 주역의 정신이란 바로, 그다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오히려 '반전'과 '형통'의 길을 찾는 데 있다. 주역의 구구절절은 위안과 용기를 준다. 종을 치치 않으면 소리가 나지 않고, 북을 두드리지 않으면 울리지 않듯, 어려움에 처해본 사람만이 그 어려움 속에 깃들인 지혜를 이끌어낼 수 있다. 진정한 용기는 불안이나 두려움 같은 감정의 요동을 없애고 무감각의 부동심을 갖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을 갖되, 그러한 운명을 불러들인 상황과 자신의 마음을 성찰하여 자신에게 정직하고 합당한 것을 실천하는 의지이다.


  이런 두께와 깊이를 가진 가르침을 현세의 어느 인간이 깨우쳐 받아 적었단 말인가. 지금 이 책을 잡고 있는 건, 내겐 너무나 과분한 축복이다. 세속에 살면서도 세속을 초탈하는(卽世間而出世間) 시공을 초월한 지혜의 보고. 지금 읽어도 문득문득 소스라치게 놀라게 되는 이 주역 책이 층층켜켜 복잡 다양하게 담고 있는 풍부한 의미를 온전히 체득하고 반추할 수 있으려면 삶의 산전수전을 겪고난 뒤라야 할지도 모르겠다.


  아직 원전을 읽은 것이 아니지만, 과연 공자님께서 위편삼절(韋編三絶)하실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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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세계적 충격
디트마르 로터문트 지음, 양동휴, 박복영, 김영완 옮김 / 예지(Wisdom)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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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망라적인 경제사를 봤나. 길지 않은 분량에 빼곡이 담아낸 방대한 스케일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 '최초의 진정한 세계사적 사건', '대공황'에 대한 진정한 세계사적 고찰!


  미국 주식시장 붕괴로 촉발된 대공황이 유럽 및 자본주의 세계 각국으로 파급되었다는 식의 흔한 설명을 넘어 대공황은 어떻게 '불균등하게' 파괴적이었는가를 잘 보여준다. 즉, 대공황은 더 가난한 나라들, 특히 저개발국(주변부국가) 농민층에 더 큰 충격으로 짐지워졌다는 것이다.


  대공황의 정치적 귀결로서 유럽의 파시즘과 라틴 아메리카의 인민주의, 식민지 해방운동을 다룬 장도 흥미롭다. 쉽고 재미있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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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라이어 - 성공의 기회를 발견한 사람들
말콤 글래드웰 지음, 노정태 옮김, 최인철 감수 / 김영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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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능력주의(meritocracy) 신화에 대한 경험론적 반박(이를테면 숙련도와 재능의 혼동 등).


  성공은 타고난 재능이 아니라 시대의 산물이다. 그것은 역사가 우리에게 열어주는 특정한 시간과, 특정한 공간 속의, 특별한 기회에서 오는 것이다.


  성공의 조건을 알았다면 우리의 공동체와 삶을 어떻게 그에 맞추어 세팅할 것인가가 관건이 된다. 저자가 의도했건 그렇지 않건 간에 이 책이 주는 함의는 민주적이다. 우리는 더 많은 아웃라이어를 탄생시키기 위해 평범한 사람과 비범한 사람을 가르는 아주 작은 차이, 그 작은 기회들을 더 많은 이들이 골고루 누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공동체는 각 개인이 처한 환경의 차이(가정환경 등)에도 불구하고 그/녀들을 세상에 적합하도록 준비시켜줄 수 있어야 하며, 이는 곧 '각자의 자유로운 발전이 만인의 자유로운 발전의 조건이 되는 공동체'에 다름 아닐 것이다.


  (보론) 능력주의(meritocracy)는 프랑스혁명에 기원을 둔 현대정치의 3대 이념(보수주의, 자유주의, 사회주의) 중 하나인 자유주의에 의해 제기된 것이다. 자유주의자들은 보수주의자들이 옹호하는 전통적인 위계가 정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유지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출생과 동시에 결정되는 신분에 따른 위계가 아닌 능력에 따른 위계로서 능력주의를 옹호한다. 하지만 능력주의는 사실상 '소유적 개인'의 이상에 부합하는 시민의 모델로서 기능하고(이는 자본주의를 보충한다. 자유주의가 옹호하는 소유의 권리는 인권 일반을 무조건적인 사적 소유, 즉 자본에 의한 노동의 절대적 지배로 한정한다) 무산자 대중을 배제함으로써 주권의 평등성을 제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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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와 하나 됨
프랑수아 바리용 지음 / 생활성서사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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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느님이 우리에 대한 계획을 가지고 계시다는 표현은 썩 좋은 표현이 아니다. 사실은 하느님이 인간에 대해 계획을 가지고 계신 것이 아니라, (자유로운) 인간이 하느님의 계획인 것이다.


  하느님은 우리가 인간이길 바라신다. 다시 말해, 책임 있고, 스스로의 자유를 지어 가며, 스스로의 역사를 써 가는 성인(成人)이길 바라시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의 떠남, 곧 승천은 근본적으로 우리의 자유에 대한 그분의 존중이다. 예수님이 말씀하신다. "내가 떠나가는 것이 너희에게는 더 유익하다." 그리고 그분은 떠나신다.


  하느님은 결코 우리 역사를 대신 써주려 하지 않으실 것이다. 만일 그렇게 하신다면, 그분이 우리를 사랑하신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분이 우리가 어린애로, 미성년자로, 심하게 말하자면 코흘리개로 남아 있는 것에 동의하신 것이 될 테니 말이다.


  하느님은 인간을 사랑하시기에, 명령을 내리지 않으신다. 하느님이 사람이 되셨다면, 결코 사람을 얕잡아 보아서가 아닌 것이다!" (약간의 편집 및 재정리)


  그래선 안 될 것 같지만 또 하나 괜히 반가웠던(?) 대목...


  "여러 세기에 걸쳐 교회가,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미사에 참여하는 것을 신자들의 의무로 규정해 온 데는 분명 이유가 있다. 하지만 오늘날 교회는 이것을 훨씬 덜 강조한다. 지나치게 의례적인 권위를 사람들이 싫어하기 때문이다. 교회가 바라는 것은, 앞으로 해가 갈수록 신앙이 점점 성숙하여, 더 이상 신자들에게 미사 참여를 명령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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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탄생 - 다빈치에서 파인먼까지 창조성을 빛낸 사람들의 13가지 생각도구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외 지음, 박종성 옮김 / 에코의서재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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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감을 줄 수 있는 책. 멋진 글귀와 신통방통한 사례들의 집대성. 그러나 그 정도인가 싶기도 한 책. 역자가 저자들만큼 다방면을 섭렵하지는 못했던지 오역들이 눈에 띈다.


  요컨대 '창의적 사고'란 '닮은 것을 다르게, 다른 것을 닮게' 결합하고 표현하는, '통합적 사고'가 아닌가 한다.

"(모든 과학은 예술에 닿아 있다. 모든 예술에는 과학적인 측면이 있다. 따라서...) 최악의 과학자는 예술가가 아닌 과학자이며 최악의 예술가는 과학자가 아닌 예술가이다." - 프랑스의 물리학자 아르망 트루소Armand Trousseau

"예술은 사람들이 진실을 깨닫게 만드는 거짓말" - 피카소

"현상은 복잡하다. 법칙은 단순하다. …… 버릴 게 무엇인지 알아내라." - 리처드 파인먼

"지휘는 몸 전체를 가직 `음악의 형상`을 춤으로 표현하는 일" - 오자와 세이지

"우리의 두뇌는 색과 소리를 매우 다르게 받아들인다. 우리는 동시에 연주되는 개별 악기들의 소리를 감지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그 음들이 합쳐 내는 전체음을 들을 수 있다. 부분과 전체를 동시에 지각하는 이런 능력은 대부분의 시각예술, 특히 색채에 기반을 둔 예술에서는 발휘될 수 없다. 색채가 혼합되기 때문이다. 만일 우리가 노란색과 파란색의 점들을 나란히 늘어놓아 그림을 그린 다음 누군가에게 보여주면 그는 녹색의 그림을 보게 된다. 비록 이 녹색이 다른 색을 띤 낱개의 점이나 화소로 환원될 수 있다 해도 그렇다 이것이 컬러인쇄, 컬러 TV, 쇠라의 그림과 같은 점묘주의 미술의 기본이 되는 것이다."

"오늘날의 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것`도 되지 못한다.` - C.H. 워딩턴, 『미래의 생물학과 역사학』 중에서

프랑스의 철학자 디드로는 인간의 감각(소질)을 `진동하는 민감한 현`에 비유하면서, 진동하는 현이 다른 현을 진동시키듯 `생각도 두 번째 생각을 호출하고, 두 생각이 모여 세 번째 생각을 불러내고, 이 셋이 다시 네 번째를 끌어내는 등 계속 이어지게 된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이어지는 생각의 범위나 수에는 어떤 제한도 있을 수 없었다. 그는 `마음의 악기는 놀라운 도약을 가능하게 하며, 불려나온 하나의 생각은 때때로 불가해한 간격으로 `배음`을 시작한다`고 말했다(인용자 다소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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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2-13 09: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제대로 읽어보지 않았는데 오랜만에 읽고 싶어지는군요. ^^

묵향 2015-02-13 12:27   좋아요 0 | URL
예, 누군가는 책으로 냈어야 할 내용을 부부 연구자가 잘 모아 펴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