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 마음속에 마르지 않는 우물을 파라
심의용 지음 / 살림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점역(占易) 내지 상수역(象數易)의 관점이 아닌 학역(學易) 또는 의리역(義理易)의 관점에서 쓴 주역(周易) 개설서.


  「계사전」이 주역을 쓴 사람은 깊은 우환에 빠진 사람일 것(作易者, 其有憂患乎)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처럼, 주역-역경(易經)-에는 고난을 겪어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근심-역경(逆境)-이 담겨 있다.


  하지만 동시에, '변화'에 관한 책인 주역의 정신이란 바로, 그다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오히려 '반전'과 '형통'의 길을 찾는 데 있다. 주역의 구구절절은 위안과 용기를 준다. 종을 치치 않으면 소리가 나지 않고, 북을 두드리지 않으면 울리지 않듯, 어려움에 처해본 사람만이 그 어려움 속에 깃들인 지혜를 이끌어낼 수 있다. 진정한 용기는 불안이나 두려움 같은 감정의 요동을 없애고 무감각의 부동심을 갖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을 갖되, 그러한 운명을 불러들인 상황과 자신의 마음을 성찰하여 자신에게 정직하고 합당한 것을 실천하는 의지이다.


  이런 두께와 깊이를 가진 가르침을 현세의 어느 인간이 깨우쳐 받아 적었단 말인가. 지금 이 책을 잡고 있는 건, 내겐 너무나 과분한 축복이다. 세속에 살면서도 세속을 초탈하는(卽世間而出世間) 시공을 초월한 지혜의 보고. 지금 읽어도 문득문득 소스라치게 놀라게 되는 이 주역 책이 층층켜켜 복잡 다양하게 담고 있는 풍부한 의미를 온전히 체득하고 반추할 수 있으려면 삶의 산전수전을 겪고난 뒤라야 할지도 모르겠다.


  아직 원전을 읽은 것이 아니지만, 과연 공자님께서 위편삼절(韋編三絶)하실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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