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경험의 본질 - 이탈리아의 프리미엄 브랜드는 어떻게 탄생하는가
리카르도 일리 지음, 명선혜 옮김 / 유엑스리뷰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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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실물경제분야에 대해 잘 모른다. 예전 보다 다양한 분야의 도서를 읽으면서 나라는 사람이 얼마나 실물경제에 대해 문맹에 가까운 수준의 지식을 가졌는지에 대해 통탄을 하고 있다. 사회과학, 인문학, 동물학, 동물행동학, 문학에 대해서는 어렸을 때 부터 꾸준한 사고와 도서의 확장이 되었건만 실생활에 필요한 실물경제에 대한 것은 갈 길이 멀다.

한국인에게는 이탈리아 커피로 잘 알려져 있는 일리 커피가 속해있는 폴로 델 구스토의 회장 리카도르 일리의 책을 읽으면서 실물 경제 분야에서 수익을 위한 단기 목표가 아닌 회사에서 일을 하는 노동자의 지속적인 고용 창출, 지역 내 산업 육성, 같은 지역이나 자국 내 위치한 산업이 아닐지라도 기업과 연계되어 있는 물품을 생산하는 지역의 생산 가능성 등 다양한 분야의 장기 목표를 바라보는 것에 새롭게 공부하게 되었다. 기업의 입장에서 단기간에 최대한의 수익을 내어 투자자에게 받은 투자를 상회하는 금액을 돌려주고 기업의 이익을 회수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단기 이익에만 급급하다 보면 해당 분야가 지속적으로 유지되기 위한 미래 지향적인 투자는 거의 못 하게 된다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단기적인 이익을 높이기 위해 재생산 없는 벌목을 하거나 노동자에게 과도한 업무를 부과하여 산재가 일어나는 가시적인 손해와 함께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신뢰도를 잃어 추후에는 기업 자체가 파산을 하고 회생이 불가능한 수준이 될 때도 있다.

폴로 델 구스토는 가족 기업으로 운영을 하다 보니 폐쇄적이라는 비판을 받을지는 몰라도 투자자에게 이익을 분배하고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단기 목표가 아닌 그룹 전체가 지속가능한 목표를 지향할 수 있는 구조를 띌 수 있다. 일례로 기업이 신뢰를 얻는 집단의 1순위가 투자자가 아닌 기업에서 일을 하는 노동자라는 생각을 한다. 그러기에 노동자의 처우 개선에 힘을 쓰고 지속적으로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게끔 고민을 한다. 노동자가 자신의 자녀에게 해당 그룹에서 일을 하라고 추천할 수 있을만큼의 신뢰를 주는 것이다. 어떤 업체는 '부모님의 원수가 그 기업에서 일을 한다고 하여도 도시락을 싸들고 다니며 절대 가지 말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라는 이야기를 듣는데 폴로 델 구스토처럼 가족에게도 일을 해보면 좋겠다고 믿고 추천을 할 수 있는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는 사실 단기 이익이 아닌 장기적인 기업의 이미지와 지속적인 고급 인력의 유입의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인 요소라고 생각한다. 폴로 델 구스토에서 생산하는 와인, 커피, 초콜렛 등의 원자재를 생산하는 지역과 환경에 대해서도 상당히 지속가능한 목표를 가지고 바라본다. 와인, 커피, 초콜렛은 현지 농부의 경제적 상황을 고려하여 그 농장이 지속적으로 운영이 될 수 있도록 고려하고 환경이 파괴되지 않도록 고민한다. 품질 좋은 원자재를 안정적으로 공급을 받아야 품질 좋은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품질 좋은 제품을 생산한다는 것은 제품을 소비하는 사람에게도 기업의 이미지를 좋게 만들지만 기업에서 일을 하며 제품 품질에 관여하는 노동자에게도 자부심을 줄 수 있다. 게다가 원자재를 생산하는 농장주에게도 안정적인 소득원이 생기는 것과 동시에 무리하게 환경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제품을 생산하도록 힘을 쓰는 것이 진정한 환경보호일 수도 있는 것이다.

브랜드 경험의 본질을 읽으면서 한국에서 유행처럼 번져나가는 ESG열품에 대해서 다시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코로나 직후 시작된 ESG 열풍은 환경을 보호하고, 기업 운영을 청렴하게 한다는 홍보가 되고 있지만 실제로 폴로 델 구스토 그룹처럼 지속가능한 목표를 수직적, 수평적인 신념을 가지고 일을 하고 있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ESG를 하면 홍보가 되니까, 기업 평가가 좋아져서 투자를 받을 수 있으니까의 문제가 아닌 조직 내외부에서 신뢰를 쌓는 수평적, 수직적 신념과 지속가능한 목표를 공유해야하는 것이 아닌가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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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금 1 - 왕의 목소리
임정원 지음 / 비욘드오리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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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금은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때 있었던 궁궐 내 시종이다. 일반적으로 임금을 시종하며 전갈하는 일을 맡았는데 15세 이하의 남성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왕의 말을 전하는 일이다 보니 상황이나 직위에 따라 왕을 곁에서 바로 모시는 일이 많았을 수도 있고 그만큼 어느 정도의 견제나 정치적인 이슈의 중심에 서있는 인물이 있었을 수 있다.

소설 중금은 경종와 경종의 동생 영조, 영조의 아들 사도세자에 이르는 소설이다. 야사에는 경종이 독살설이 끊임없이 적혀있고 이 독살설의 배후에는 언제나 영조가 등장한다. 이후 영조와 사도세자의 관계는 정사에 적혀있는 내용도 워낙 드라마틱하고 어느 정도는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사도세자가 영조에게 죽임을 당한 연유도 있기 때문에 소설이나 드라마로도 각색이 많이 되는 것 같다. 연산군과 광해군 만큼이나 소설, 영화, 드라마의 소재로 많이 쓰이는 조선 임금이 영조와 사도세자가 아닐까싶다.

영조와 사도세자가 등장하는 역사소설이나 영화는 늘 주조연의 결말이 꼭 좋게만은 끝나지 않고 중금도 마찬가지이다. 백성의 삶을 평화롭고 안정적으로 만들고 싶은 희망은 언제나 그 대립각에는 권력을 가지고 위로 올라가고 싶은 누군가의 욕망과 얽혀 쉽게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중금도 그렇다. 백성의 평화나 안정은 언제나 중요한 부분이지만 권력을 가지고 있는 누구가는 자신의 삶만이 중요하다. 소설을 읽으면서 어느 시대나 권력만 따로 노는 나라는 없을진대 백성이던 민중이던 시민이던 남의 삶은 상관 없고 오직 자신의 삶과 안위만 중요한 사람이 나라를 망치고 있다. 세상에 권력만 따로 노는 나라는 없고, 혼자 잘 산다고 모든 것이 다 잘 된 것은 아니다. 중금이 중요했던 이유는 사람의 삶을 보다 좋게 만들기 위한 누군가의 희망이 중요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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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사용설명서 - 부와 투자의 새로운 패러다임
김동양.황유식 지음 / 마인드빌딩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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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는 상당히 다양한 관점과 다양한 지식이 있어야하는 분야이다. 사회복지는 물론 정치, 경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지 된다. ESG 사용설명서는 실물 경제 위주 분야에서 해석된 책이다. 그러다보니 경제적인 부분에서 더 많은 이해도가 있어야 책을 받아들이는데 유용하다. 책을 읽으면서 아직 나 스스로 경제적 지식이 매우 미약하다는 것을 느껴서 관련 공부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였다. 경제적인 측면으로만 ESG를 단순화해서 바라볼 수는 없지만 중요한 부분이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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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은 짧고 일 년은 길어서 - 레나의 스페인 반년살이
레나 지음 / 에고의바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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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은 짧고 일 년은 길어서는 패션브랜드 MD를 하고 있는 저자가 2015년에 일을 쉬고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6개월 동안 머물었던 기억을 적은 에세이이다. 한국인이 사는 인구가 스페인의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에 비해서 현저히 적은 편이고 관광객이 자주 찾는 남부지역이 아니라서 발렌시아는 한국에 비교적 많이 알려져있지 않은 지역인 발렌시아. 그러다보니 발렌시아 지역과 관련된 에세이집이 적고 관광책자에도 간단하게 훑는 수준으로 넘어가는 편인데 발렌시아 에세이가 나왔다고 했을 때, 꽤나 반가웠다. '사적인 가이드북 두 번째 스페인, 발렌시아'에 이어서 한국인이 한국어로 쓴 두 번째 발렌시아 여행 에세이인 것이다.

발렌시아에서 1년 동안 거주하였고, 거의 토박이처럼 살았던 터라 책에 나오는 지역이 꽤나 익숙했고 지명이 나올 때면 어떤 동네인지 쉽게 그려져서 좋았다. 발렌시아에서 6개월동안 살았다지만 사실 스페인 외 나라를 여행했던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발렌시아에서 살았던 이야기는 책 내용의 반절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은 아쉽다.

꼭 발렌시아가 아니더라도 저자처럼 외국에 가서 현지인과 친해지고 싶거나 다양한 사람과 접하고 싶다면 Meet Up이라는 어플을 깔 수 있으니까 사용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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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땅의 야수들
김주혜 지음, 박소현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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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땅의 야수들은 1.5세대 한국계 미국인 김주혜의 한국 역사 소설이다. 파친코가 일본으로 이주한 조선인의 삶을 그렸다면 작은 땅의 야수들은 한반도에 살고 있는 조선인의 삶을 그리다 보니 독립운동과 한국의 정치, 한국 내에서의 성차별을 보다 세심하게 그렸다고 볼 수 있다. 파친코는 타국으로 이주한 한 가족의 이야기로서 이주민과 인종차별의 역사도 함께 쓰이다 보니 한국적이지만 보다 인종차별의 역사로서의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면 작은 땅의 야수들은 여성 중심의 서사이기는 하지만 보다 한국적인 다양성을 가지고 있다.

작은 땅의 야수들의 주요 서사로 등장하는 주인공은 기생 옥희지만 그 주변부에는 거지였다고 좌파 정치 운동가이자 독립군으로 활동하는 정호, 가난한 고학생이었다가 사업적으로 성공하는 한철과 함께 같은 기생이지만 다른 길을 걷는 연화와 월향, 독립운동가 명보, 일본 군인 이토와 하야시가 등장한다. 모두 각자의 삶과 시선으로 일제강점기의 조선이자 독립 이후의 한국에서의 삶에서 전혀 다른 선택을 하고 그 선택은 그 누구도 행복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책을 읽으면서 여러 사람의 관계가 얽혀있지만 그 누구도 행복할 수 없는 선택을 하는 각자의 삶을 보며 어지러웠던 그 당시의 생활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옥희를 사랑하는 정호와 한철이지만 한철은 부모의 기대와 성공하고 싶은 욕구로 인하여 옥희를 떠났고, 정호는 친구로서만 생각하는 옥희로 인해 상처받는다. 아마 한철과 정호 중에서 더 상처받은 사람은 사랑하는 옥희에게 사랑도 인정도 받지 못한 채 해방 이후 정치적으로 희생당하는 정호가 아닐까 생각한다. 옥희는 그 누구와도 결혼하지 않는 삶을 선택하지만 연화는 첩이라는 선택을 한다. 아마 누군가의 사랑받는 사람으로 들어가 아이를 낳는 조금은 평범한 삶을 살기 원하지 않았나 싶다.

일본인 군인 이토와 하야시는 상당히 특이한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하야시 같은 경우는 나름의 정의를 가지고 있으며 3.1운동에 대한 묘사에서도 이유 없이 민간인을 죽이는 행위에 대해 동료를 저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토 같은 경우는 한국에서 흔히 묘사하는 '나쁜 일본인'으로 묘사할 수도 있었다. 사실 처음 등장할 때부터 소설이 진행되는 동안 이토는 한국인을 차별해도 되는 존재라고 말하는 모습을 종종 보이며, 권력을 가지기 위해 노력하며, 약한 자는 도태되기 마련이라는 입장에서 말을 하지만 일본이 패배하기 직전 옥희와의 만남에서 이 시대에서 성공하며 재력을 쌓기 위한 선택을 했을 뿐이라는 말을 하였을 때, 현대 사회의 대다수의 사람과 무엇이 다른지 생각해 보게 하였다. 당신은 일제 강점기라는 시대에서 독립운동을 하여 위험한 삶을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최대한 평범하게 어느 정도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 돈을 버는 선택을 할 것인가? 정호는 가난하게 태어났고 가난하게 살다가 명보를 만나 독립운동을 하고 옥희에게 인정을 받기 위해서라지만 나라를 위한 투쟁을 했지만 좌파라는 이유로 정치적으로 죽임을 당했다. 명보의 친구이자 단이를 사랑했던 상수는 치사하고 철저하게 이기적인 사람이었으나, 단지 최소한의 도리로 그리고 자존심으로 3.1운동 당시 대자보를 인쇄해 준 딱 하나의 일을 했을 뿐인데, 그 일 때문에 독립운동을 했다는 명분을 얻고 어떤 손해도 보지 않는 삶을 살았다. 이토와 상수는 정말 비슷하게 이기적이고 자신을 위한 삶을 선택했을 뿐이다. 우리는 어떤 신념에 의한 삶을 살고 있는가? 사회의 흐름에 따라 아무 생각 없이 삶을 사는가? 나 자신만을 위한 이기적인 선택이 후대에 어떤한 평가를 받을지 두렵지는 않은가?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여주다 보니 어떤 부분에서는 섬세함이 부족해 보일 때도 있었지만, 역사란 보다 많은 관점이 겹겹이 층층이 쌓여서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느낌을 받게 만든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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