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땅의 야수들
김주혜 지음, 박소현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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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작은 땅의 야수들은 1.5세대 한국계 미국인 김주혜의 한국 역사 소설이다. 파친코가 일본으로 이주한 조선인의 삶을 그렸다면 작은 땅의 야수들은 한반도에 살고 있는 조선인의 삶을 그리다 보니 독립운동과 한국의 정치, 한국 내에서의 성차별을 보다 세심하게 그렸다고 볼 수 있다. 파친코는 타국으로 이주한 한 가족의 이야기로서 이주민과 인종차별의 역사도 함께 쓰이다 보니 한국적이지만 보다 인종차별의 역사로서의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면 작은 땅의 야수들은 여성 중심의 서사이기는 하지만 보다 한국적인 다양성을 가지고 있다.

작은 땅의 야수들의 주요 서사로 등장하는 주인공은 기생 옥희지만 그 주변부에는 거지였다고 좌파 정치 운동가이자 독립군으로 활동하는 정호, 가난한 고학생이었다가 사업적으로 성공하는 한철과 함께 같은 기생이지만 다른 길을 걷는 연화와 월향, 독립운동가 명보, 일본 군인 이토와 하야시가 등장한다. 모두 각자의 삶과 시선으로 일제강점기의 조선이자 독립 이후의 한국에서의 삶에서 전혀 다른 선택을 하고 그 선택은 그 누구도 행복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책을 읽으면서 여러 사람의 관계가 얽혀있지만 그 누구도 행복할 수 없는 선택을 하는 각자의 삶을 보며 어지러웠던 그 당시의 생활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옥희를 사랑하는 정호와 한철이지만 한철은 부모의 기대와 성공하고 싶은 욕구로 인하여 옥희를 떠났고, 정호는 친구로서만 생각하는 옥희로 인해 상처받는다. 아마 한철과 정호 중에서 더 상처받은 사람은 사랑하는 옥희에게 사랑도 인정도 받지 못한 채 해방 이후 정치적으로 희생당하는 정호가 아닐까 생각한다. 옥희는 그 누구와도 결혼하지 않는 삶을 선택하지만 연화는 첩이라는 선택을 한다. 아마 누군가의 사랑받는 사람으로 들어가 아이를 낳는 조금은 평범한 삶을 살기 원하지 않았나 싶다.

일본인 군인 이토와 하야시는 상당히 특이한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하야시 같은 경우는 나름의 정의를 가지고 있으며 3.1운동에 대한 묘사에서도 이유 없이 민간인을 죽이는 행위에 대해 동료를 저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토 같은 경우는 한국에서 흔히 묘사하는 '나쁜 일본인'으로 묘사할 수도 있었다. 사실 처음 등장할 때부터 소설이 진행되는 동안 이토는 한국인을 차별해도 되는 존재라고 말하는 모습을 종종 보이며, 권력을 가지기 위해 노력하며, 약한 자는 도태되기 마련이라는 입장에서 말을 하지만 일본이 패배하기 직전 옥희와의 만남에서 이 시대에서 성공하며 재력을 쌓기 위한 선택을 했을 뿐이라는 말을 하였을 때, 현대 사회의 대다수의 사람과 무엇이 다른지 생각해 보게 하였다. 당신은 일제 강점기라는 시대에서 독립운동을 하여 위험한 삶을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최대한 평범하게 어느 정도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 돈을 버는 선택을 할 것인가? 정호는 가난하게 태어났고 가난하게 살다가 명보를 만나 독립운동을 하고 옥희에게 인정을 받기 위해서라지만 나라를 위한 투쟁을 했지만 좌파라는 이유로 정치적으로 죽임을 당했다. 명보의 친구이자 단이를 사랑했던 상수는 치사하고 철저하게 이기적인 사람이었으나, 단지 최소한의 도리로 그리고 자존심으로 3.1운동 당시 대자보를 인쇄해 준 딱 하나의 일을 했을 뿐인데, 그 일 때문에 독립운동을 했다는 명분을 얻고 어떤 손해도 보지 않는 삶을 살았다. 이토와 상수는 정말 비슷하게 이기적이고 자신을 위한 삶을 선택했을 뿐이다. 우리는 어떤 신념에 의한 삶을 살고 있는가? 사회의 흐름에 따라 아무 생각 없이 삶을 사는가? 나 자신만을 위한 이기적인 선택이 후대에 어떤한 평가를 받을지 두렵지는 않은가?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여주다 보니 어떤 부분에서는 섬세함이 부족해 보일 때도 있었지만, 역사란 보다 많은 관점이 겹겹이 층층이 쌓여서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느낌을 받게 만든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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